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말을 무시하는 1단계: 당황

저자 서늘한여름밤

낮에는 에브리마인드 심리상담센터에서 대표로, 저녁에는 프리랜서 창작자 서늘한여름밤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서늘한마음썰>을 진행하고, 마음에 대한 그림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를 썼습니다.

시리즈 소개

서늘한여름밤의 에세이는 시리즈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겪었던 고충에 대해 솔직하고 다정하게 풀어내려 합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프리랜서의 5대 고통'에 대해 살펴볼 예정인데요. 각각의 고통은 무엇인지, 서늘한여름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무엇에서 도움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악플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려 하지 않겠다. 악플은 받은 사람은 정확히 안다. 그게 악플이라는 것을.

 

블로그에 올린 그림일기에 모르는 사람이 남긴 댓글을 처음으로 확인했을 때가 생각난다. 너무 신기했다. '서늘한여름밤'이라는 나의 닉네임을 네이버, 구글, 트위터를 돌아가며 열심히 검색했다. 내 그림일기를 보고 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처음으로 악플이 달렸던 그림일기도 기억이 난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그걸 악플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단정한 어투로 길게 쓴 댓글은 얼핏 봤을 때는 예의 발라 보였다. 나는 오해를 풀고 싶었다.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었다. 나는 나와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창작자가 되고 싶었고, 내 창작물로 인해 (이유가 어찌 되었건) 누군가 기분이 상했다는 게 미안했다.

 

내가 틀린 건지 밤새 곱씹어보고, 상대를 이해하려 해보고, 지인들에게도 의견을 구했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을 리 없는 친구들은 '그냥 무시해'라며 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나는 무시가 되지 않았다. 왜 이런 댓글이 무시가 안 되는 건지 나를 또 돌아봤다.

 

만약 이런 경험에 공감한다면 지금 당신은 '악플을 (적당히) 무시하게 되는 5단계' 중 1단계에 있는 것이다. 전혀 무시하지 못하는 단계.

©서늘한여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