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료의 구성과 산정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8월에 발간된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출판 번역에 입문하기 전 기술 번역에 몸담은 적이 있다. 번역 회사에서 일감을 따서 번역가에게 의뢰하고, 번역문을 넘기면 회사가 번역료를 받아 일정 금액을 떼어주는 방식이었다. 영어 원문의 단어 하나당 30원을 받았다고 기억한다. 이 회사와 몇 달가량 일을 했는데 언젠가부터 번역료가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메일로 독촉하면 그때마다 금방 보내주겠다더니 급기야 전화도 끊어버리고 아예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회사에 연락할 길이 없어 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내용증명을 작성했다. 담당 변호사는 그쪽에서 답이 없으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다른 업체와 일을 하던 중이라 시간을 내기 힘들었고 재판을 한다 해도 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번역 회사를 차려 프리랜서 번역사들을 모집한 뒤에 번역료를 챙기고 폐업하는 이런 사례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 최근까지도 이 수법에 넘어가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는 보도에 놀랐다.
이 일을 겪은 뒤에는 규모가 큰 회사들과 일했다. 주로 외국 기업의 홈페이지나 사용 설명서를 번역하는 일이었다. 업계 용어로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현지화)'이라고 한다. 동영상 자막이나 게임 매뉴얼 번역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 회사들은 매달 정해진 날짜에 번역료를 입금해줬으므로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었다. 번역료는 영어 단어당 35~45원을 받았다. 업체에서는 매일같이 3000단어 분량의 일감을 주었는데, 주말을 제외하고 한 달에 20일을 일하면 270만 원 정도가 손에 들어왔다. 정형화된 문장이 많아서 일은 별로 힘들지 않았고 하루 치 일을 끝내면 맘 편하게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