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가리키는 자침 - 에일, 라거, ABV, IBU

비어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에일, 라거, ABV, IBU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맥주는 크게 나누어 오직 두 종류, 에일(Ale)과 라거(Larger)뿐이다. 마치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처럼. 둘을 가르는 차이는 발효방식이다.

 

재료를 발효시켜 맥주로 만드는 미생물이 효모인데, 10도에서 25도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보통 표면에 떠올라 두터운 막을 이룬다. 이러한 상면발효(Top Fermenting)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맥주를 에일이라 부른다.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진행되는 발효과정에서 생겨나는 에스테르는 여러 에일에 강한 맛과 향,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다. '기네스' 덕분에 잘 알려진 스타우트와 포터, 그리고 '호가든'으로 주로 알려진 밀맥주는 에일에 속한다.

 

* 브랜드에 관한 잡지 매거진 B '기네스' 편. 우리가 잘 아는 에일 중 하나인 '기네스'를 다뤘다. (영상 © Magazine B) - PUBLY

 

약 5,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에일과 달리 라거는 몇백 년 정도로 그 역사가 짧다. 라거가 발효하는 온도는 약 7도에서 15도 사이로 대다수 효모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보다 훨씬 낮다. 때문에 발효 속도도 훨씬 느리고, 발효가 진행되면서 표면에 떠오르는 대신 차츰 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러한 하면발효(Bottom Fermenting)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맥주가 라거다. 낮은 온도에서 활동하는 효모가 만들어내는 맛은 에일의 맛과는 분명 달라서, 한층 담백하고 깔끔하다. 호프집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맥주 '카스'나 '하이트'는 라거에 속한다.

ABV와 IBU는 맥주 맛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 척도다.

ABV는 'Alcohol By Volume'의 약자로, 섭씨 20도에서 100 밀리리터 당 포함된 알코올의 비율을 뜻한다. ABV가 높을수록 도수가 높다.

 

IBU는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의 약자로, 맥주 원료로 쓰이는 홉에 들어 있는 아이소휴몰론(Isohumolone)이라는 성분이 해당 맥주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나타내는 지수다. 아이소휴몰론 1PPM (Part-Per-Million)은 1 IBU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IBU가 높을수록 쓴맛도 강하지만, 맥주에 포함된 엿기름, 혹은 몰트(Malt)나 기타 성분의 함량에 따라 실제로 느껴지는 쓴맛의 정도는 달라진다. IBU가 일단 110을 넘어가면 쓴맛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에일이냐 라거냐, ABV와 IBU가 각각 얼마 정도인가에 따라 대략적인 맥주 맛을 상상해볼 수 있다. 지도를 펼치기 전에 동서남북을 파악하는 수순과도 비슷하다. 마셔본 맥주가 그리 다양하지 않더라도, 가령 에일이라면 폭넓고 개성적인 향을, 라거라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기대할 수 있다.

 

ABV가 높다면 취기가 빨리 오르는 것뿐 아니라 단맛 역시 강하리라고 짐작해볼 수 있는데, 양조할 때 몰트를 많이 넣을수록 도수가 세지면서 발효과정에서 당분이 더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IBU는 높을수록 쓴맛도 강하겠지만, 이때 ABV도 높다면 몰트 향이나 단맛, 기타 여러 첨가물의 향 때문에 본래의 쓴맛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다.

 

 

유서 깊은 맥주로 축제의 막을 열다
— 트라피스트 에일과 람빅

 

이런저런 상상과 더불어 보낸 며칠과는 달리, 비어페스트 첫날은 일이 바빴던 탓에 저녁 일곱 시 반이 넘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행사장 입구로 통하는 길목은 한 곳뿐이며 통과하기 전에 신분증과 가방의 내용물을 검사한다. 이메일로 미리 받아둔 입장권을 보여주고 맥주와 교환할 수 있는 티켓 열 장이 담긴 아담한 유리잔을 건네받아 내려갔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정경. 잔디밭은 여전히 맥주를 즐기는 이들로 붐빈다. © 김서경

7월엔 보통 저녁 아홉 시를 넘겨야 석양을 볼 수 있으니, 시애틀 센터 앞뜰의 잔디 구릉은 여전히 느지막한 오후 햇살의 기분 좋은 여운으로 가득했다.

 

행사장 건물로 쓰이는 피셔 파빌리온(Fisher Pavilion)은 문을 활짝 열어두어 안팎의 구분이 없었다. 세 벽을 빙 둘러 예닐곱 종의 맥주가 놓인 테이블이 줄지어 늘어서고, 뒷벽엔 맥주의 이름과 함께 한 잔 당 지불해야 하는 티켓의 개수가 크게 적혀 있었다.

 

행사장 한가운데엔 앉거나 서서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높고 낮은 탁자들이 놓였으며,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잔을 든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인과 함께 놀러 온, 덩치 크고 꼬리숱이 풍성한 개들도 여러 마리 보였다.

맥주 테이블이 놓인 뒷벽마다 번호와 함께 맥주의 이름과 필요한 티켓의 숫자를 붙여 놓았다. 맥주에 따라 적게는 한 장, 많게는 다섯 장까지 다양하다. © 김서경

자, 무슨 맥주부터 시작할까.
가슴 설레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이어지는 내용 전문은 '시애틀로 떠나는 맥주여행' 디지털 리포트에 실립니다.
9월 23일(금)에 발행됩니다.

목 차

1부: 시애틀 비어페스트

- 1일 차: 트라피스트 맥주와 람빅
- 2일 차: 애비 에일, 플레미쉬, 스카치 에일
- 3일 차: 발리와인, 비어 뒤 가르, 기타 잘 알려지지 않은 맥주

2부: 로컬 브루어리 탐방
- 맥주와 사교가 핵심인 프레몬트 브루어리
- 발라드 지역의 브루어리들
- 페들러 펍과 자전거 바 문화
- 라벤나와 퀸 앤의 브루어리들
- 캐피톨 힐에서 맛보는 하드 사이다

3부: 시애틀 이외의 브루어리들
- 포틀랜드 일대 브루어리와 크래프트 비어 문화
- 캐나다 밴쿠버 일대 브루어리와 크래프트 비어 문화

PUBLY의 두 번째 맥주 파티

 

2015년, 첫 번째 파티의 기억
 

먼저 2015년 10월 2일에 있었던 퍼블리팀의 첫 번째 맥주 파티의 현장을 다시 전해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퍼블리팀은 31명의 독자와 10명의 필자 분을 모시고 '재미있는' 파티를 열었습니다. 어떤 재미가 있었는지 궁금하시다면, 당시 마감의 늪에 빠진 에디터가 직접 쓴 후기를 읽어보세요.

2015년 맥주 파티 풍경 - C프로그램 엄윤미 대표

2015년 맥주 파티 후기 1. 맥주 파티의 시작
2015년 맥주 파티 후기 2. 맥주 파티 끝

2015년 맥주 파티 풍경 - 글 쓰는 투자가 황준호 님

 

 

두 번째 파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포스터 시안 designed by Jane

올해에는 9월 28일 수요일 저녁 7시, 서울 성수동 카우앤독 1층에서 열립니다. 성수동에서 공수한, 향긋한 오렌지와 자몽 향이 가득한 Wonderful IPA (ABV 5.0%, IBU 31)와 카라멜 향을 가득 머금은, 묵직하면서도 구수한 맥아 향을 가진 에쎄베(ESB) (ABV 5.5%, IBU 30)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번 PUBLY 맥주 파티에 참석하시는 저자 분들도 소개합니다. (호칭은 생략합니다, 9/20 기준)

 

- 정보라: 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보라쇼 남남서로 가라 - SXSW
- 조진서: 신중세시대메리미커 도슨트 살롱
- 정무일, 오지성, 장호영, 장동욱, 강동민, 오종욱, 하용호, 박재욱: 메리미커 도슨트 살롱
- 조성도, 임호열: 이메일 마케팅에 관한 TEDC 보스턴
- 이진주: Women at KAIST 인터뷰
- 유승제, 서창훈: AVPN컨퍼런스 in HK
- 황준호: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 이인한: 피아니스트 정한빈이 말하는 예술과 인생
- 제현주: 곧 오픈할 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PUBLY 팀과 프로젝트 저자 분들, 그리고 PUBLY를 아껴주시는 회원 분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