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오지 않겠어요?"

주요 등장인물

  • 장병규: 블루홀(현 크래프톤) 의장 및 공동창업자
  • 김강석: 전 블루홀 CEO 및 공동창업자
  • 김창한: 배틀그라운드 PD이자 현 펍지 CEO(크래프톤 CEO 내정자)

'뭐가 별 문제 없다는 거야.'

 

김창한과 경영진이 참석한 TSL 신규 게임 제작 프로젝트 승인 회의에서 장병규는 탐탁스럽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회의는 씨름에 가까웠다. 장병규는 김창한에게 번번이 어깃장을 놓았다. 김창한이 만들겠다는 게임의 규모나 제작비는 크지 않았다. 블루홀의 제작 능력이라면 가능하다는 생각도 했다. 전반적으로 이견은 없었지만, 작은 가시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게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되고 이뤄지는지의 여부, 즉 게임 디자인 측면이었다.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 최후의 1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1:99의 총싸움, 배틀로얄 장르의 액션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 김창한의 구상이었다. 장병규는 100명이 한꺼번에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가 난이도 있는 문제로 느껴졌다. 김창한은 줄곧 MMORPG 장르 게임을 만들어온 제작자다. TSL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쌓아왔다. 기술, 아트, 서비스 능력은 되겠지만, 게임 디자인에선 김창한만으로 가능할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장병규가 김창한에게 물었다. "게임 디자이너 없어도 되나요?" 김창한은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이 게임은 뛰고, 총 쏘고, 죽는 게임이라 게임 디자이너 없어도 됩니다." 장병규는 그게 못마땅해서 계속 딴지를 걸었다. "게임 디자인이 별게 없다는 건 상당히 나이브한 주장이네요."

 

확신에 차서 답변하는 김창한과 대화를 나누다 결국 짜증이 올라왔다. 장병규는 차라리 김창한이 "게임 디자인 문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하겠다"라고 말했다면 승인할 마음이었다. 별 문제 없다고만 하니, 일말의 의심이 오히려 걱정이 되어 가슴에 콱 박혔다. 장병규가 한마디 던졌다. "이 장르 게임에 원작자가 있다면서요. 원작자 데리고 오면 게임 개발 승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