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 넘는 면접으로 알게 된 것들
이런 분들에게 이 글을 추천합니다!💡
- 면접에서 우리 회사와 잘 맞는 인재를 가려내고 싶은 면접관
- 특히 경험이 적은 신입 혹은 제너럴리스트를 채용할 때 '뭘 보고 평가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면접관
- (면접관들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궁금한 취준생들도 보시오!)
2020년 달력을 보며 몇 번이나 면접관으로 참여했나 세어보니 103번. 2019년은 125번. 이 정도면 회사에서 인사 팀장을 시켜줄 법도 한데 소식이 없다.
나는 4년 차 팀장으로, 실무도 하고, 채용도 하고, 신입사원 온보딩도 하고… 팀과 사업이 크기 위한 대부분의 일을 한다.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나처럼 실무와 채용을 병행하는 초보 팀장들이 하나둘 생겼다.
이들을 보며 '내가 그간 쌓은 노하우를 공유하면 이 친구들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아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글을 쓰게 됐다. 한 마디로 이 글은 '면접관의 비기문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을 읽는다고 채용에 100%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약 200명 넘게 면접을 보고, 채용한 사람들을 교육하며 쌓아온 경험 데이터이니 면접에서 좋은 인재를 발견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신입을 뽑을 땐 이 두 가지만 주목하라
많은 면접관들이 '신입 사원 채용이 가장 어렵다'고 호소한다. 경력이 없어 역량을 볼 수 있는 소스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동의한다. 나도 신입 사원 면접이 참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그래서 일 잘하는 신입 사원은 면접에서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알기 위해 우리 회사에 잘 적응해 활약 중인 신입 사원분들의 면접 기록을 역으로 검토해봤다. 검토 결과, 신입 사원 면접에서 확인해야 하는 건 두 가지라고 결론지었다.
1)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가
신입 사원 면접을 볼 때면 '학창 시절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과 실패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꼭 한다. 이 질문에 흔한 팀 프로젝트 경험을 사례로 말하고도 합격하는 지원자가 있고, 희귀한 경험을 얘기하고도 합격하지 못하는 지원자도 있다.
'A 기업에서 사업전략 인턴을 하며 여러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해 성과를 낸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면, 이에 대한 설명이 정말 구체적이지 않는 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보통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 하는 이유는 그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고민이나 일에 대한 회고 없이 지시받은 일을 했을 확률이 높다.
물론 신입 지원자의 경우 너무 긴장해서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한두 번 더 추가 질문을 하는 걸 추천한다. '특정한 상황을 하나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그때 어떤 고민을 주로 했나요?'
이렇게 두 번 정도 더 질문해도 구체적인 상황이나 배움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묻지 않는다. 면접에서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장을 하는 것도 좋은 신호가 아니고, 긴장해서가 아니라면 더더욱 좋은 신호가 아니다.
우리 회사에 최근 합격한 신입 사원의 경우 특별할 것 없는 학교 팀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었다. 네 명이 한 팀이 된 프로젝트였는데, 그중 한 명인 A가 자신과 다른 의견이 나오면 비난을 하고, 다른 3명이 좋다고 하더라도 의견을 굽히지 않아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로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말하다 보니 서로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A에게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과 그 이유를 글로 적어서 공유한 후 이야기를 더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서로 적은 글을 읽고 나서 회의를 하니 A가 "네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먼저 얘기해주더라고요. 그 후부터는 팀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고 평가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비슷한 경험에서 더 깊고 구체적으로 배우고 개선해본 사람은 일을 할 때도 이러한 태도로 접근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신뢰가 생긴다. 위의 대답이 나에게 그런 신뢰를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