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고 처음 겪은 일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7월에 발간된 <킵고잉>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장사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도매시장을 찾으면 주눅부터 든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한두 번 와본 게 아닌 듯하다. 몇 마디 하지 않고도 수량과 가격을 척척 주고받는다. 물건을 받고 돈을 넘겨주기까지 30초도 걸리지 않는 것 같다.
도매상들은 오랜 경험으로 초짜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돈 주고 사 먹는 식당에서도 '이모님~', '사장님~' 불러서 온당히 받아야 할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에게 사업은 도매시장을 찾는 것부터 난항이다.
"모르면 호구 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호구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맨 먼저 찾아간 곳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남대문 도매시장이었다. 처음 가본 도매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무척 낯설었다. 도매시장을 가면 통로를 걸어다니며 물건을 보는 것부터 어색하다. 어디를 가야 할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일단 가서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인터넷은 이것보다 더 싸게 팔던데 깎아주세요."
"다른 데는 10개 사면 1개 덤으로 주던데 여기는 그런 거 없나요?"
당당하게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는 성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수십 명씩 상대하며 흥정에 이골이 난 도매상들에게 물건을 사면서 깎아달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도매상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고스란히 지불했다. 물건값이 적정한지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해당 제품의 최저가가 내가 사온 가격보다 훨씬 싼 것이었다. 처음 도매시장에서 사온 제품들은 모두 인터넷 최저가보다 비쌌다. 모르면 호구가 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