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지침서 추천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8월에 발간된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내가 출판 번역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만 해도 번역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거의 없어서 무턱대고 번역 강좌부터 들어야 했지만, 이제는 읽을 만한 번역 지침서가 꽤 많이 출간되었다. 요즘에는 '이 책을 진작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곧잘 눈에 띈다.

 

1. <번역의 탄생>, 이희재

번역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단 한 권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번역 경력이 쌓이면서 슬슬 '나도 번역 지침서 하나 내볼까?' 하는 마음이 들던 참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굳이 안 써도 되겠구나' 하고 포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한사전에 없는 우리말 풀이와 접두사·접미사 활용, 가짜 친구 등의 설명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는 가슴에 새겨야 할 명언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 몇 개만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직역주의는 자기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보다는 그저 원문을 무작정 우러러보는 종살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34쪽)

단순히 번역투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한국어로 같은 뜻을 얼마든지 정확하고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는데 이런 질서까지 허물어뜨리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94쪽)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는 아직 뚫리지 않은 회로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떻게 보면 번역이란 그 미지의 회로를 뚫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157쪽)

영어에서 접속사가 중요한 까닭은 문장과 문장을 잇는 논리적 연결 고리가 접속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반면에 한국어는 (…) 접속사 대신 어미로 글의 논리 관계를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174쪽)

사소한 고유 명사까지 고스란히 살려주는 것은 한국 독자에게는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