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아버지, 한니발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8월에 발간된 <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기원전 216년에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로마군을 물리칠 때 구사한 전술은 지금도 연구되고 있다. 전장은 칸나이(Cannae)라는 고대 요새 인근의 평원이었다.

 

8월 2일 아침, 8만 5000명의 로마군과 5만 5000명의 카르타고 군은 서로를 마주보며 결전을 준비했다. 두 군은 약 800미터 거리를 둔 채 1.6킬로미터에 이르는 전선을 형성했다. 한니발은 중앙이 로마군을 향해 전진한 넓은 아치 형태로 전열을 짰다. 중앙에는 이탈리아로 행군하는 동안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모집한 병사들이 배치되었고, 양 측면에는 카르타고 군의 중보병들이 배치되었다.

 

전투가 시작되자 선두에 선 스페인과 프랑스 병사들이 가장 먼저 전진하는 로마군과 부딪혔다. 그들은 전선을 유지하지 않고 한니발이 명령한 대로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로마군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계속 전진했다. 

 

이때 양 측면에 자리한 카르타고 군의 기병대는 멀리 돌아서 로마군의 기병대를 상대했다. 중앙이 뒤로 물러설 때도 양 옆에 배치된 중보병들은 위치만 지킬 뿐 전투에 뛰어들지 않았다. 로마군의 전진이 계속되면서 아치의 방향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중앙에 배치된 병사들은 후퇴를 멈추고 전선을 유지했다. 동시에 중보병들은 세 방면에서 둘러싸인 로마군을 공격했다. 로마군의 후방에서는 멀리 돌아간 기병대가 달려들었다. 

 

한니발의 천재적인 전략은 무서운 효과를 발휘했다. 로마군은 완전히 포위당했을 뿐만 아니라 8만 대군이 좁은 지역에 갇히면서 무기를 휘두를 수도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조직력과 기동성을 빼앗긴 로마군의 수적 우세는 의미를 잃어버렸다.

 

안쪽에 갇힌 로마 병사들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래도 로마군은 항복하지 않았다. 이 전투로 로마군은 하루에 무려 5만 명이 넘는 병사를 잃었다. 이 기록은 전무후무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