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9월에 발간된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어느 날 국내 바이어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과자에 들어가는 옥수숫가루를 만들기 위해 호주에서 수입한 옥수수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같은 품질 문제가 발생한 적 없었고 수입서류를 들여다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았으나, 옥수수 공장 사람들이 보내준 사진은 뭔가 확실히 이상했다.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약속을 잡고 공장으로 향했다.

 

부산항에 도착하는 컨테이너는 아주 이른 새벽에 트럭으로 내륙 목적지까지 운송되는데, 늦어도 아침 8시까지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공장에 도착해야 함께 운송된 컨테이너를 열어보며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트럭은 얼마나 이른 시간부터 움직일지 그 수고스러움을 떠올리며 막 동트는 새벽에 송도에서 출발했다. 졸음을 참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경기도 광주에 도착하니 곧이어 20피트 컨테이너를 실은 거대한 트럭이 따라 들어왔다. 일단 문제를 겪은 상대방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같이 컨테이너를 열어보았다.

 

옥수수가 든 컨테이너는 선물 상자를 열어보듯 고이 여는 게 아니라 트럭을 기울여 와장창 쏟아낸다. 이렇게 컨테이너를 열어 화물을 꺼내는 작업을 디배닝(devanning)이라고 한다. 디배닝 중 뒤에 서 있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곡물 알갱이는 수확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고 깨져서 먼지가 많이 생기는데, 옥수수는 알갱이가 크고 잘 부서져 다른 곡물에 비해 유독 먼지가 많이 난다. 곡물을 쏟아낼 때 이 엄청난 먼지들이 함께 쏟아져나와 마치 안개와 같은 형상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