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는 자라, 스웨덴에는 H&M

너나없이 많은 브랜드가 난립하는 패스트패션 시장에서 H&M은 역사로 따지자면 단연 원조격인 브랜드다. 한국 진출은 자라나 유니클로(UNIQLO)보다 늦은 2010년에야 이뤄졌지만, 설립 시기를 찾아 올라가면 1947년으로, 자라를 30년 가까이 앞선다.

 

H&M 창업주 얼링 페르손(Erling Persson)은 원래 문구류 유통업 종사자로 패션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여행을 갔다가 대형 백화점에 수많은 옷을 쌓아놓고 파는 미국 소비문화에 반해버렸다.

 

그 후 스웨덴으로 돌아와 문구점을 여성 의류점으로 바꾸고 다른 옷가게보다 더 싸고 도회적인 옷으로 가득 채웠다. 이 전략은 전쟁 후 급성장한 스웨덴의 경제 상황과 성평등주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이어 얼링의 아들 스테판 페르손(Stefan Persson)은 '많은 옷을 싸게' 공급한다는 기본 전략 위에 패스트패션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속도감을 더했다.

카를 요한 페르손, H&M 최고경영자(CEO) ⓒH&M스테판은 스웨덴에서 선전하던 H&M을 창업 30년 만인 1976년에 영국에 소개했고, 1990년에는 아버지에게 영감을 준 패션의 메카, 미국 뉴욕 5번가에 진출했다. 그는 스웨덴에서 옷을 디자인한 후 인건비가 낮은 공장을 수소문해 옷을 만들고 전 세계 매장으로 유통했다.

 

그가 취임한 1982년에는 전 세계에 135개였던 H&M 매장 수가 스테판의 아들 칼 요한 페르손(Karl-Johan Persson)이 최고경영자가 된 2009년에는 14배 증가하여 1900여 개가 되었다.

자료: H&M / 그래픽: 퍼블리

변방에 속했던 스웨덴 의류업체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비결은 '중용(中庸)'에 있다

의류업계 전문가들은 자라는 '최신 유행을 즉시 반영할 정도로 패션에 민감한 브랜드', 유니클로는 '유행보다 소재에 집중하고 누가 입더라도 튀지 않는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평가한다. 반면 H&M은 두 브랜드 사이에서 적절한 줄다리기를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