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족은 어디입니까?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2년 10월에 발간된 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르 코르동 블뢰의 학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프랑스 요리 전반을 배우는 퀴진(요리학과), 디저트와 빵 만들기를 배우는 파티세리(제과제빵).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과정만 공부하지만 퀴진 고급반을 마친 뒤 나는 파티세리 초급반을 수강했다. 이왕 온 김에 두 가지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두 학과 학생들은 실습교실은 물론 담당교수까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서로 말 한마디 나눌 기회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생각했지만, 학교에 다니다 보니 수수께끼가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것은 판이한 문화를 가진 두 부족사회를 비교하는, 일종의 인류학 현지조사 같은 것이었다. 현지조사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부족 사이에는 아주 오랜, 그리고 상당히 격렬한 라이벌 의식이 존재한다.

 

퀴지니에(요리사)들은 자신이 빵이나 굽는 파티시에(제과제빵사) 녀석들보다 우월한 계급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주방 카스트제도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자체 논리가 개발되어 있는데, 자주 거론되는 것이 요리학과 교과목에는 기본적인 제과제빵 메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자신들은 요리도 하고 디저트도 만들 줄 알지만, 제과제빵 녀석들은 오로지 디저트밖에 만들 줄 모른다는 논리다. 제과제빵 학생들이 삼단으로 쌓아올린 초콜릿 공예품을 들고 복도를 지나가면 요리학과 학생들은 킬킬대며 말한다.

저걸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제과제빵은 딱 우리가 배우는 기본만 알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