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디자이너의 '좋은 디자인' 이론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6월에 발간된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폴 랜드(Paul Rand)는 역사상 매우 존경받는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스티브 잡스가 무한한 존경을 표했던 전설의 디자이너로 유명하지만,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를 흠모하는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철학적 접근과 그것을 정제된 형태의 언어로 남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생전에 여러 편의 에세이를 남겼는데, 그것을 모아 출판한 책이 바로 <디자인 생각(Thought on Design)>입니다. 특히 '아름다움과 실용성(The Beautiful and the Useful)'이라는 에세이는 읽을 때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명문입니다.

 

저는 이 에세이가 그래픽디자인이라는 업을 가장 정직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글은 '무엇이 좋은 그래픽 디자인인가'에 대한 두 개의 문단으로 시작됩니다.

그래픽 디자인이—형태의 법칙을 준수해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차원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기호학과 산세리프, 기호학의 영역 안에 속한 것; 추상, 변형, 번역, 회전, 확장, 반복, 반영, 구성, 재구성하는 것—만약에 상황에 적절하지 않는다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첫 문단에는 그래픽 디자인의 존재 이유, 구성 요소, 적용 방법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는 요즘 시대에 때로는 디자인 사이의 경계를 나누는 척도가 무언인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기호학, 산세리프, 기하학의 사용은 분명 그래픽 디자인의 필수 불가결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의 필수 요소들을 재료로 여러 조리법(추상, 변형, 번역, 회전, 확장, 반복, 반영)을 통해 어떤 요리가 가능한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필수요소와 실행방법을 모두 완수해도,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천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