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서의 요리, 예술가로서의 셰프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2년 10월에 발간된 <쿡쿡: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유럽 학생이 절반을 차지하는 르 코르동 블뢰에서, 나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유독 이탈리아인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땅덩이로 보나 인구규모로 보나 최소한 한두 명은 끼어 있어야 자연스러울 텐데 50명 동기생 가운데 이탈리아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연히 상급과정 선배 중에서 이탈리아 여학생이 한 명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온 티치아나였다. 30대 후반인 그녀는 런던과 피렌체를 오가며 올리브유 사업을 하다 프랑스 요리를 배우러 왔다고 했다. 점심시간, 학교 앞 'Eat'에서 샌드위치를 먹다가 슬쩍 물었다.

티치아나, 왜 르 코르동 블뢰에 이탈리아 학생이 이렇게 없는 거야?

지금의 프랑스 요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니? 피렌체 공주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전해준 거야. 그전까지 프랑스 귀족들은 포크도 쓸 줄 몰라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던 야만인들이었어.

티치아나의 식문화사 강의는 어느덧 중세를 지나 로마시대로까지 거슬러올라가고 있었다.

프랑스 사람은 와인이며 치즈며 자기들 것이 세계 최고라고 뻐기잖아. 하지만 알고 보면 와인과 치즈를 전해준 것도 로마제국이었어. 그때 프랑스 사람들은 짐승털을 걸쳐입고 멧돼지사냥이나 하면서 살던 미개인이었지.

얼마 전 일본 식기를 극찬하는 영국 친구에게 내가 쏘아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일본 도자기, 실은 우리가 다 전해준 거야.

말해놓고 나서 왠지 모르게 허무했는데, 티치아나도 그 비슷한 기분인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와인이며 요리며 할 것 없이 프랑스 것이 최고급이 돼버렸어.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하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파스타, 피자만 떠올리는데 말이지. 그 이유가 뭔지 알아? 다 마케팅 때문이야. 마케팅! 프랑스 애들은 그걸 잘했거든.

티치아나는 '마케팅'이라는 말을 할 때 특히 힘을 주었다. 그 단어에서 경멸의 뉘앙스마저 느껴졌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사람들은 좋은 와인은 밖으로 내다팔 생각을 안 해. 맛있는 건 우리가 다 마시고 맛없는 것만 영국에든 일본에든 줘버리는 거지. 그런데 프랑스는 반대야. 맛없는 건 자기들이 마시고 좋은 와인은 테루아르(Terroir)니 그랑크뤼(Grand Crus)니 그럴싸하게 허풍을 섞어서 비싼 값에 팔아버려. 타고난 장사꾼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