모범적인 학생 말고, 모험적인 학생
인생에 있어 큰 걸림돌을 두고 발목이 잡힌다는 표현을 쓴다. 대다수 대한민국 학생과 직장인에게는 아마 '영어'가 바로 그런 걸림돌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영어 유치원 같은 조기교육부터 수많은 영어 관련 수업까지,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영어에 투자해왔다.
영어를 참 잘하시나 봐요.
구글에 다닌다고 하면, 구글 재팬에서 영어로 일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라고 대답하는데, 대체로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사실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외국인과 제대로 말해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영어 관련 수업은 항상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 그 당시 실력으로는 영어가 두고두고 내 인생 최대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계획한 것이 영어권 국가로의 1년짜리 교환학생이었다. 재수하느라 1년이 늦어진 나로서는 졸업을 늦추지 않고도 동시에 영어까지 배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외로 가려고 하니 영어권 대학교들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높은 토플 점수가 문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서 지원하려 한 것인데 지원 자격은 '이미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모범적인 학생이 아니라, 모험적인 학생이 되기로 했다. 당시 교환학생 신청 란에는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원하는 학교를 쓰게끔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토플 없이 낮은 토익 점수만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 딱 하나의 학교만 지원했다.
대다수 친구들이 10순위까지 꽉꽉 채워 '어디든' 가겠다는 자세를 취할 때 나는 면접장에서 '왜 이 학교여야만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어필하기로 했다. 이렇게 배수진을 쳐버리니 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