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광고제 개막 D-3!

많은 분들이 칸 국제광고제를 '시상식'으로만 알고 계시는 것 같다. 사실 시상식은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를 슬로건으로 건 Cannes Lions의 일부분이고, 세계 각국에서 온 창의성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연설과 강의, 워크숍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행사장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2016 Cannes Lions에서는 약 140개의 강연 세션이 열리며, 그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독자들이 가장 관심 있을 만한 주제는? 칸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세션은? '내가' 특별히 잘 커버할 수 있는 주제와 세션들은? 등 수일의 고민을 거쳐, 구체적인 세션을 결정하기에 앞서 3가지의 거시적인 테마를 선택하였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광고주와 대행사의 파트너십', 마지막으로 '중국, 혹은 아시아' 가 바로 그 3가지 테마다. 각 테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표적으로 어떤 세션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테마 1. 미디어 환경의 변화

자기소개 글에도 적었듯이, 마케터로서 갖추어야 하는 다양한 역량과 경험 가운데에서도 나는 미디어에 가장 포커스 된 사람이다. 지금까지 근무했던 네이버, 구글, 버즈빌의 주력 사업은 모두 광고를 판매하는 미디어 사업이었고, 웹에서 모바일로의 커다란 변화를 가장 최전선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축복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미디어를 넘어서 광고와 마케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이 끼치고 있다. 올해 칸 광고제의 주요한 스폰서 중 반 이상은 역시 이들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스포티파이*). 이들 회사에서는 자신의 회사의 이름을 딴 특별 이벤트 공간을 행사장 내에 마련했고, 자체 세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 스포티파이(Spotify): 스웨덴 음악 스타트업으로 세계 최대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5 Cannes Lions 행사 현장에 걸린 구글 깃발

세션 리스트를 보면 수적으로 가장 많은 세션이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결국 미디어 환경의 변화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다루는 세션보다는, 미디어 환경이 야기하는 크리에이티브와 마케팅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세션들이 아주 흥미로워 보인다.

 

특히 기대하는 세션 (1)

 

Hosted by: Condé Nast

Speakers: Anna Wintour, Christopher Bailey

Anna Wintour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과거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 현재는 보그가 속한 거대 미디어 그룹인 Condé Nast의 Artistic Director가 그녀의 직함이다.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는 버버리 그룹의 CEO이자 Chief Creative.

 

오프라인 시대를 대표하는 잡지 산업을 이끌던 그녀와 전통적인 이미지의 명품 기업의 리더가 디지털 시대에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여러 가지 관점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어려운 장애물이 그녀 앞에 놓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반대로 그만큼 커다란 기회도 존재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아무리 플랫폼이 바뀌더라도, 결국 "콘텐츠가 왕이다!(Content is King!)"라는 다소 식상한 메시지일지 혹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일지 매우 궁금하다.

 

특히 기대하는 세션 (2)

 

Hosted by: Facebook

Speakers: Alvin Bowles, Katie Puris

페이스북에서 직접 주최하는 Cannes Innovation에 포함된 세션이다. 유튜브는 5초, 페이스북은 3초가 'view'의 기준이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트루뷰(True view) 포맷의 광고는 5초가 지나면 유저가 건너뛰기(skip)를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페이스북에서는 타임라인에서 광고를 보기 위해 멈춘 시점에서 3초가 지나야 유저가 광고를 view 했다고 정의하고, 광고주에게 과금이 이루어진다.

 

페이스북이 점점 더 파워풀한 비디오 유통 플랫폼이 되어가면서 마케터들이 '좋은 동영상 광고'를 정의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즉, 3초 만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사실상 '아무도 보지 않는 광고'가 될 가능성이 커져버린 것이다. 만약 유명 모델을 기용해서 TV 광고 제작 프로덕션과 함께 작업한 '비싼 크리에이티브'라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페이스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 줄지 아주 기대된다.

 

테마 2. 광고주와 대행사의 훌륭한 파트너십

국내에서 칸에 가시는 분들을 최근 수소문해보았고, 과거에 가셨던 분들의 후기도 한번 쭉 찾아보았다. 대부분 광고대행사에 소속된 분들이었고, 후기를 남긴 분들은 대부분 공모전에 당선된 학생들이었다.

 

광고주로서 다녀왔다는 분은 거의 못 봤다. 아마 다녀오셨더라도 세션 참가는 별로 안 하셨을 것 같고, 후기는 더더욱 남기지 않으셨을 것이다. 이렇게 B2B 성격의 특별히 '비싼' 컨퍼런스는 사실 영업이 주 목적이 아니면 회사에서 잘 안 보내준다. (나도 실은 안 보내줘서 이렇게 PUBLY를 통해 펀딩을...) 어찌 됐든, 광고주의 입장으로 세션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는 유니크한 상황을 조금 더 잘 활용해야겠다는 결론이다.

 

광고주로 일하면서 가장 스스로에게도 많이 하는 질문이자, 주변에도 도움을 구하는 주제가 있다. "대체 광고주로서 대행사랑 '어떻게' 일해야만 하는 가"이다. 왜 국내에서 좋은 광고가 안 나오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대행사분들은 '무식한 광고주'때문이고, 광고주들은 '무능한 대행사'때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해외 광고주들과 대행사는 어떤 새로운 답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특히 기대하는 세션 (3)

 

Hosted by Burger King & DAVID The Agency

Speakers: Fernando Machado, Anselmo Ramos

 

버거킹과 광고 대행사 DAVID이 그들의 특별한 파트너십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들이 정의한 '진정한 파트너십'은 창작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과감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역시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칸에서 'Proud Whopper' and 'Whopper Sign'라는 두 캠페인으로 수상한 바도 있는데, 정작 내 마음에 쏙 든 광고는 아래 브라질 치킨 프라이 30초 스팟이다. (포르투갈어로 제작되었지만, 몰라도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특히 기대하는 세션 (4)

 

Hosted by Sam Saunders

Speakers: Sam Saunders, Tom Morton

 

Nike+ 제품을 기획하며 기존 광고 에이전시의 영역을 깨뜨린 사례로 칭송받는 RG/A의 전략담당 SVP와 Taylor Global(미국 부티크 브랜드 에이전시 CCO)가 90분간 소그룹으로 진행하는 워크샵이다. 주제는 광고 대행사에서 항상 논쟁거리인 기획팀과 제작팀의 갈등이다. (미국의 대행사들은 대체로 account 팀과 strategy 팀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광고대행사의 기획 직군은 이 2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프로젝트 소개가 매우 재미있다.

In this workshop, you'll be an active member. Bring your dirty laundry and let's make beautiful soap. Prepare for interactivity, role-play, mental challenges, interpretive dance and anything else we think will help us create this important peace treaty.

And maybe, just maybe, we'll create the perfect brief together.

여기서는 대행사 내의 갈등을 다루었지만, 광고주와 대행사 간의 갈등에도 분명히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RG/A는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광고 이외의 영역으로 마케팅이 확장되는 트렌드에 최근 몇 년간 가장 잘 대응했던 사례를 여럿 만들어 낸 회사이고, 그 회사의 전략 총괄 이사인 Tom Morton이 무려 90분간의 워크샵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테마 3. 중국, 혹은 아시아

광고 업계는 전통적으로 미국 위주로 돌아간다. 예전에는 왜 그런지 잘 몰랐다. 대부분의 다른 분야는 아시아나 유럽 회사들도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인데, 왜 유독 유명한 광고 대행사는 죄다 미국에 있을까? 업계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아 이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작비' 때문이다.

광고 제작 예산을 생각해보자. 제작 예산은 전체 마케팅 예산에 비례할 수밖에 없는데, 영어로 제작해서 유럽 언어들로 현지화하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쓸 수가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쓴다 - 가장 최근에는 M&M에서 더빙만 한국어로 해서 TV 광고를 꽤 했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도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큰 폭으로 성장하는 시장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었다고 하나, 점점 더 중산층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고, 광고와 마케팅의 중요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미국/서양에서 제작한 광고를 그대로 쓸 수가 없다.

 

일본이 여전히 작지 않지만, 앞으로 아시아의 맹주는 역시 중국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칸에서도 중국 세션이 가장 많다. 일본 세션도 3, 4개 보인다. 한국은 제일기획과 KT에서 세션 1개를 맡았다.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광고판은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글로벌 대행사들이 중국 시장을 선점하게 될까? 또는 중국 기업들이 등장할까? 아니면 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이 중/일에 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광고 대행사들에게도 기회가 있을까?

 

특히 기대하는 세션 (5)

 

Hosted by TBWA\Greater China

Speakers: Nils Andersson

중국 관련 세션이 총 10개에 가까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볼드한 제목이고 연사의 이력도 아주 흥미롭다.

 

Nils Anderson은 현재 TBWA\Greater China에서 President와 CCO를 겸직하고 있고,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TBWA\Tokyo에 ECD로 합류하면서 아시아 생활을 시작, 그 뒤에는 쭉 중국에서 활동했다. 아마도 중국어에 능통한 분이지 않을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

 

필자의 경험으로 중국 크리에이티브는 뭔가 "중국스럽다"는 느낌인데, 글로벌 대행사에서 줄곧 근무한 연사가 중국 현지에서 꽤 긴 시간동안 어떤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는지 하루 빨리 보고 싶다.

 

특히 기대하는 세션 (6)

 

Hosted by Tencent

Speakers: Steven Chang

Tencent

중국 IT의 선두주자이자 필자가 속한 게임업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텐센트의 콘텐츠 담당 부사장이 발표를 맡았다. 칸 공식 홈페이지의 세션 소개란에서는 $1.5B에 달하는 매출을 올해 첫 2달만에 올린 중국의 영화 박스오피스 시장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을 넘어선 전세계 1위가 될 거라는 설명과 함께.

 

그리고 중국에서는 헐리웃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와는 다른 컨텐츠에 대한 독특한 취향과 마케팅 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강조한다. 예컨데, 박스오피스 탑5 타이틀 가운데 Fast&Furious만이 해외 타이틀이었고, 동시에 무려 57.3%에 달하는 소비자들은 모바일 기기로 영화 컨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PC 게임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전세계 1위 시장이 된지 오래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일본이 전세계 1위 시장으로 아주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었는데, 중국이 최근 이를 위협하고 있다.

 

연사가 간단히 소개한 영화 시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게임 업계에서도 중국만의 "룰"이 존재하고, 중국에서 잘팔리는 컨텐츠를 만들고 성공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전세계 넘버원이 될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아마 한국 컨텐츠가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태양의 후예>, 가수로서는 빅뱅과 엑소. 이미 이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도 많고, 국내에 전문가도 많으시겠지만, 텐센트의 관점을 직접 들어보는 것은 꽤 흥미로울 것 같다.

정리를 마치며

생각보다 글이 매우 길어졌다. 140개 중에 6개를 추려내는 데에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나머지 20개를 선택하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닐 것 같다.

 

칸 광고제 홈페이지에서는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모든 연사와 세션을 열람할 수 있으니 혹시 특별히 관심있는 세션이 있거나 꼭 대신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제안하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경험에 대해서 간단히 공유한다. 앞서 퍼블리에 연재한 작년 참가자 이진재님의 후기에 칸 광고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형태의 워크샵을 소개하였다. 정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아주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는데, 90분동안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업계 사람들과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야 말로 정말로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최대한 많은 워크샵에 참가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