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여줄 콘텐츠가 넘쳐

저자 서해인

80년대생 밀레니얼입니다. 주류, IT, 뷰티 등 언뜻 보기에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각종 분야의 스타트업에서 온라인 마케팅 및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해왔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오픈 플랫폼에서 운영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열흘간 보고, 읽고, 들은 것을 '콘텐츠 로그' 형태로 제안하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수록작 <스펙트럼>은 주인공인 희진이 외계의 또 다른 지적 생명체인 루이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희진은 또래에 비해 투철한 모험심을 가진 아이가 아닙니다. 대신 '에일리언 콘텐츠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났다고 묘사됩니다. 희진과 그의 친구들 모두 콘텐츠를 끊임없이 보고 자랄 수밖에 없는 세대에 속해 있던 것이죠.

 

가수 온앤오프의 노래 '억X억'에는 '시간은 상대적이야 우린 긴 하루를 보내자', '아침저녁 보여줄 콘텐츠가 넘쳐'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사랑에 관한 낡은 비유보다, 보여줄 콘텐츠가 넘친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고백법이 된 세대인 것입니다.
 

2019년에 출간된 소설인 <스펙트럼>과 발매된 음악인 '억X억'에 대해 잠시 얘기해 보았습니다. 이제 이 웹북이 다루려고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짐작되시나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레니얼과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80년대생 밀레니얼인 저는 일로 콘텐츠를 만들고, 취미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그 외의 모든 시간을 최선을 다해 끌어모아) 일이 아닌 콘텐츠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마 당분간은 콘텐츠 없는 삶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콘텐츠 디톡스'를 할 계획도 없고요.)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동시대 밀레니얼의 보편적인 생활양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레니얼을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볼수록, 이들은 도무지 한 가지 속성으로 해석되지 않기도 합니다. 2020년 1월, 민음사는 인문 잡지 <한편>을 내놓으며 창간호의 주제로 '세대'를 다뤘습니다. 신새벽 편집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