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다른 자동차를 탈 수 있다면

Curator's Comment

구독 경제는 최근 가장 큰 트렌드입니다. 더는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며, 한 번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와 재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구독 경제 서비스로는 모두가 아는 넷플릭스(Netflix)가 있고요.

자동차 역시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보고 싶지만, 높은 비용이 큰 진입장벽입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시장에도 구독 경제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메르세데츠 벤츠와 BMW, 미국의 포드, 한국의 현대자동차까지 디지털 트렌드에 맞춰 자사의 자동차를 돌아가며 사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테스트 론칭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현대차, 차량 구독 서비스 출시… 월 72만 원에 3개 차종 (매일경제, 2019.1.7)

그러나 각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해당 회사에서 제조한 차량만을 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차량'을 테스트하고 싶을 텐데, 제조사에서 시작한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런 요구를 해결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클러치라고 불리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 회사입니다. 다양한 차종을 제조사와 무관하게 구독할 수 있게 만든 클러치가 마중물을 열었고, 이에 따라 카르마, 플렉스드라이브 같은 유사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도 쏘카(Socar)가 쏘카패스(SocarPass)라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한창 구독 자동차 서비스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포켓고(Pocketgo)라는 서비스는 15일 단위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며, 구독 시장을 늘려가고 있고요.**
* 관련 기사: 쏘카패스, 사용 용도 따라 반값패스·퇴근패스로 카테고리 확장 (아크로팬, 2019.9.3)
** 관련 기사: 자동차 구독, 공유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래텀, 2019.8.30)


택시에서, 카풀로, 카풀에서 구독 경제로 기술이 발전하며 모빌리티 산업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5년 후, 10년 후에는 내 차 없이도 편하게 차를 빌려 타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이번 콘텐츠가 미래의 자동차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Volvo)는 요즘 "차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Car)"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른바 '볼보 케어(Care by Volvo)'다. 이는 2018년 10월 독일에 이어 미국에도 상륙했다. '구독자'는 2년 동안 매월 700~850달러를 내면 SUV XC40이나 세단 S60을 비롯해 4개 차종 중에 골라서 탈 수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듯 차도 월정액을 내고 구독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그것도 취향별로 다양한 차종을 바꿔가며 탈 수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부터 판매상, 스타트업이 앞다투어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독일, 덴마크, 인도까지 30여 개에 이르는 자동차 구독(vehicle subscription) 서비스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볼보만이 아니다. 캐딜락(Cadillac)과 포르쉐(Porsche), BMW,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동참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8년 6월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컬렉션(Mercedes Benz Collection)'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월 1095~2995달러를 내면 벤츠 C300 등을 등급별로 고를 수 있다. 벤츠 컬렉션 앱으로 면허증 사진을 올리고 가입에 동의하면 원하는 차를 대여해준다. 취향에 맞는 차종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고, 추가 금액을 내면 가족 모임이나 데이트 등 특별한 날을 위해 더 좋은 차를 빌릴 수도 있다.

 

이에 BMW는 'BMW 액세스(Access by BMW)'를, 포르쉐는 '포르쉐 패스포트(Porsche Passport)'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 스펙트럼(Genesis Spectrum)'을 시범 운영 중이다. 월 149만 원에 제네시스 스포츠 차량 3종을 탈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 셀렉션'은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를 제공하며 비용은 월 75만 원이다.

'소유' 대신 '구독'하는 사고의 혁신

구독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트렌드다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이라는 매달 면도날을 보내주는 사업 모델은 구독자가 300만 명을 넘었다. 란제리 회사 아도르미(Adore me)는 맞춤형 속옷 배송 서비스로 매출이 1억 달러를 돌파했고, 기린맥주는 한 달에 7452엔(약 7만5000원)이면 생맥주를 정기배송해준다. 라피올라(Lafeeolla)는 6개월마다 프라이팬을 비롯한 낡은 주방 기구를 바꿔준다.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구독하면서 효용을 높인다. 이는 동영상이나 음악 제공 업체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략이라 '넷플릭스 모델'이라고도 한다. 면도기나 의류, 식품 같은 생활용품이 이미 구독 경제 안으로 들어왔고 이제는 자동차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전과 달리 자동차를 소유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취향에 따라 바꿔 탈 수 있는 구독 서비스가 더 매력적이다.

 

- 얀 필립 하센버그(Jan-Philipp Hasenberg),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Roland Berger) 파트너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2014년 클러치(Clutch)라는 스타트업이 처음 선보였다. 월 795~1495달러로 SUV에서 세단, 컨버터블 등 입맛에 맞게 다양한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다. 이외에도 카르마(Carma), 플렉스드라이브(Flexdrive) 등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스타트업이 미국 전역에서 스무 곳에 육박한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 효시를 이룬 스타트업 클러치 광고 화면 ⓒClutch

그러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시장 가능성을 보고 가세했고, 판매업자들도 연합해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은 전면적인 서비스로 확대되기보다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는 단계다. 클러치와 포르쉐는 애틀랜타, 인라이드(Inride)는 워싱턴DC, BMW는 내슈빌, 캔버스(Canvas)는 샌프란시스코와 LA에서만 가입하고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신차 판매량이 줄어듬에 따라 구독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모바일 앱이라는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구독자들을 상대로 운전 습관, 취향, 부품 마모 상태 등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나 리프트(Lyft), 집카(Zipcar)도 구독 서비스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우버는 지역에 따라 월 14.99~24.99달러를 내면 이용 요금을 15% 할인해주는 '라이드 패스(Ride Pass)'를, 리프트는 월 299달러에 한 달 동안 30회 탑승권을 주는 '액세스 패스(Access Pass)'를 선보였다.

무인 자동차 시장과 함께 열린 더 큰 가능성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개념적으로 기존 리스나 렌털과 유사하다. 다만 여러 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고, 서비스 범위가 넓다. 보험에서부터 배송, 정비, 컨시어지(concierge) 등 차량 관련 서비스가 대부분 포함된다.

 

그래서 많은 업체가 월 이용료와 별도로 가입비를 받는다. 예를 들어, 캐딜락과 볼보의 가입비는 500달러다. 주행거리(마일리지)를 제한하는 곳도 많다. 볼보는 연 1만5000마일, 캔버스는 월 500마일, BMW와 캐딜락은 월 2000마일이며, 벤츠와 포르쉐는 무제한이다.

 

이미 고가인 월 사용료를 감안하면 이런저런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받는다. 볼보 SUV XC40 구독은 리스보다 70% 비싸고, 4년 구독료가 판매 가격과 비슷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 업체들도 예상보다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이다. 이 때문에 캐딜락은 2018년 연말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여러 난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무인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면 차량을 소유하는 의미가 적어질 테고, 이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곳곳에 배치된 차를 이용하는 공유·구독 서비스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