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들의 하루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2년 10월에 발간된 <쿡쿡: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르 코르동 블뢰에 다니면서 요리에 진정한 열정을 가진 사람일수록 남에 대한 배려심이 많고 말보다 실천이 앞선다는 걸 깨닫는다. 요리사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인품이 아닐까. 제 입부터 챙기는 이기적이고 게으른 사람이 남을 위해 음식 만드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는 어려울 테니 말이다.

 

AM 08:00 시연수업

 

시연수업은 오전 11시까지 계속된다. 프랑스 요리용어를 몰라 애를 먹었던 처음과 달리 요즘은 수업내용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찼던 셰프의 조리과정이 이제는 구분동작으로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이해불가의 다빈치 코드였던 교재도 상상 속에서 먹음직스런 완성품으로 그려질 정도가 되었다.

 

AM 11:00 점심시간

 

아무리 바빠도 오후 실기수업을 버티려면 잘 먹어두어야 한다. 주머니 가난한 르 코르동 블뢰 학생들이 주로 점심을 해결하는 곳은 학교 앞에 있는 'Eat'라는 샌드위치 체인점이다. 호사스러운 프랑스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러나 시연수업을 잘 활용하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

 

시연수업 때 선생님이 요리를 완성하면 학생들은 사진을 찍고 맛과 질감을 음미하는데, 이 과정은 중요한 공부인 동시에 점심값을 절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최고의 셰프가 최고의 재료로 요리한 것이니 위생적이고 당연히 맛도 좋다. 요리학교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호사다.

 

하지만 이것도 눈치껏 해야 한다. 시식을 기다리는 다음 학생들을 위해 어느 정도 먹고 빠지는 건 르 코르동 블뢰 학생이라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매너다. 그러지 않고 양껏 배를 채우다가는 "셰프, 여기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학생이 있어요!"라는 원성을 듣게 된다.

 

PM 01:00 실기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