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 상실이 만든 헛된 꿈: 글로벌 크로싱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8월에 발간된 <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좋은 전략은 상황에 대한 독립적이고 신중한 분석을 토대로 얻은 독창적인 통찰에서 나온다. 반면 나쁜 전략은 대세를 좇아 인기 있는 구호만을 내세운다. 

 

독단적이되 독단적이지 않고, 신중하되 과민하지 않기는 대단히 어렵다. 나도 이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른다. 다만 대세 추종의 위험을 말해주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1997년 AT&T* 출신의 윌리엄 카터(William Carter)와 월레스 도슨(Wallace Dawson)이 애틀랜틱 크로싱(Atlantic Crossing)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들은 AT&T와 계약을 맺고 별도의 대서양 전화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 미국의 다국적 지주회사로 통신 기업이자 미디어 기업

 

자금원은 퍼시픽 캐피털 그룹이었다. 퍼시픽 캐피털 설립자 게리 위닉(Gary Winnick)과 3명의 파트너들은 7500만 달러의 지분 투자와 6억 6600만 달러의 대출을 제공했다. 

 

위닉이 회장을 맡은 회사의 새 명칭은 글로벌 크로싱(Global Crossing)이었다. 글로벌 크로싱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독일을 잇는 1만 4300킬로미터 전장의 광섬유 케이블인 AC-1을 가설했다. 이 케이블로 인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통신 용량은 두 배로 늘어났다. 

 

통신업계는 STM-1 단위로 데이터 용량을 측정한다. 1STM-1은 2016개의 음성 회로에 담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AC-1의 초기 용량은 256STM-1이었으며, 곧 512STM-1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는 초당 80기가비트 혹은 100만 개의 음성 회로를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었다.

 

해저 케이블의 비용은 데이터 용량보다 전장과 수심에 더 많이 좌우되었다. AC-1의 총 가설 비용은 7억 5000만 달러였다. STM-1 당 150만 달러가 들어간 셈이었다. AC-1은 15개월에 걸친 가설 공사 끝에 1998년 여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글로벌 크로싱은 256STM-1을 25년 임대 조건으로 800만 달러에 판매했다. 이 가격은 통신사 컨소시엄이 부과한 18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았다. 그래서 1998년 말까지 35%의 용량이 판매되었다. 총 매출은 9억 5000만 달러로, 가설 비용(7억 5000만 달러)을 감당하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