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이 런웨이에 공항을 옮겨온 이유

저자 김다영

스마트 트래블 랩 '히치하이커'의 대표이자 스마트 여행 및 여가설계 강사. 전 세계 120여 개 호텔을 여행한 기록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라는 책으로 펴냈으며, 호텔 전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팟캐스트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를 통해 매주 여행 업계의 최신 동향을 전달하고 있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4월에 발간된 <여행의 미래>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0.07.10]

2015년 10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6 S/S 오트 쿠튀르 패션위크 중 최대의 이슈는 단연 샤넬이었다. 런웨이에 공항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연출이 너무나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샤넬의 런웨이에는 카운터와 수화물용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됐고, 모델들이 여행용 캐리어를 끌며 워킹을 하기도 했다.

©CHANEL

이처럼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여행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헤미안, 와일드, 어드벤처 등이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팅에 중요한 테마가 되자 패션계의 '여행 사랑'은 눈에 띄게 늘었다. 반대로 여행 브랜드들 역시 패션을 서비스나 마케팅에 두루 활용하고자 한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여행 업계와 패션 업계가 어떤 식으로 서로의 영역에서 영감을 얻는지, 그 대표적인 사례들은 무엇인지 알아보려 한다.

 

2018년,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열린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휴양지를 위한 패션으로 구성된 컬렉션) 쇼의 메인 테마는 여행자에게 건네는 프랑스 인사말인 '본 보야지(Bon Voyage, 여행 잘 다녀오세요)'였다. 런웨이 옆에는 실물 크기의 대형 여객선을 설치했고, 여기에 뱃고동 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 등 음향효과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져 실제 항구에서 패션쇼가 펼쳐지는 것처럼 연출했다.

©CHANEL

때때로 여행은 패션에 영감을 준다

일찍이 여행의 이미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루이비통이었다. 사실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여행의 발달과 함께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철도 여행이 본격화된 1800년대 중반의 프랑스, 철길 옆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던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눈에 사람들이 기차에 들고 타는 여행 가방이 들어왔다. 그 가방이 불편해 보였던 루이 비통은 이를 편리하게 개조해 실용적인 여행 가방을 만들었고, 이 가방이 세계적인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