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종료를 앞두고

2016년 6월 11일부터 이틀 간 뉴욕 맨하탄에서 열린 Food Loves Tech 전시회(이하 FLT)는 흥겨운 음악과 새로운 볼거리, 흥미로운 시식 코너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로 정신없이 흘렀다. 이후 PUBLY를 통해 Food Loves Tech 펀딩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때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해 미리보기 글을 썼다. 이틀 간의 관찰에 불과했지만, FLT에서 나온 이야기는 굉장히 큰 주제들이었다. 

 

며칠 후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FLT에 참석한 회사들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둔 리포트*가 나온다. 주식애널리스트로서 10여년 동안 일해 왔지만, 짧은 기간에 FLT에 나온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의미있는 분석과 결론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또한 이 분야가 상당히 전문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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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일 발행되는 리포트의 일부분입니다. - PUBLY

새로운 농부, 드론과 로봇

FLT에서 처음으로 손님을 맞아주는 부스의 핵심 키워드는 '드론'과 '로봇'이었다. 드론을 이용해서 농작물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Marvel Vision과 로봇을 이용해 집에서 정밀하게 농사를 짓도록 도와주는 Farmbot을 먼저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이라는 단어에 대한 기대를 가감 없이 충족시켜주는 배치였다.  

 

- Marvel Vision -

 

Marvel Vision과는 전시회 종료 후 전화통화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원래 건축 특화 사업을 진행하던 회사였으며, 드론을 이용한 농업 관련 비지니스는 현재 전체 비즈니스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사업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 중국의 드론 제조사 DJI(전세계 시장 점유율 70%)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5천 불 ~ 5만 불 사이)
  • 드론의 비행과 데이터 관리를 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수익 창출 
  • 드론 대여 및 소프트웨어 관리, 운영

아직은 판매보다 대여,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운영 과정을 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농부들이 직접 드론을 구입하기보다는 이들을 고용해서 조작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드론이 간단하지 않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비행하는 물체는 여러가지 법적 제제를 받으며 조종자는 면허를 따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드론이 농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헬리콥터나 비행기를 쓰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농부들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렇다. 넓은 땅을 몇 분안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기존의 방법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는 기술이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농약을 살포하는 것도, 예전에는 비용 때문에 2-3개월에 한번씩 비행기를 띄워서 정보를 수집했지만, 지금은 이틀에 한번씩 드론을 날려 파악하여 문제를 즉시 발견하고 훨씬 정확하게 살포할 수 있다.  

Marvel Vision이 전시한 드론 @정수진

Marvel Vision은 머지않은 미래에 드론이 농가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농업은 너무나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분야이므로 앞으로 드론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적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Food Loves Tech 전시회의 첫 부스인 Marvel Vision ⓒ 정수진

전시회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농업에 특화한 드론 회사로는 Precisionhawk라는 마켓리더가 있다. 이들은 드론, 구체적으론 사진측량기술(Photogrammetry)을 이용한 드론을 이용해 실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이들의 고객 중 뉴욕주 롱아이랜드의 와이너리가 있었다. 이들은 드론을 날려서 포도밭의 어느 부분에 햇빛이 더 드는지, 어느 토양이 더 건강한지 등을 알아보던 중, 밭 왼쪽 귀퉁이의 포도가 다른 부분에 비해서 훨씬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드론이 보낸 사진의 색을 분석한 결과, 이 현상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포도가 잘 자라고 있던 부분은 밭에 양분을 공급하는 호스가 시작되는 곳이었는데, 밭 초입에서 양분이 다 빠져나가고 있던 것이다. 

 

이들이 제작한 아래 영상을 통해 좀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Farmbot -

 

Farmbot은 이번 FLT에서 비디오로만 소개됐다. 사람 없이 혼자서 로봇이 씨를 뿌리고 야채를 키우는 영상은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며칠 전에 한 언론은 Farmbot의 로봇에 대해 '이 세상에서 가장 괴짜 같은 뒷마당 설치물(Farmbot is the geekiest backyard gardening setup ever)'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이 작명이 이해될 것이다.

 

 

Farmbot은 현재의 농업과 농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개탄하며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가 통제하자'라는 생각으로 탄생했다. 로봇의 정확성을 이용하여 물을 포함한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Precision Farming'이라는 분야로 불리며, 컴퓨터로 수치를 제어하는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farming에도 적용된다.

 

Farmbot의 Precision Farming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사각형의 판 안에 흙을 채워넣고, Farmbot을 설치한다. 그럼 로봇이 알아서 해당되는 씨를 뿌리고, 여러 종류가 섞여 있더라도 각각에 최적화되게 물을 주고, 토양을 관리해주고, 잡초가 나오자 마자 땅에 뭍어버린다. 이 모든 과정은 컴퓨터와 앱으로 통제된다.

 

이에 대해 어떤 이들은 한때 유행했던 모바일게임인 Farmville을 하는 것 같다는 평을 했다. 

ⓒFarmVille

Farmbot은 지금 첫 제품인 'Farmbot Genesis'를 한 대에 $2,900 (정가 $3,900, 25% 할인)에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첫 매출 달성목표 $100,000을 훨씬 초과하여 $570,411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Farmbot Genesis V1.0

이 회사의 특이한 점은 모든 연구결과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픈소스 정책을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연구를 토대로 발전을 이룩하길 원한다. 실제로 Farmbot은 자사 커뮤니티의 정보 피드백을 통해서 많은 개선을 한다고 밝힌다.

 

아무리 게으른 사람도 설치만 하면 집에서 농사를 지어 먹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아 반가운 회사였다. 하지만 배달 받아서 직접 조립해야 하는 Farmbot Genesis는 적어도 Ikea 가구를 조립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며, 개인적으로 세팅할 것도 많다고 한다. 현재로선 일반 대중보단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장치라는 점이 부각돼 보인다.

 

2016 Food Loves Tech in NY
음식과 테크를 함께 맛보다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며 실행 중인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