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으로 시작해 균형 감각으로 끝나는 어휘 공부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8월에 발간된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2005년에서야 번역을 시작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일 10년 전인 1995년에 번역가의 꿈을 꾸었다면 얼마 안 가 좌절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사전이다. 검색 서비스 회사 야후(Yahoo)의 한국 법인 야후 코리아가 설립된 것이 1997년인데, 여기서 영한사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로소 '웹 사전'이라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그 이전에는 단어의 뜻을 찾고 싶으면 종이 사전을 들추거나 전자사전의 자판을 눌러야 했다.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단어 찾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니 기억력이 나빠서 단어를 통 외우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번역가가 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책 한 권 번역하면서도 이미 사전에서 찾은 단어를 다시 찾고 또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글 맞춤법도 그때그때 새로 찾아봐야 한다(이를테면 '생각건대'가 맞는지 '생각컨대'가 맞는지 늘 헷갈린다). 사전을 수시로 찾아봐야 하기 때문에 번역을 의뢰받으면 일단 전자 원고를 구한다. 출판사에 요청하여 PDF 파일을 받거나, 아마존에서 킨들 전자책을 구입하여 변환하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책을 재단해 스캔한다. 이렇게 전자 원고를 입수하면 영어 단어를 찾을 때 일일이 타이핑하지 않고 더블클릭하여 복사 및 붙여넣기만 하면 되니 편리하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특히 구글 검색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의 선배 번역가들은 틀림없이 르네상스적 지식인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자료 없이 오로지 원서와 영한사전만으로 번역을 해내려면 모든 배경지식이 머릿속에 담겨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