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동등함의 감각'

- 들어가며 -

이 글은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 프로젝트의 두 번째 미리보기글입니다. 프로젝트 저자,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의 박유형님이 자신의 삶과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박유형님은 홍익대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현재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기본소득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미리보기글, 망원동 동네서점에서 세계를 보다는 BIYN 연구자이자 망원동 동네서점 '만일'에서 일하는 윤대현님이 쓰셨습니다.

 

학부를 졸업한 이후로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미술을 싫어하던 어린이였던 내가 자라서 다른 어린이에게 미술을 가르치다니, 가끔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날 때가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어린이들을 만나는데 자식은 커녕 조카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인간의 성장을 목격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정말 신기한 것이 일주일만에 어린이들을 만나면 그 사이에 또 부쩍 커있다. 크레파스를 쥔 손에 들어가는 힘도 더 세지고, 표정도 왠지 일주일의 나이를 먹은 것 같고, 생각하는 것도 조금 달라져있다. 사실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그저 미술시간이 지루한 시간으로 인식되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4년차를 넘어가면서는 나와 만나는 시간이 어린이의 성장에 보탬이 되는 시간이길 바라게 된다.

 

반대로 내가 어린이들에게 배운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가끔씩 수업 중에 어린이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한다. 어른보다도 더 어른스러운 말들, 절로 수긍하게 되는 말들 말이다. 어느 비가 오는 날, 빗물에 거리는 물론 내 발도 더러워진 채로 수업에 들어갔다. 난감해하는 나에게 한 아이가 말했다. 

"비가 오면 원래 발이 더러워지는 거예요. 당연해요. 그러니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사려 깊은 어린이들을 만나고, 이들이 자라서 얼마나 훌륭한 시민이 될까 상상하다 보면, 이들이 만들 미래는 왠지 지금과 다른 세상일 것 같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또한 나의 말과 행동에 더 신경쓰게 된다. 혹여나 나도 모르게 차별적인 단어를 쓸까봐, 어린이들이 그것을 배울까 조심한다.

 

우리는 자라면서 인간이라면 모두 존엄하고 평등하다고 배웠다. 이 이야기는 기본소득과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똑같이 기본소득을 받는 다는 것은 상대와 내가 동등하다는 감각을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감각은 자산 심사나 노동 유무와 상관 없이 이 사회의 일원이라면 공평하게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종의 경제적 시민권으로서의 기본소득은 나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우리가 모두 평등하다는 인식 아래에서 힘을 발휘한다. 마치 우리가 재산이나 성별에 상관 없이 모두 한 장의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동등함, 평등함의 감각이 더 강조되고 실현될거라 기대한다.

 

선생님이자 어른인 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런 동등함의 감각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이 어린이들이 타인을 신뢰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지, 일터가 항상 나에게 안겨주는 숙제이다.

3개의 바퀴 위에서 균형잡기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미술시장은 호황기를 지나 거품이 꺼지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교수님들은 몇몇 스타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여러분도 스타 작가, 전업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없다는 건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누구나 전시를 하고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이 교수님 밖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작가들은 항상 투잡, 쓰리잡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긴 노동시간과 낮은 임금에 많은 에너지를 빼앗겼다.

 

아마도 내가 미술을 전공했다는 점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예술가'는 '기본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의 예시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 예술은 세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필수 요소지만,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큰 돈을 벌기 어렵고 보통은 가난하다는 통념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졸업을 하고나서 일을 하면서 작업도 하고, 작업실 월세를 내고, 생활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미술 작가이든, 지식 생산자이든, 임금 노동 외의 생산을 해내는 사람들은 대단한 생활인들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노동 - 작업 - 생활이란 세 개의 바퀴를 쉴 새 없이 돌리며 세 부분의 순환을 끊임없지 유지해야 한다. 그 셋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삶 자체가 금세 어그러지고 만다.

 

너무 오래 일하면 작업을 할 시간이 없고, 작업을 하려면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품위 있는 생활을 하려면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서 쓸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산을 하면서 일도 하고, 생활도 한다는건 가끔씩 삶을 곡예로 만든다. 이 긴장 속에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단순히 돈이 아닌,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작가가 작업활동에 들이는 노력은, 품위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생활에 들이는 노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길 원한다. 일생에 걸쳐 작품활동을 하려는 사람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의 삶을 균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 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닮아있다.  

 

이전에 나는 예술가로서 기본소득을 지지했지만 현재의 나는 직업인이자 동시에 품위 있게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기본소득의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국민투표의 씨앗을 뿌린 사람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BIEN(Basic Income Earth Network)라는 단체가 있다. 1986년 유럽의 네트워크로 출범한 이 단체는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지구대회를 조직하며 기본소득을 알리고 글로벌 기본소득 연구 활동을 연결하는 일을 해왔다.

 

BIEN은 전세계를 돌면서 2년에 한번씩 지구네트워크에 가입된 국가에서 지구대회를 연다. 전세계 연구자, 활동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최근 연구한 것들, 활동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고 네트워킹에 나서는 자리다.

 

2014년 BIYN(Baic Income Youth Network) 활동 일환으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대회'에 참석했다. 청년과 기본소득의 관계에 대해 발표했고 연구자 인터뷰도 추진했다. 그 중 한 연구자가 바로 올 2016년 초,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로 전세계에 임팩트를 끼친 예술가, 에노 슈미트(Enno Schmidt)다. 

 

에노 슈미트는 스위스 기본소득 이니셔티브의 공동창립자이자, 이니셔티브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올해 스위스 국민투표 실행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국민투표 발의안을 내는데 필요한 12만 6천명의 서명을 제출한 후 금화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래 영상을 통해 금화 퍼포먼스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2014년 캐나다 몬트리올 기본소득지구대회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개인'을 강조했다.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은 실제로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이 되어야하죠.  이런 지점에서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책임감을 부여하는 개인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조건없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저에게 와닿았어요.

 

당신의 삶에 기회를 주세요. 당신의 일대기에 기회를 주세요.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에 기회를 주세요. 전 세대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겁이 나고 걱정스럽기만 한 삶을 살진 말아요."

에노 슈미트의 이 말은 내가 기본소득에 설득당했던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기본소득 제도의 바탕에 깔린 철학은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믿는 것, 삶의 주인은 그 삶을 사는 사람이란걸 인정하는 것, 이 믿음이 모두의 믿음이 되고 신뢰관계 속에 쌓일 때 인간은 더 자유로워진다. 

당신이 삶에, 당신이 일대기에,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에 기회를 주세요

이번 미리보기 글은 201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한 에노 슈미트와 BIYN(Basic Incoe Youth Network)의 사이의 인터뷰 전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는 전세계 연구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실험 내용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 프로젝트 유료 보고서에서 자세히 전달할 예정이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전 에노 슈미트고요, 스위스 출신입니다. 스위스 기본소득 이니셔티브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해요. 이 이니셔티브는 지금(2014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2016년 국민투표에 부쳐질 겁니다. 그해 시민들은 정부에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요구할지 여부를 선택하게 돼요.


Q. 어떻게 기본소득 운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개인의 '일대기'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누구나 출발점이 있죠. 제 경우에, 저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었고, 화가로서 나름 잘 나가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이런 질문을 품게 됐어요.

 

"오늘날 예술은 어떤 위치에 있는걸까?"

 

이 질문은 제 안에서 계속 자라면서 중요해졌죠. 제 답은, 요즘의 예술은 경제 안에, 또 여러 사업들과의 사회적인 관계망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스튜디오나 박물관, 갤러리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요.


그래서 전 회사에 가봤어요.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어떤건지, 물질적인 것을 다룬다는 게 어떤건지, 그리고 그런 사업체들 안에서의 예술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요.

 

은행에도 가봤죠. 진짜 돈이라는 건 어떤건지, 어떻게 만들어져서 뭐가 되어 굴러다니는건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진짜 그게 뭐지? 상상 속의 돈 말고 진짜 돈 말이에요.


이 두 지점에 대해 제가 예술가로서 얻은 답은, 스스로의 고유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뭐를 해도 해나가자는 것이었어요. 지금 살고 있는 게 바로 자신의 삶이고, 자신의 책임 아래 있다는 걸 깨달아야한단 것이었어요.

 

또 정말로 해야만 하는 일은 실제로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이 되어야하죠.  이런 지점에서 모든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책임감을 부여하는 개인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조건없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저에게 와닿았어요.

 

당신의 삶에 기회를 주세요. 당신의 일대기에 기회를 주세요.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에 기회를 주세요. 전 세대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겁이 나고 걱정스럽기만 한 삶을 살진 말아요.

 

새로워지세요. 다양한 활동들을 만들어가고 세상이 정말 필요로하는 건 무엇인지 알아보는 거예요. 이건 예술가들만의 몫이 아니에요.

 

아직은 돈벌이가 되는 일만이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에요. 이 때의 일은 내가 당신을 위해, 또는 다른 이들을 위해 하는 것이고, 일의 의미는 남 좋은 일을 한다는 데 있죠. 또 내가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러니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길 바랄 수도 있어요. 좋아요, 하지만 자신이 노예는 아니며 일이 노역은 아니란 사실을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해요.

 

일은 바로 내가 하는 것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판단하며, 내가 하고싶은 것이고, 다른 이들을 어떻게 도울지 내가 알아보는 거예요. 이 모든 것들은 조건없는 기본소득을 통해 더 명백히 드러날 수 있을 겁니다.

 

기본소득은 사회에 더 활기차고 의미있는 활동들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당신은 스위스 이니셔티브를 하기도 했죠?

네, 전 스위스 기본소득 이니셔티브의 공동창립자에요. 저랑 다니엘 해니(Daniel Häni) 둘이서 이걸 시작했어요. 다니엘은 기업가로, 저는 예술가로 참여했지요. 중요한 건, 이 움직임이 진실되고 아름다워야한다는 거예요.

 

모든 게 다 절망스럽기만한 측면에서 시작해선 안돼요. 매력적인 요소를 갖춰야하죠. 우린 매력적이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아이디어도 매력적이다, 그걸 보여줘야해요.


우린 행사를 열고, 인터뷰도 많이 했고, 그게 스위스 미디어를 타면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해왔어요. 그렇게 모인 많은 이들이 이제 이니셔티브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고, 우린 그 말을 듣고 정말 그렇게 했죠.

 

본인 생각에 해야 마땅한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진 않는 게 중요해요. 만일 당신이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일단 스스로 하세요, 앞장서는 거예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점일 수 있는데, 스위스에는 아주 민주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있어요.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도 민주제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간접민주제 안에는 (어떤 의견 하나가 국가적으로 논의되기까지 거쳐야할) 대표들이 너무 많아요. 스위스는 직접민주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그건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곧바로 이니셔티브를 설립할 수 있단 걸 의미하죠. 

 

이 장치를 통해서 누구나 곧장 정치적인 레벨에 도달할 수 있어요. 어느 정당이 당신과 생각을 같이 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외부로부터의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기본소득 운동을 전개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제겐 중요해요. 그게 설령 헛걸음일지라도, 어쨌거나 그 발걸음을 통해 서서히 일어나는 흐름이 당신과 함께 할 거예요. 이게 제가 아는 비밀인데, 정말 그래요.

 

그래서 우린 스위스 법에 따라 (이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18개월 안에 10만 이상의 서명을 받아냈어요. 우린 정부에 합법적으로 국민투표의 자리를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죠.

 

국민투표는 보통 정부가 내린 결정에 대해 반대하기 위해 작동하는데, 스위스에서는 우리가 한 것과 같은 일도 가능해요. 이렇게 이니셔티브를 시작할 수 있는 권리는 보다 깊은, 민주적인 이해의 차원에서 가능하죠. 그래서 우린 지금 국민투표의 기회를 얻었어요. 단지 다니엘과 제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게 국가적인 사안이 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이제 스위스 사람들 모두가 여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정부를 비롯해 우리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 대다수가 기본소득과 함께 다음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논의해요.

 

"미래의 일이란 어떤 것일까?"

"노동과 임금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그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미래에는 어떨지?"

 

이런 질문들은 교육의 의미와 연관되어있어요. 무엇을 위해? 어떻게? 또 돈의 의미, 경제의 의미와도 연관되어있죠.

 

전 사람들이 이 이니셔티브의 중요한 지점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요. 곧바로 이건 옳아, 틀려, 흑이야, 백이야 하지 않고  스스로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과정 안에 들어오고 있는 거예요.

 

이런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기본소득을 이해한다는 게 제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해요. 단순히 이런저런 사례들이 있다더라,를 논하는 데 그치지않고 이 아이디어로부터 '다른 무언가'를 이해해보려는 거죠. 단지 기본소득 액수를 따지는 걸 넘어서요. 전 이건 마지막에 따져봐도 될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들에 대한 제 경험으로는, 아마 한국도 똑같을 것 같은데요,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의미로는 이미 조건없는 기본소득을 받아왔단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바로 부모로부터 받아온 돈 말이에요. 그래서 그들은 대개 '난 그 돈 안 받을래' 하고, 무엇으로부터든 해방돼서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으며, 그래서 사회로부터 부름도 받는다는 그런 느낌을 통해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건 역사 안에서 중요한 발걸음이 되어오기도 했어요. 내가 가족이나 군주, 공작, 왕이든 뭐든에 소속되지 않았으며 일에 대한 대가를 받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유롭다는 그런 느낌 말이에요. 보다 개인적인 느낌에 가깝죠. 자유롭고, 또 내가 가치있으며, 사회에서 내가 하는 일을 필요로한다는 그런 느낌이요. 

 

그때의 상황은 50년, 100년 전하고는 다른데, 돈을 어떻게든 벌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상황에 우린 처해있죠. 이렇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 자신이 일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건 이전 세대보다 더 어렵게 됐어요.

 

이런 점에서 젊은 세대는 일을 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고, 한편으로는 컴퓨터나 기계들이 오래되고 어려운 일들을 대체하고 있어요. 새롭고 어려운 일들은 또 다른 문제인데요, 이건 다른 종류의 수입원을 필요로해요. 탄탄히 보장되어있으면서도 당신을 특정한 일에 얽매이게 하진 않을 그런 수입원이 필요하죠. 이건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이며 역동적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정말 필요한 것이에요. 청년세대가 이 세계 안으로 진입하도록 하기 위해서, 또 앞으로의 세계를 위해 싸우게끔 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이죠.

 

그 세계란 바로 그들이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여지를 갖고, 각자의 길을 찾아 가볼 수 있으며,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진심으로부터 해볼 수 있는 그런 세계에요. 전 이게 바로 사회와 역사의 발전라고 생각해요.

 

이건 또 다른 발걸음이기도 한데, 역사를 들여다보면 모든 나아감은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책임을 수반했거든요. 조건없는 기본소득이 바로 다음에 내디뎌야 할 발걸음입니다. 이거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게을러질 거라는 오해, 또 이 아이디어가 환상일 뿐이라는 오해들이 있죠. 아닙니다, 이건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는 길이에요. 방식이 다를 뿐이죠.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거예요.

 

10월 10일(월),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프로젝트의 3번째 미리보기 글, 백희원 저자의 글이 올라옵니다.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Y 컴비네이터, 핀란드 정부와 네덜란드 도시 19곳, 한국 성남의 청년배당 등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어 온 기본소득 실험의 성공과 한계, 실패의 기록 

 

2012년부터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 동향을 꾸준히 연구해온 젊은 저자 5명이 참여하는 리서치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