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예언

우연찮게 며칠 전 Tesla 창업자 Elon Musk의 동생이고 The Kitchen community  등 식음료 분야의  성공적인 창업 투자자로 잘 알려진 Kimbal Musk가 말한 '미래 식품에 대한 4가지 예언'이라는 기사가 올라온 걸 보게 되었다.

 

그 전날에는 또 이 사람이 '메뉴는 모두 5달러 정도, 재료는 모두 그 지역에서 재배한 걸로 만드는 건강한 페스트푸드 체인을 연다'는 기사도 보았었다. 건강한 재료를 표방하는 멕시칸 음식 체인 Chipotle에서 한 끼 먹으려면 15불 정도 드는 걸 감안하면 정말 획기적인 컨셉이다. 참고로 이 기사는 지난 달에 'Costco 임원들이 유기농 페스트푸드 체인에 투자한다'는 기사가 난지 한 달 만에 나온 기사였다.

식음료 분야의 성공적인 창업 투자자 Kimbal Musk ⓒKimbal Musk의 Facebook

'Kimbal Musk의 4가지 예언' 기사는 Food Loves Tech(이하 FLT)  전시회에 다녀온 후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줬다. 이번 프로젝트 오픈 페이지에서 나눴듯이 이번 전시회가 이 예언들에 많은 부분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나온 그의 4가지 예언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식물 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될 것이다(We will see more plant-based meat)

2. 음식은 더욱 신선해 지고, 지역생산 지역소비체제가 될 것이다(Food will be fresher and more local)

3. 미국 정부는 농가에 새로운 장려책을 펴게 될 것이다(The US government will give new incentives to farmers)

4. 우리가 먹는 음식의 모든 것을 알고 먹게 될 것이다(You will know everything about your food)

 

이밖에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1. 축산업이 일 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7백만 톤(7.1mn tons)* 이다
2. 45%의 미국사람들은 유기농 식품을 먹기 원한다
3. 아직 미국 농가의 1%도 유기농 농가가 아니다

 

잠시 이곳 미국의 식음료 관련 산업 규모를 짚고 넘어가자면, Bureau of Economic Analysis(미국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GDP 18조 달러 중 식음료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액수는 약 9천 7백 90억 달러로, 전체의 5.5% 정도를 차지했다. 전체 소매 유통(자동차 등 포함)에서 식음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15%였다. 타 산업의 발달로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줄었을지 모르나(1950년 12.7%, 1975년 7.25%) 그 중요성은 여전하다. 

 

식음료 산업 전반은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원동력임이 분명하다. 또한, FLT 같은 기회를 통해 이 산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건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네덜란드 환경영향평가청(PBL Netherlands Environmental Assessment Agency)이 2015년 11월 발표한 「Trends in global Co2 emissions 2015 report」  보고서에서 2015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7억(35.7billion) 톤으로 나와있다. 여기에 언급한 7백만톤이 어떤 기준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심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음식의 미래를 만드는 자, 기다리는 자

이틀 간의 FLT 전시회에는 약 3천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FLT가 끝난 후 가장 인상깊었던 한 사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Dr. Irwin Adam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두 가지를 물었다.

 

FLT에서 무엇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었는지, 이 전시회를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그의 답은 이러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성공한 점은 기술을 통해서 미래를 이끌어가는 리더들과 대중이 소통할 기회를 준 것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대중을 교육하는 환경을 만들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것은 정말 기뻤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FLT를 통해서, 기술의 발달로 더욱 안정적이고, 영양가있고, 흥미로워지는 음식의 미래를 참석자들이 대면하길 바랬고, 음식의 진화는 평범한 사람들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 모두 그 변화에 동참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대답을 받고 잠시 상투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루할 새 없이 재미있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보통은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아주 잘 짜여진 전시였음은 틀림없었다.

2016 Food Loves Tech 행사장 입구, ⓒ정수진

FLT의 주최사는 두 곳으로, 식음료 산업의 전체적인 이슈를 감각있게 다루어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Edible Magazine과 실험적인 이벤트 기획사인 Vaynermedia가 함께 했다. 행사 소개 페이지에선 미국 텔레비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Marcuss Samuelsoon 같은 셀레브리티 세프의 이름도 보였다. 주최자들의 약력을 읽어 보고 그들을 만나면서 '세상엔 참 다양한 일을 사람들이 있구나, 이렇게 재미있게 사는 사람도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온 많은 이들이 세션이나 토론을 통해 '20년 전에 컴퓨터를 생각해 보면…', '아이폰이 우리 주머니에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같은 비유를 심심치 않게 썼던 걸 상기해 보니 자신들이 지금 엄청난 일을 시도한다고 믿고 있음도 분명했다.

일상에 근접한 3D Farm

전시회에서 이야기 된 많은 주제들 중 내가 이미 우리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을 만큼 가장 우리 현실 속에 바짝 다가와 있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듯 보이는 회사들은, 땅 없이 도시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3D Farm들 이었다.  

 

아쿠아포닉(Aquaponic)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농산물 재배 방법은 우리가 미래 식품에서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이미 실행하고 있다.

 

1.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재배하여 소비자에게 신선도를 높이고 운반과정에서 일어나는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다

2. 어떤 경우는 기존 농사에서 쓰는 5%의 물로 75배나 높은 면적당 수확량을 자랑한다

3. 씨앗은 모두 유전자 변형 없는 유기농 씨앗이고,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4. 데이터에 의해서 최적의 양분이 공급되기 때문에 영양과 맛을 극대화 한다

5. 모든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되어 전혀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아 매우 안정적인 공급량과 가격형성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음카카오의 투자전문 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이 농업기술회사 MANNA CEA(만나씨이에이)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소식도 접한 적이 있고, 한 일본 3D Farm은  딸기와 방울토마토를 중국에 수출에 엄청난 수익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공해와 오염이 심하고 먹여 살릴 엄청난 인구가 있는 중국 입장에서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 밖에 없을 텐데, 실제로 중국은 이미 3D Farm중 한 회사인 Aerofarms의 주요 투자자였다.

 

FLT 첫 날 Gardenside Chat에 세 3D Farm회사가 나와서 이야기했다. Aerofarms와 Gotham Greens 그리고 Edenworks . 누구도 매출이나 이익률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미래 성장성을 예상해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 23일에 뉴져지 우리 집에서 채 20분도 되지 않는 Aerofarms를 방문했다.

2016 Food Loves Tech, Gardenside Chat, ⓒ정수진

Gotham Greens와 Edenworks의 소개는 최종리포트(2016 Food Loves Tech in NY - 음식과 테크를 함께 맛보다 참고)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 아쿠아포닉 기술: 수산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es)의 합성어. 어류 양식 수조와 식물 수경재배 공간을 연결해 물을 공유하는 기술이다. 식물이 어류가 배출하는 암모니아 배설물 등의 성분을 영양분으로 흡수해 물을 정화하며, 깨끗해진 물은 다시 어류 양식에 이용된다.-PUBLY

Aerofarms의 자신감

예전에 밤에 한 번 길을 잃어 들어갔다가 숨가쁘게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는 Newark이라는 우울한 도시에 있는 Aerofarms는 한국 매체에도 요즘 가끔 보이는 회사다.

 

긍정 일색의 기사들과 화려한 웹사이트를 염두에 두고 Aerofarms 공장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문을 찾기조차 힘든 스타트업의 냄새가 물씬 났다. 전에 나이트클럽이었다는 이 건물은 여기저기 자유롭게 앉아 일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고 북적였다. 이들은 매일 돌아가며 점심에는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손님이 왔다고 인사도 한 마디 나누고, 샐러드 한 그릇을 얻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Aerofarms Newark 공장 입구 ⓒ정수진

필자가 방문한 날 샐러드 만들기 당번이었던 Edison이 자신의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다 ⓒ정수진

Aerofarms 공장은 태양광 대신 LED를 사용하는, 수직으로 켜켜로 쌓은 작물을 건물 안에서 재배하는 Vertical Farming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2004년부터 있던 회사를 지금의 파트너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Goldman Sachs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약 2천 평 규모의 본사와 새 농장(공장)을 곧 지을 예정이다.

Aerofarms Newark 공장 내부 ⓒ정수진

Aerofarms 재배 방식의 기본구조 ⓒAerofarms

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이 기술이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듯 싶었다. 투자를 받아 지금 짓고있는 새로운 공장의 경우, 기존 농법에서 사용하는 배수량의 5%를 이용하지만 85배가 넘는 수확을 낸다. 또한, 농사를 지을 때 걸리는 시간은 기존의 절반이며 공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 농업이 지구상 존재하는 물의 70%를 쓰고, 30%의 공해를 배출하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이라고 그들은 전했다. 이들은 '정부도 너무나 호의적이고 여기저기 초대되어 참석하느라 바쁘다'고 자랑 같은 불평을 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는 자본인 듯했다. 이들은 '소매점들의 요구는 많지만, 물량이 되지 않아 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산업은 장치 산업(각종 대규모 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일정한 생산이 가능한 산업)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 아직까지는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시제품 수준이다.

 

Aerofarms은 향후 5년 내에 현재 2개있는 농장을 적어도 25개로 늘릴 예정이며,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둔 채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대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상품 가격도 문제였는데 '지금은 LED 가격도 떨어지고 있어서 이익률은 시간이 갈 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까지는 의식 있는 투자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들에게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이제 부지, 정부 정책, 마케팅 등에서 전략적 혜택이 있는 투자자들을 찾고 있었다. 고민해볼 숫자를 받은 것이 없어서 약간 실망스러웠으나, 앞으로 이들이 어떤 밸류에이션으로 어떤 투자자들을 유치할지는 정말 흥미로운 주제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이들에 대해서 점점 더 자주 듣고, 보게 될 것이란 점이었다.

 

[2016 Food Loves Tech in NY]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하며 실행 중인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