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까진 아니더라도

저자 차우진

음악평론가. 스페이스오디티에서 일했었고 현재는 미디어 비평과 콘텐츠 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2002년부터 회사 생활을 시작해 그 뒤로 여러 번 직장을 옮겼다. 2009년부터는 본의 아니게 프리랜서가 되었고 어느덧 이 생활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디에디트, 리디셀렉트, 아레나, 보그 등에서 칼럼을 쓴다. 저서로는 <청춘의 사운드>가 있다.

넷플릭스의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는 그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세계 최고의 시간 관리법이라니, 하는 마음으로 집중해서 봤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빌 게이츠는 교육, 빈곤, 의료, 정보접근성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문제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한다.

 

그런데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인력을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여러 이해관계를 해소해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엄청난 집중력과 협상력, 시간 관리가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그중 어떤 것은 돈이나 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간만큼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시간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오직 자기만의 노하우가 필요한 이유다.

©Netflix

시간은 그분이 유일하게 더 사지 못하는 상품이에요.

이 코멘트에 내 집중력은 무너졌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시간의 총량은 동일하다. 하지만 각자가 사용하는 시간의 개념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나는 빌 게이츠처럼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들의 시간 관리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의 의도와는 무관하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본 직후 나는 다른 사람의 시간 관리법을 참고하는 걸 그만뒀다. 대신 내가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고, 내게 맞는 관리 방법을 찾기로 했다. 빌 게이츠까진 아니더라도 내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일단 '내게 필요한 시간이 어떤 것인지' 재설정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보니 프리랜서

나는 나를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거의 매일 한두 시간을 들여 이제까지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노트에 메모를 했다. 일하는 방법과도 상관없고 시간 관리와도 상관없으니 넘겨도 좋지만, 내가 프리랜서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