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광고제에 온 윌 스미스

8박 9일 동안의 칸 국제광고제 패스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3,000유로에 세금까지 붙으면 500만 원이 넘는다. 사람들에게 이 가격을 지불하게 하려면 확실한 셀링 포인트가 필요하다.

 

칸 광고제의 셀링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강연을 하는 연사의 레벨. 올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기네스 팰트로, 안나 윈투어, 이기 팝, 어셔 등 약간은 이 분야와 관련 없어 보이는 유명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리고 물론 윌 스미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칸에 가기 전, 이들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정말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그냥 돈벌이하러 오는 것 아닌가?' 과거에 칸 광고제에 참석한 지인들 역시 유명인사 강연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스케줄 짤 때도 고민을 많이 했다. 윌 스미스는 내가 선택한 몇 안 되는 유명인사 중 한 명이었다. 대박이었을까, 꽝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윌 스미스의 세션은 명불허전이었다.

2016 Cannes Lions 윌 스미스 세션 ⓒ남기용

등장하면서부터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다. 실은 시작부터 그의 매력에 빠져들어서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인터뷰는 글로벌 PR 회사 에델만(Edelman)의 재키 쿠퍼(Jackie Cooper)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질문에 윌 스미스가 매번 아주 길게, 재미있게, 훌륭한 대답을 했다.

 

'The Pursuit of Impact(임팩트 추구)'라는 제목이 붙은 이 대담에서 윌 스미스는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스타의 길에서 배운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풀어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아래 4가지 정도가 되겠다.

1. 내가 만드는 영화와 음악을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잘 "팔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2. 요즘 세상에서는 좋은 상품 없이 마케팅만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디지털/소셜 미디어의 영향이다.

 

3.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함없다. 마케팅이든 엔터테인먼트든 다 똑같다.

 

4.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확고한 철학이 핵심이다.

윌 스미스가 어떻게 40분 동안 이 4가지 메시지를 필자에게 주지 시켰는지 짚어보자. 

1. 어린 시절에 이미 확립된 마케터의 관점

윌 스미스는 어린 시절 래퍼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10대 시절, 혼자 랩을 작사/작곡하며 공책에 가사를 끄적거렸다. 그리고 당시 랩 음악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들어가던 욕설(F-word)을 넣어 가사를 쓰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윌의 할머니가 공책을 발견하고 윌에게 말했다.

윌아,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이런 나쁜 단어를 안 쓰고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
너는 똑똑한 사람이지?

할머니의 이 말 한마디가 이후 그가 음악, 연기 등 모든 콘텐츠를 만드는 '기준'에 있어서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는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였지만, 본능적으로 할머니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뒤로는 한 번도 욕설을 사용하여 작사를 하지 않았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만드는 드라마와 영화가 '상품(product)'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것이며, 언제나 이것을 고객들에게 잘 팔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마케터의 관점을 가지게 된 윌 스미스. 그가 엄청난 흥행 기록을 가진 헐리우드 배우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이 때문이 아닐까?

2016 Cannes Lions 윌 스미스 세션 ⓒ남기용

2. 디지털 시대의 좋은 제품 세일즈

다음으로는 쿠퍼가 기술이 스토리텔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하였고, 윌 스미스는 자식들 이야기로 답변을 시작했다. 참고로 그에게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그는 23살이 된 첫째 아들과 그가 10년간 사귀었던 여자친구 이야기로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위트 있게 이야기했다.

아들: "아빠, 여친이랑 결혼할 생각이야 결국은. 우리 약속했어. 그런데 그건 좀 나중 일이니까 그 사이에 다른 여자들도 한번 만나보긴 하려고. 걔도 똑같이 하기로 했어..."

윌: "그냥 바람피워! 엉뚱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아들: "아빠, 이제 바람피우는 시대는 끝났어. 비밀이 없다고 이제!"

웃긴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스마트폰이다. 모든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이 소셜미디어에 포스팅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화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로 이어졌다. 90년대에는 거지 같은 영화를 만들어도, 예고편을 재미있게 만들면 그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어떻게든 버텼다. (목요일에 신문이나 잡지에서 영화 리뷰를 하기 전에)

 

그러나 이제는 영화가 끝나고 10분만 지나면 사람들이 트위터에 포스팅을 하기 시작해서 비밀이 없어졌다. 헐리우드에서도 이제는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드디어" 자각했다고.

 

이는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며, 미국에만 적용되는 건 더욱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질 낮은 상품을 팔면서 마케팅이나 광고를 통해서 좋은 상품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불가능해진 세상이 된 것이다.

 

덧붙여, 윌 스미스도 스스로를 마케터로 생각한다고 한다. 이 정도 인사이트면 이미 훌륭한 마케터인 듯 싶다. 

3.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기

그다음 주제는 고객 중심의 관점이다. 그는 90년대 후반에 엄청나게 성공을 했다. 박스오피스 1위 영화를 거의 매해 쏟아냈으니 말이다. 그러자 본인의 집중 대상이 '작품'에서 '승리하는 것(winning)'으로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때 일종의 슬럼프가 왔다. 혹평을 받았던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찍었던 시기였다.

 

한동안 그는 진심으로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흥행에만 집중했다. 한때는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영화를 찍고 음악을 만들었다. 그것이 흥행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콘서트 투어 중에 생긴 일화.

 

딸: "이제 끝났어.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거야."

 

윌: "무슨 소리야?"

 

딸: "충분히 재미있었어. 이제 끝났어."

대체 무슨 소리일까, 한창 콘서트가 진행 중인데 이제 끝났다니? 윌은 콘서트 투어를 지속하기 위해 투어를 마쳐야 한다고 딸을 계속 설득했다. 다음 날 아침, 그의 딸이 머리를 밀어버리고 나타났다. 그때 노래 제목이 'Whip my hair(내 머리를 흔들어)'였다고.

 

이때 깊이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모든 것을 본인 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는 당시 막상 딸이 원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은 없다. 윌은 그때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말이다.

 

4.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 브랜드 철학의 중요성

강연이 끝날 무렵 그는 뜬금없이 책 한 권을 소개했다. 'Zen in the Art of Archery'라는 아주 오래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인 'target'과 'goal'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한다.

 

화살로 목표를 맞추는 것, 즉 'target'과 인생의 목표인 'goal'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개인이건 브랜드건 장기적인 비전에 해당하는 'goal'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윌 스미스의 목표는 '삶을 개선시키는 것(improve lives)'이라고 한다. 자기가 만드는 모든 영화와 콘텐츠가 인류의 삶에 보탬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이어서 그는 어떤 비즈니스든 간에 점점 그 사업의 장기적인 비전 혹은 철학이 중요해진다는 본인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그 철학은 이미 회사의 상품에 녹아있다.

 

스티브 잡스 생전의 애플을 예로 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유일한 목표가 '매우 놀라운(mind-blowing)'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것이었다. 오로지 애플에서만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 다른 건 정말 하나도 신경 안 썼다. 그게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었고, 결국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6 Cannes Lions 윌 스미스 세션 &#9426;남기용

윌 스미스에게 마케팅을 배우다

마케팅에 대한 그의 인사이트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성공한 연예인들은 훌륭한 사업가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윌 스미스를 보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바야흐로 '브랜드의 시대'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브랜드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된다.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처음부터, 오랫동안 지켜온 '진짜 이야기'만이 칭송받고, 억지로 만든 얕은 '가짜 이야기'들은 대중에 의해 가려내져 관심을 받지 못한다.

 

장기적인 목표와 철학을 가지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늘 고민하면서 좋은 작품을 마케터의 관점으로 만들고 있는 윌 스미스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Cannes Lions 2016 - 칸 국제광고제를 가다]
2016 칸 광고제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주요 인물 인터뷰, 수상작 리뷰는 물론 창의성, 중국, 콘텐츠, 디지털미디어 등의 키워드가 리포트에 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