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할 기회

이번 인터뷰를 기획하고 인터뷰이에게 제안 메일을 보낼 때 설렘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인터뷰를 잘 진행할 수 있을까?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그중 가장 확실한 마음은 호기심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는지 궁금했어요.

 

꽤 오랜 시간 마케터로 일하며 확신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유명 강사의 강의보다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점입니다. 결국 궁금한 것을 그들에게 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궁금할 거라 믿으면서.

 

저는 마케터 역시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만든 창작물을 알리기 위해 또 다른 창작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는 촉박한 시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짧으면 단 몇 주 안에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하죠.

저는 영화 일을 하는 '생활인'이에요. 규칙적인 생활 패턴에서 영감을 찾고, 아이디어도 떠올리죠.

호호호비치 이나리 대표의 인터뷰 중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콘텐츠 산업에서의 크리에이터이자 직장인, 생활인으로서의 마케터라면 모두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과 주어진 시간 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내야 하는 우리는, 어쩌면 '작은 창작 신의 아이들'이 아닐까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마케터의 일에 더 감탄했고,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시도하길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했습니다. 질투가 날 때도 있었지만, 그건 사실 존경심이에요. 표현할 기회가 없었을 뿐, 서로에게 이미 진심 어린 존경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존경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습니다.

 

누군가는 이 인터뷰를 읽고 미처 다 듣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새로운 호기심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콘텐츠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그래서 마케터와 마케팅에 대해 더 이야기할 기회가, 서로가 서로를 궁금해할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주저하지 않는 'showing'이 필요하다

7명의 마케터를 인터뷰하며 저 스스로 생각하는 마케팅 원칙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마케팅은 세뇌'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일단 세뇌가 성공하려면 일정 기간 꾸준히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케터가 콘텐츠에 대한 확신을 온몸으로 드러내야,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100% 설득하기 위한 1%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