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idn't choose email
- 들어가며 -
이 글은 PUBLY의 이메일마케팅 컨퍼런스, 왕중왕을 가다 - TEDC Boston 프로젝트의 유료 보고서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메일마케팅 서비스인 스티비(Stibee)의 조성도님, 임호열님이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TEDC(The Email Design Conference)에서 가지고 온 지식과 경험을 한 편의 보고서로 정제합니다.
본 글을 포함해 프로젝트 참여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미리보기 글은 PUBLY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메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거나 이메일과 관련된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메일 담당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은 디지털 마케팅, UX, 웹디자인, 웹개발, 퍼블리싱 등 더 넓은 범주의 일을 하다가 어떤 계기로 이메일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I didn't choose email.
Email chose me."
(내가 이메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메일이 나를 선택했다.)
The Email Design Conference(이하 TEDC)에 참석한 사흘 동안 수차례 들은 말이다. TEDC에 모인 이메일 긱(Geek)*들도 내 예상처럼 처음부터 이메일 담당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 특정 분야에 강한 지적 열정을 가지는 사람을 뜻한다. TEDC에 모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메일 긱(Email Geek)'이라고 불렀다. 트위터 해시태그 #emailgeeks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볼 수 있다.
TEDC 행사장 입구 ⓒ임호열
TEDC를 '이메일마케팅 컨퍼런스의 왕중왕'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다른 이메일마케팅 컨퍼런스들이 마케팅 관점에서만 이메일마케팅을 다루는 데 반해 TEDC는 개발, 디자인을 포함한 이메일마케팅의 모든 것을 다루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컨퍼런스에 가면 그 업계에 대한 밝고 희망찬 미래 같은 것을 보게 된다. 모두들 그 업계의 양적 성장과 기술의 발전과 계속되는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즐비하게 늘어선 기업 홍보 부스에서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서비스와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컨퍼런스가 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운영되고 이들에게 부스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EDC는 달랐다. 많은 연사들이 업계에 대한 밝고 희망찬 미래가 아닌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한 경험을 이야기했고, 컨퍼런스를 주최한 Litmus의 부스를 제외하고는 기업 홍보 부스도 없었다.*
* Litmus의 CEO인 Paul Farnell이 쓴 Why Litmus Said "Yes" to Conferences를 읽어보면 Litmus가 왜 스폰서십 없이 TEDC를 운영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컨퍼런스의 현장은 아니었으나 그곳에 모인 이메일 긱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보였다. "내가 이메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메일이 나를 선택했다."면서 이 일을 딱히 원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그들 사이에는 동지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했고 방금 들은 세션에 대한 의견과 고민과 시덥잖은 농담을 나누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트위터에도 해시태그 #LitmusLive와 함께 TEDC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시덥잖은 농담부터 세션에 대한 의견까지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첨단의 Marketing Automation과 고전의 Email
컨퍼런스에 어떤 사람들이 참석하는지를 보면 그 업계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TEDC에는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이 참석했다. Litmus는 참석자들의 이름, 회사, 직책을 사전에 공개했는데 이를 분석해보면 기획/마케팅 직군이 약 50%, 디자인 직군이 약 28%, 개발 직군이 약 13%였다.
기획/마케팅 직군에는 Email Marketing Manager, Digital Marketing Manager, Marketing Operations Manager 등이 포함되어있었고, 디자인 직군에는 Graphic Designer, Creative Director, Creative Manager 등이 포함되어있었고, 개발 직군에는 Front-end Developer, Web Developer, Email Developer 등이 포함되어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직책은 Marketing Automation Manager였다. Marketing Automation(이하 마케팅 자동화)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마케팅 기술 중 하나로, 사용자 분류 및 획득, 캠페인 실행, 결과 분석 등의 마케팅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아래 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Marketo, Pardot, Eloqua, Hubspot 등이 있다. 이메일마케팅과 관련된 M&A 중 규모가 큰 경우는 대부분 이런 마케팅 자동화 서비스에 대한 것인데, Pardot를 인수한 Exacttarget을 Salesforce가 약 2조 원에 인수했고,* Eloqua를 Oracle이 약 9천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 Exacttarget은 Pardot을 약 1천억 원에 인수했다. Exacttarget은 Pardot 외에도 다양한 마케팅 기술 관련 회사를 인수해왔고, 결국 Salesforce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인수되며 Salesforce Marketing Cloud의 전신이 된다.
마케팅 자동화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사용되던 개념인데, 최근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데이터가 많아면서 이에 대한 활용가치가 높아짐과 동시에 분석과 활용은 더 어려워졌고,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해진 것이다.
작은 카페를 운영한다고 생각해보자. 10명 남짓의 단골 손님이 있다면, 평소에 음료를 좋아하는지, 어떤 시간에 카페에 와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대화를 조금 해보면 성격이나 직업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10명에게 각각 어떤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면 마케팅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찾는 손님을 위해 그에 잘 어울리는 디저트를 따로 준비하거나 항상 같은 종류의 책을 읽는 손님을 위해 그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수천, 수백 만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사용자의 개별 성향을 직접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용자 수가 많은 만큼 분석할 데이터도 많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도 많기 때문이다.
마케팅 활동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중요해진 것은 그 마케팅 활동의 성과, 즉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 활동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 데이터로 남게 됐다는 것과 그 데이터를 근거로 이후의 전략과 실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마케팅 기술 Marketing Automation와
가장 잘 어울리는 Email
마케팅 기술의 첨단인 마케팅 자동화는 역설적이게도 마케팅 분야 중 첨단과 가장 멀어보이는 이메일마케팅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마케팅 자동화에서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게시를 자동화하려면 외부 채널과의 연동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 외부 채널로부터 데이터를 제약 없이 읽어올 수 있어야하고 외부 채널에 콘텐츠를 제약없이 게시할 수 있어야한다. 그 채널이 서비스에 종속되어있다면 서비스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마케팅을 자동화한다고 했을 때, 페이스북의 광고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외부에서 수집할 수 있어야하고 외부에서 페이스북에 광고 콘텐츠를 게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페이스북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정책은 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광고와 관련된 솔루션을 내재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고 솔루션으로서의 차별화는 회사 전체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메일은 서비스에 종속되어있지 않다.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여 발송하든지 그 데이터는 온전히 나의 것이다. 이메일마케팅의 고객 데이터는 어떤 서비스의 사용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고객 자체에 대한 데이터이다. 게다가 이메일은 사용자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많은 서비스들이 이메일 주소를 사용자를 식별하는 정보로 사용한다. 따라서 이메일 주소를 알면 그 사람이 각각 다른 서비스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파악하고 이의 연관성을 분석하거나 서로 다른 채널에서 리타겟팅*하는 것도 가능하다.
* 특정 광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사용자에게 다른 채널에서도 관련된 광고를 계속 노출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면서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과학자 등의 직업군이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빅데이터 디자이너와 같은, 대놓고 빅데이터라는 말을 붙인 직업군도 생겨났다. TEDC 참석자 리스트에서 발견한 Marketing Automation Manager라는 직책도 마케팅 자동화라는 트렌드가 이메일마케팅 업계에 얼마나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이다.
세션 중에도 콘텐츠의 모듈화, 개인화 등 마케팅 자동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 밖에도 다양한 키워드들이 언급됐지만 기술 발전의 측면에서 묶어보면 "자동화"가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이메일마케팅 업계의 최신 트렌드 5가지
TEDC에서 보고 들은 것을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유료로 발행되는 보고서에서는 각 키워드에 대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1.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이메일마케팅의 기본은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메일마케팅을 할 때는 목적을 명확히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유도할지 메시지와 콘텐츠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발송성공가능성(Deliverability) 높이기
이메일마케팅을 하다보면 스팸으로 분류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하게 된다. 모든 이메일이 받은편지함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운영상의 미숙함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리스크는 이메일마케팅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종종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한다.
3.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의 중요성
다른 디지털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이메일마케팅에서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 TEDC에서 강조된 것은 데이터 하나하나에 대한 수집과 분석이 아니라 종합적인 관점에서 데이터를 바라보고 고객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4. 모듈화와 개인화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메일마케팅은 크게 모듈화(Modularization)와 개인화(Personalization)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듈화는 이메일을 본문이나 화면 단위가 아닌 모듈 단위로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웹의 스타일가이드 같은 것이다. 이메일 제작이 모듈화되면 더 발전된 형태의 개인화, 즉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가 가능해진다.
5. 협업
이메일마케팅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의 협업이 필요하고 때로는 외부 에이전시와 함께 할 때도 있다. 이메일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떤 프로세스로 일을 하는지, 얼마나 잘 협업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과 서로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
TEDC 둘째 날 저녁에 진행된 애프터 파티에서 Really Good Emails를 운영하고 있는 Matt Helbig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이 얼마나 디지털 친화적인 곳인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곳이지만 이메일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다. TEDC 같은 행사도 없고 이메일마케팅과 관련된 커뮤니티도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이라는 주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놀랍고 많은 영감을 준다."
그런데 조금 맥빠지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여기도 별 거 없다. 오늘 여기에서 본 것이 여기 이메일 커뮤니티의 전부이다. 이 정도의 커뮤니티가 생긴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TEDC에 처음 참석한 입장에서 대단해보이는 이 커뮤니티가 사실은 누군가의 꾸준한 노력으로 겨우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TEDC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TEDC를 주최한 Litmus의 노력이었다. Litmus는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춰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첫째 날 저녁에는 Welcome Party가 진행됐고 둘째 날 저녁에는 After Party가 진행됐다. 세션 중간에는 연사와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Speed Dating 시간이 있었다. 둘째 날과 셋째 날 오후에는 자신의 이메일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수백명의 참석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Live Optimization 시간도 있었다.
둘째 날 저녁에 진행된 After Party
연사와 참석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Speed Dating
상기된 얼굴로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TEDC 참가자들은 '커뮤니티'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는 것, 한국 상황과 가장 다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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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TEDC Boston]
이메일마케팅 컨퍼런스의 왕중왕
- The Email Design Conference (TEDC) 보고서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