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이 왜 중요한가?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2월에 발간된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싼 상품은 그리 쓸만한 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케팅을 처음 배우거나 처음 실무에 들어가면 '가격경쟁에서 벗어난 섹시한 브랜드를 만들거야'라는 담대한 포부를 가지기 마련이다. 내가 만들 브랜드는 값싼 비지떡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실무경험이 쌓이게 되면 이 가격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무서운지 몸소 깨닫게 된다. 나도 모르게 몇백 원의 원가 차이로 생산처와 싸우게 되고 수수료율에 대해 협력업체와 소수점 단위로 옥신각신하며 몇백 원 싸게 내놓으라는 대형할인점 MD의 요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몇백 원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데 어떤 기업에서는 말도 안 되는 저가정책으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무시했던 가격만 싼 속칭 '비지떡'들이 이렇게 명성을 떨치는 이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자본을 매개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저가격이라는 경제적인 차별화, 즉 경제성이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이소(Daiso)는 청소용품, 주방용품, 생활소모품 등 특별할 것 없는 생활용품들을 파는 소매점이다. 독특한 상품도 획기적인 마케팅도 없다. 그렇다고 판매하는 상품에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이소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상품도 극히 드물다. 하지만 다이소는 현재 대한민국 생활용품 소매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1992년 아성산업으로 출발한 이 기업은 2018년 현재 전국에 12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2017년 기준 연 매출 2조 원의 거대기업이 되었다. 수도권의 웬만한 지하철역 주변에 커다란 다이소 매장이 있을 정도로 접근성, 매장 수, 상품의 다양성 등을 다이소의 성공요인으로 꼽지만, 실질적인 성공요인은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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