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가문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게 된 사연

위베르 도르나노와 이자벨 도르나노 ©시슬리1976년, 위베르 도르나노(Hubert d'Ornano)라는 프랑스인 사업가가 당시에는 생소했던, 천연 식물 추출액을 주 원료로 하는 화장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화장품에 천연 식물 추출액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간신히 꼽을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를 만류했지만, 그는 세계적인 식물학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조언을 구했다. 가장 큰 힘이 됐던 이는 아내 이자벨 도르나노(Isabelle d'Ornano)다.

식물성 재료만 고집하면 원가가 너무 높아져 상품성이 없다. 이런 비난에 부딪힐 때마다 이자벨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며 남편을 다독였다.

40여 년 후, '과연 시장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 속에서 탄생한 제품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것이 프랑스 프리미엄 화장품 '시슬리(Sisley)'의 브랜드 스토리다.

 

현재 창업자 부부의 아들 필립 도르나노(Philippe d'Ornano)는 회사의 최고경영인을, 딸 크리스틴 도르나노(Christine d'Ornano)는 영국 법인 대표를 맡아 활약하고 있다.*

* 2019년 기준 크리스틴은 시슬리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슬리는 우수한 품질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화장품계의 귀족'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도 이 제품을 만드는 도르나노 가(家)는 나폴레옹의 6촌인 필립 앙투완 도르나노를 비롯해 3명의 육군 원수를 배출한 귀족 가문이다. 이자벨 역시 폴란드 왕족 출신이다.

 

귀족 가문의 후손들이 화장품 사업에 손을 대게 된 것은 갑작스럽게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도르나노 가문은 도박을 좋아한 위베르의 할아버지 대(代)에 위기를 맞았고, 어쩔 수 없이 위베르의 아버지 기욤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아들 위베르는 아버지가 구색을 갖춰 놓은 회사를 물려받고 싶지 않았다. 위베르는 부도가 난 작은 화장품 회사 시슬리를 인수해 오늘날의 시슬리로 키웠다. 이처럼 시슬리의 역사는 도르나노 가족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위클리비즈>는 시슬리의 1, 2대 경영인을 만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 세계적인 가족기업을 탄생시킨 비결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