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을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번역 기획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8월에 발간된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이 책을 우리나라에 반드시 소개하고야 말겠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저작권을 확인하고 출판사에 소개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출판사에서 내가 소개한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나에게 번역을 맡길까?

 

번역 경력이 쌓이면 번역가가 출판사에 책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이미 저작권 계약을 끝낸 책의 번역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니 굳이 기획에 신경 쓰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을 수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경력이 오래된 번역가의 추천과 조언이 더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내가 고르고 번역해 독자에게 소개한 책은 자식처럼 남달리 애정이 간다.

 

만일 번역에 갓 뛰어든 초보 번역가라면 출판사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기회가 절실할 것이다. 기획은 출판사와 안면을 트는 좋은 방법이다. 직업 군인 출신의 동료 번역가 박수민 씨는 군사 분야 서적을 기획해서 출판사에 투고했다. 기획서가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출판사에서 다른 책의 번역을 맡겨 번역에 입문했다. 그 뒤에도 이 분야의 책을 꾸준히 번역하다가 최근에 출판사를 차려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판사 중에는 번역가에게 주제를 제시하며 책을 찾아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곳도 있다. 내가 몸담은 번역가 모임인 펍헙번역그룹도 이런 요청을 자주 받는다. 출판사가 주제별로 책을 찾고 싶다거나 시리즈를 계획했다면 초기 단계부터 번역가들과 협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다면 그다음 순서는 저작권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지,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지, 잘 팔릴지 등의 여부는 저작권이 이미 팔렸다면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다. 기획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저작권을 알아보지 않고 검토서까지 썼다가 나중에 헛물을 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