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렇게 활용하세요
- 매번 시간 관리에 실패해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주니어 실무자: 평일에 야근하는 것도 모자라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에 매달리는데 좀처럼 성과가 안 난다면, 이 아티클을 읽어 보세요. 야근하지 않고도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팀원들에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매니저: 항상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결과물은 영 신통치 않은 팀원에게 팁을 주고 싶다면, 이 아티클 내용을 귀띔해 주세요. 팀의 성과가 올라갈 것입니다.
매일 야근만 해서는 '일잘러'가 될 수 없다
첫 회사에 입사할 당시, 나는 일을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으면 가까이에서 그들을 관찰했다.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그들을 찾아가 물었다. 관찰하고, 묻고, 그들의 답변을 듣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일 잘하는' 그들은 야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야근하는 모습이 보여서 "오늘은 어쩐 일로 야근을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개 아주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고민 중일 때가 많았다.
반면 나는 습관적으로 야근을 하고 있었다. 내게 야근은 특별한 문제를 풀기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었다. 주 업무시간에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요청에 응답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내 결과물을 만들려면 야근을 통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야근이 반복될수록 집중력은 점점 흐트러졌고, 당시 내가 만든 결과물은 허점투성이였다. "회의에 참석하고, 문의에 응답하느라 집중하지 못했어요"는 변명이 되지 못했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메이커*는 결국 결과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회의에 참석했는지, 얼마나 빠르게 문의에 응답했는지'는 회사의 평가 기준이 아니었다.
* 이 아티클에서 '메이커'는 '매니저'와 구분된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대부분의 직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모두 메이커다. 기획자는 기획으로, 개발자는 코딩에 의해 동작하는 프로그램으로, 디자이너는 디자인한 UI 혹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UX)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불필요한 일에 드는 '자투리 시간'을 아껴 '덩어리 시간(Focus Time)'*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메이커에게는 '덩어리 시간'이야말로 야근을 하지 않고도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제때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 '덩어리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이 아티클에서는 특정 작업 A에 최소 2시간 이상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때 이 시간을 '덩어리 시간'이라 하겠다.
왜 '덩어리 시간' 확보가 중요한가?
메이커의 시간 활용은 매니저와 달라야 한다. 회의, 피드백 등이 주 업무인 매니저에 비해, 결과물을 완성해야 하는 메이커는 2시간 이상 집중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커가 덩어리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매니저가 45분 단위의 미팅을 번갈아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메이커가 45분 단위로 업무를 쪼개야 한다면 아마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설사 만들어진다 해도 형편없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메이커가 주로 하는 작업에는 집중력이 필요하고, 필요한 만큼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8분, 최대 20분 정도의 '가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통 메이커들 사이에서는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 비용'이라 부르는데, 메이커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중 하나가 이 '컨텍스트 스위칭'이 자주 일어날 때다. 스위칭이 있을 때마다 '가열 시간'이 더 들기 때문에, 메이커들이 잦은 회의나 매니저의 확인 요청 등에 답하다 보면 '가열'만 하다가 퇴근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게 바로 메이커들이 잦은 야근을 하게 되는 이유다.
미네소타 주립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소피 리로이(Sophie Leroy)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