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Hey!
얼마 전 경선이 끝난 미국에서는 이메일을 중요한 선거 캠페인 수단으로 활용한다. 힐러리 캠프도 마찬가지이다. 힐러리 캠프에서는 매일 적게는 2통, 많게는 5통의 이메일을 보낸다. 그런데 힐러리 캠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이메일 제목은 "Hey"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I need you.", "dinner?", "tonight"처럼 마케팅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제목도 많다. 제목을 뭐라고 쓰는 게 좋을지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생각나는대로 써버리기라도 한 걸까?
힐러리 캠프의 이메일 ⓒ임호열
힐러리 캠프에 앞서 이메일을 활용한 선거 캠페인의 사례로 잘 알려진 것은 오바마 캠프이다. 오바마 캠프는 2012년 대선을 위해 모은 10억여 달러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6억 9천만 달러를 온라인에서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대부분이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캠프의 이메일마케팅 팀은 한 가지 이메일을 보낼 때 18가지 버전을 만들어 먼저 일부 테스트 그룹에게 발송한 뒤 가장 성과가 좋은 버전을 나머지 모두에게 발송'했다고 한다.
테스트 발송 결과가 가장 좋았던 이메일 제목은 "I will be outspent."였고, 가장 나빴던 것은 "The one thing the polls got right..."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둘을 나머지 모두에게 발송했을 때의 예상 모금액이 무려 6배나 차이가 났다고 한다.
캠페인 기간 중 성과가 좋았던 또다른 제목은 "Hey"였다고 한다. 오바마 캠프의 실험과 학습이 힐러리 캠프에도 그대로 이어져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Hey vs 저기요
해외 사례를 그대로 활용할 수는 없다. 이메일 제목에 "저기요"라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참고할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마케팅 이메일을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메일 제목에 대해 고민해봤을 것이지만 고민의 결과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기회도 딱히 없고, 다른 사람의 고민의 결과를 접할 기회도 딱히 없다. 다들 적당히 고민해서 적당히 쓰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제목을 뭐라고 쓰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다.
왜 참고할만한 국내 사례를 찾기 어려운 걸까? 참고할만한 국내 사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없거나 필요로 하지만 그런 사례를 모으고 공유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적어도 전자는 아니다.
국내 사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많다. 이메일마케팅에 대한 강의를 종종 하고 있는데 항상 국내 사례를 더 많이 소개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가능한 국내 사례를 소개하려고 노력하지만 알려진 사례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해외 사례를 주로 소개하곤 했다.
나중에는 방법을 바꿨다. 좋은 국내 사례를 찾기 어려워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직접 자신이 발송한 마케팅 이메일을 사전에 공유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강의 시간에 그 이메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직접 발송한 사례이다보니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고 얻는 것도 더 많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TEDC(The Email Design Conference)에 가는 목적은 명확하다. 이메일마케팅 실무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사례를 모으고 공유하는 것은 몇 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서로의 고민과 노하우와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그런 커뮤니티가 국내에도 있었으면 한다.
국내에도 이메일마케팅에 대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많을 것이다.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기회만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마케팅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TEDC도 처음에는 작은 워크샵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30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4년 동안 진행하면서 지금은 매년 1,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컨퍼런스로 성장했다. 보스턴 뿐만 아니라 런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컨퍼런스가 열린다. TEDC를 주최하는 Litmus의 CEO는 컨퍼런스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글, Why Litmus Said "Yes" to Conferences에서 성공의 비밀을 밝혔다.
"TEDC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수익 창출과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Paul Farnell, CEO and Founder of Litmus
Litumus는 유명한 사람을 모셔와 키노트 스피치를 하게 하는 것보다는 이메일을 실제로 다루는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이메일과 관련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프론트엔드 개발자, 디자이너와 마케터로부터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을 때, 힐러리나 오바마 캠프의 사례가 공유되고 그 사례를 활용한 더 많은 사례가 공유되고 또다른 아이디어가 발견되면서 실험과 학습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
기대되는 세션들
이번에 참석할 TEDC 보스턴의 세션 스케줄이 얼마 전 공개됐다. 실제 전문가들의 세션으로 구성되어있고 참석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 중 기대되는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Interactive Email from Design to Deployment: A Brand Perspective
- Nest의 이메일마케팅 팀이 이메일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술과 도구를 활용하는지 그 노하우를 공유한다. Nest는 몇 년 전 구글에 인수된 스마트홈 플랫폼 회사이다.
2. What Do You Mean They Don't Like Spam?! Getting off a Blacklist
- 스팸은 이메일마케팅 담당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이다. 갑자기 어느 날부터 내가 보낸 마케팅 이메일이 스팸으로 분류된다면?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3. Everything You Ever Wanted to Know about Email CTA Buttons (and Probably Some Stuff You Don't)
- 이메일의 핵심은 역시 버튼이다. 마케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버튼을 만드는 방법을 공유한다. 이 세션을 진행하는 Really Good Emails의 Mike Nelson은 스티비 팀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한국의 이메일마케팅 시장과 사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4. Android Responsive Layouts / Hybrid Alternatives That Work in Gmail
- 웹과 달리 이메일을 반응형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꽤나 복잡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많다. 안드로이드와 Gmail 앱에서 작동하는 반응형 레이아웃을 소개한다.
5. Live Optimization
- 참석자들이 자신의 이메일을 등록하면 발표자와 참석자들이 함께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눈다. 언어가 다른 국내 사례를 등록할 순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지켜보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외롭지 않게 일하는 방법
특정 직군이나 업계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성을 함께 높여가는 것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메일마케팅이라는 업계로 보면 이렇다 할 커뮤니티가 아직 없다.
커뮤니티는 몇 명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 질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PUBLY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리포트 발행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현장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 워크숍은 프로젝트 팀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메일마케팅 실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아마도 각자의 조직에서는 외롭게 일 하고 있을 실무자들이, 서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면 동기부여도 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가지 않을까. 이 프로젝트가 국내 이메일마케팅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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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TEDC Boston]
이메일마케팅 컨퍼런스의 왕중왕
- The Email Design Conference (TEDC) 보고서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