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의 성벽을 무너뜨린 BTS와 아미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포노 사피엔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세계 공통의 소비재, 음악의 소비 패턴을 보면 소비 문명 변화의 방향과 세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국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인기는 자발적인 '팬덤 소비'가 소비시장에 얼마나 무서운 변화를 가져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데이터입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항상 아이돌 가수들에게 열광합니다. 그러니 BTS를 향한 열광이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달라진 점은 바로 열기의 확산 과정과 그 파괴력입니다.

 

2018년 BTS는 빌보드200 차트 1위를 무려 두 번이나 차지합니다. 당시 미국 음악산업계에서는 BTS가 5월에 'Fake Love'라는 곡의 인기에 힘입어 1위를 차지할 때만 해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일시적 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상의 인기가 영향력이 커지긴 했으나 여전히 TV, 라디오, 콘서트 등 기존 음악 유통망의 영향력이 더 막강하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비욘세(Beyonce) 등 미국 내 최고의 가수들도 새로운 음반을 내고 나면 거의 한 달간 미국 전역을 돌면서 콘서트부터 방송까지 엄청난 활동을 소화하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그게 당연한 마케팅 패턴이었습니다.

 

빌보드200 차트는 앨범 판매 금액(음원 판매 금액은 환산 합산)을 집계한 것으로 핫트랙과 함께 진정한 음악의 왕좌를 결정짓는 메이저 차트입니다. 모든 데이터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해 집계하기 때문에 SNS상의 인기만으로 1위를 차지하기 어렵고 수익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차트입니다.

 

그래서 기존 미국의 음악 비즈니스업계는 미국이 아닌 국가의 노래가 SNS상의 인기만으로는 쉽게 허물 수 없는 거대한 성벽과도 같았습니다. 오랜 빌보드 역사에서도 외국어 노래가 이 차트 1위를 차지한 건 열 번이 채 안 되고 그나마 마지막 1위도 2006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BTS가 그 거대한 성벽을 한번에 허물어버렸습니다.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만 올렸을 뿐인데 아무 오프라인 활동 없이 메이저 차트를 점령해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3개월 사이 두 번씩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