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의 오픈 문화

 

 

Another라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부티크 크리에이티브 대행사의 파트너이자 CCO(Chief Creative Officer)인 Casper Willer가 대표 호스트로 세션을 이끌었다.

 

그리고 쟁쟁한 브랜드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세 명이 참여했다. 뱅앤올룹슨(B&O)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Jens Jermiin, 레고(LEGO)의 오픈 이노베이션 디렉터 Daiva Staneikaite Naldal 그리고 이케아(IKEA) 크리에이티브 허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orten Kjaer다.

 

• Daiva - Director of Open Innovation @ Lego Group

• Jens - Global Marketing Director @ B&O Play

• Morten - Creative Directore @ IKEA Creative Hub

• Casper - ECD/Partner @ Another (previous at Naked)

 

Another의 슬로건은 There is Another Way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Another is a creative lead agency for the digital age"

즉, 광고와 디지털, 브랜드 PR까지 다양한 영역을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다루는 것을 말한다.

 

인터랙티브 워크샵으로 진행된 세션은 3명의 연사가 각 브랜드의 지향점을 설명하고, 참가자에게 브리프*를 제시한 뒤 20분 동안 참여자들이 솔루션을 도출해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 브리프(brief):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항

 

세션의 키워드인 '오픈'은 여기서 '오픈소스'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기존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리눅스 OS와 구글 크롬 브라우저 및 안드로이드 OS다.

한편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그 범위가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이제는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가 경제적 가치를 가진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 협업하고, 이를 모두에게 조건 없이 공개하는 구조에도 해당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는 위키피디아가 있다. 위키피디아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수많은 사용자의 참여로 채워진 내용이 모두에게 조건 없이 공개된다.

 

오픈의 개념과 마케팅 활용 사례, 스칸디나비아의 뿌리 깊은 오픈 문화에 대해 설명한 도입부가 끝난 뒤, 참여한 연사들이 각 기업에서 어떻게 오픈을 활용하여 실행하고 있는지 프로젝트를 통해 간단히 소개하며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1. 뱅앤올룹슨 (B&O)

뱅앤올룹슨 ⓒ이지홍

첫 번째는 덴마크의 프리미엄 오디오 기기 브랜드 뱅앤올룹슨. B&O Play는 90년 역사를 가진 뱅앤올룹슨 산하의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그들이 표방하는 키워드는 3가지다. Sound, Design, Craft.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 비전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입에 언제나 B&O Play가 오르내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한다.

B&O Play의 브리프 #MAKEBEAUTIFULMUSIC ⓒ이지홍

B&O Play의 과제는 음악 창작자와 팬을 연결하는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대표적인 음악 페스티벌로 미국의 Coachella와 SXSW 그리고 중국의 Beijing Design Week를 제시했다.

2. 레고 (LEGO)

두 번째 발표는 레고의 팬들에 관한 언급으로 시작되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성인 팬이 매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레고를 'celebrate(찬양)' 하며 결국 브랜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1분 안에 오리를 만들어 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우리 팀에서 만든 오리 레고 ⓒ이지홍

레고는 이어서 오픈을 지향하는 자사의 2가지 온라인 플랫폼을 소개했다.

하나는 Ideas.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레고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직접 공유하고 사람들의 '지지'을 받을 수 있다. 지지하는 사람의 수가 10,000명이 넘으면 회사에서 이를 직접 리뷰하고, 통과시 실제 제품으로도 만들어진다. 결국 프로그램 자체가 마케팅 캠페인으로 기능한다.

나머지 하나는 Rebrick이다.

Rebrick은 단어 그대로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하는 프로그램을 일컫는다. 마인크래프트, 백 투 더 퓨쳐, 스타워즈 등의 수많은 브랜드가 레고와의 Rebrick을 거쳐 새롭게 만들어지고 동시에 많은 팬을 형성한다.

레고의 브리프 #LEGOCANNES2016 ⓒ이지홍

어떻게 하면 Ideas와 Rebrick 플랫폼에 적절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여기서 '사람들'은 콘텐츠를 만드는 집단과 소비하고 열광하는 집단 모두를 의미하고, 양쪽의 균형이 맞아야 이러한 열린 생태계가 잘 기능할 수 있다.

3. 이케아 (IKEA)

'어떤 사람들은 이케아를 어른용 레고라고 부른다'는 말로 마지막 발표가 시작되었다. 스웨덴 가구 회사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허브 수장을 맡고 있는 Morten이 연사로 나섰다.

 

이케아의 슬로건 중 하나인 'You Do Half, We Do Half, Make It Cheaper'는 소비자에게 조립과 배송을 직접 시키는 대신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마케팅 조직인 크리에이티브 허브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내부 조직(In-house)과 외부에서 절반씩을 맡아 마케팅 비용을 저렴하게 줄이는 것은 아니고, 협업 구조를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든다.

 

이 조직은 20-25명으로 매우 적은 규모이지만,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일한다고 한다. 외부 사람들이 안을 바라보고, 내부 사람들이 바깥을 보는 관점이 합쳐졌을 때 가장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업무 범위의 대표적인 것은 카탈로그 제작이고, 이 밖에도 이케아닷컴 웹사이트 디자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Newness & Vitality, 이케아 에브리데이 제품 런칭 및 기획까지 마케팅 전반에 관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케아의 브리프 #THELIVINGLIVINGROOM ⓒ이지홍

이케아가 제시한 과제는 거실에 대한 것이었다. 거실은 그대로인데 외부환경이 변하고 있다. 1950년대 거실은 2020년의 생활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가구를, 새로운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디어 스케치 ⓒ이지홍

내가 속한 팀은 이케아의 브리프를 택했고, 15분의 토론을 거쳐서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TV와 소파가 양 벽을 등지고 마주 보는 흔한 배치 대신, TV를 거실 중간에 놓고 양쪽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형태를 제안했다. 이를 HØB으로 이름 붙였다. 이케아의 네이밍은 스칸디나비아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나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만 사용되는 'Ø'라는 문자를 넣자고 제안했다.

C-레벨 연사들의 생생한 이야기

첫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우선 워크샵 세션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90분 동안 한 가지 주제로 토론하고 협업하는 경험은 내게 정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런 워크샵 형태는 뭔가를 직접 해보는 것에 만족할 수 있으나, 정작 연사들이 '참여' 자체 외에 다른 인사이트를 전혀 전달 못할 수 있는 함정도 있다. 하지만 본 세션은 그 밖에도 스칸디나비아의 오픈 문화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직접 설명해주기도 했다.

 

북유럽의 성공적인 브랜드 뱅앤올룹슨, 레고, 이케아의 높은 레벨에 있는 연사들이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준 것도 좋았다. 세션을 마친 뒤 이들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는 추후 PUBLY와 함께 만들어 낼 리포트에 전문을 싣도록 하겠다.)

 

[Cannes Lions 2016 - 칸 국제광고제를 가다]
2016 칸 광고제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주요 인물 인터뷰, 수상작 리뷰는 물론 창의성, 중국, 콘텐츠, 디지털미디어 등의 키워드가 리포트에 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