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계속해온 일

주요 등장인물

  • 장병규: 블루홀(현 크래프톤) 의장 및 공동창업자
  • 김강석: 전 블루홀 CEO 및 공동창업자
  • 김창한: 배틀그라운드 PD이자 현 펍지 CEO(크래프톤 CEO 내정자)

2017년 3월, 블루홀 10주년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장병규는 기쁘지 않았다. 뽐내어 축하할 만한 성과가 크지 않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블루홀 자금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 아니, 나빴다. 게임 업체 넵튠이 블루홀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결정해 50억 원의 추가 자금을 수혈했지만 잔고가 곧 바닥날 지경이었다. 블루홀 임직원 월급이 2개월 치밖에 남지 않았다.

 

장병규가 개인 재산을 또다시 담보로 잡아 블루홀에 돈을 집어넣을 방법도 끊겼다. 더는 수가 없었다. 장병규는 웃음기를 잃고 무표정할 때가 많아졌다. 안부를 묻는 말에 "괴로움이 목구녕 밑까지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끔찍했던 과거 구조 조정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원을 내보내는 상황을 하루에 몇 번씩 생각했고, 그때마다 몸서리를 쳤다. 

 

늘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장병규지만, 정말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몰랐다. 그는 여느 행사 때처럼 키보드를 두드리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썼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전을 말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 나가기를 요구했다. 그가 블루홀에서 10년간 반복해온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