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의 보고서 작성 노하우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0월에 발간된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국내 최고의 보고서를 꼽으라면 아마 청와대 비서실에서 작성하는 보고서일 겁니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보고서를 수시로 작성합니다. 다음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공개한 보고서 작성 과정입니다.

1. 보고의 목표를 정하고 보고서를 구상한다.
2.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3. 보고서를 작성한다.
4.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취한다.

우리도 이 과정을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특히 보고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올바른 보고서가 나옵니다. 이렇게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7가지 사항을 점검해야 합니다.

1. 두 번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가?
2. 설득력이 있는가?
3. 결론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는가?
4. 구성에 짜임새가 있는가?
5. 수치가 정확한가?
6. 오탈자, 맞춤법, 구두점 등을 확인했는가?
7. 보고서 모양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는가?

청와대 비서실은 아니더라도 보고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선배들이 쓴 보고서입니다. 선배들의 보고서를 앞서 말한 점검 사항과 비교해가며 읽어보고 베껴보면 팀장님을 설득하는 보고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고객 감사 이벤트 보고서도 기존에 선배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참고해서 작성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죠?

 

위에 기재한 7가지 점검 사항 중에서 제 눈에는 '5. 수치가 정확한가?'가 가장 잘 들어오더군요. 수치의 정확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숫자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합니다. 우리 회사 A 지점의 매출이 감소하는 이유를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는 있어도, A 지점의 전월 대비 매출액에 해당하는 숫자는 현실 그대로를 보여줍니다. 내용을 아무리 좋게 써도 수치가 보여주는 것이 다르다면 상사는 보고서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됩니다.

 

상사가 만약 여러분의 보고서를 보고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건 보고서에 내용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데이터, 즉 수치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 의견을 뒷받침해줄 수치 자료를 그래프나 표를 이용해 시각화한다면 메시지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빠진 보고서는 보고서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보고서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숫자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서를 보고서 보고해야' 합니다.

수치 보고의 원칙 3가지

1. 수치 자료를 시각화하라

아무리 숫자가 정확해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보고서에 숫자를 담을 때는 시각화 작업을 통해 명확히 눈에 띄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프를 활용해서 수치 자료를 보여줍시다.

 

그래프는 선, 원, 막대로 나뉩니다. 선그래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회사의 매출액, 비용, 이익 등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기 좋습니다. 원그래프는 회사의 매출액을 상품 매출액, 서비스 매출액, 수수료 매출액 등 항목별로 나눌 때 좋습니다. 막대그래프는 비교할 때 좋은데, 예를 들어 우리 회사와 경쟁사의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을 비교할 때 사용합니다. 엑셀에서는 선, 원, 막대그래프를 2D나 3D로 보여줄 수 있고, 각각 다양한 그래프 모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2. 숫자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일주일 중 재방문율이 가장 높은 요일에 이벤트를 계획 중이라는 보고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금요일에 재방문하는 고객들이 꽤 많습니다. 금요일에 단골 이벤트를 하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보고하면 될까요? 안 됩니다. 요일별 고객 재방문율 데이터를 정리해서 그래프로 표시한 보고서로 보고해야 합니다.

금요일 재방문율은 45%로 일주일 중 재방문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금요일에 단골 이벤트를 실시하면 20%의 매출증대가 기대됩니다. 20% 매출 증감률은 전달에 실시한 단골 이벤트 매출 증감률입니다. 단골 이벤트 내용은 ○○제품 구매 시 하나를 더 증정하는 1+1 이벤트입니다.

이렇게 해야 원인과 제안, 결과 예상치까지 3박자가 딱딱 맞는 보고가 됩니다.

 

왜 이런 방식으로 보고를 해야 할까요? 상사는 보고서만 가지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고를 받는 상사의 머릿속에서는 아마 이런 논리회로가 작동할 것입니다.

 

'금요일이 가장 재방문율이 높으니 단골 이벤트를 실시하면 매출을 20% 증가시킬 수 있겠군. 단골 대상 이벤트니 고객 충성도도 높일 수 있겠고.'

 

보고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숫자 표현으로 궁금증을 남기지 않는 겁니다. 궁금한 게 없어지면 설득되기도 쉽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로 팀장님의 마음을 훔쳐봅시다.

 

3. 다른 숫자와 비교해서 보고하라

제 키는 185cm입니다. 그럼 제 키는 큰 걸까요, 작은 걸까요? 아마 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207cm인 서장훈 씨 옆에 서 있다고 해도 그럴까요? '크다, 작다, 많다, 적다'라는 표현을 쓸 때는 반드시 비교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재무상태와 실적을 담은, 회계 정보의 국가대표라 불리는 재무제표는 반드시 숫자를 비교해서 작성해야 합니다. 올해 수치는 왼편에, 작년 수치는 오른편에 나열하는 식으로 비교해 무슨 숫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재무상태는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알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팀장님께 올해 매출액을 보고한다고 해봅시다.

팀원: 올해 200억 원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팀장: 그래서 좋아진 거야, 나빠진 거야?

이렇게 한 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연도별로 매출액을 표로 정리해서 올해 매출액은 왼편에, 전년도와 전전년도 매출액은 오른편에 표시한 보고서로 팀장님께 보고한다면 어떨까요?

팀원: 올해 전년 대비 40억 원이 증가한 200억 원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팀장: 아, 작년보다 40억 원이 늘었군. 좋아졌네. 다들 고생했어!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금요일 재방문율은 다른 요일의 평균 재방문율 대비 10%가 높은 45%입니다.

이렇게 보고를 한다면 앞서 말한 금요일 재방문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반대로 재방문율이 가장 낮은 요일에 대해서도 재방문율을 높이는 이벤트를 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겠지요.

붕어빵에 팥이 빠지면 붕어빵이 아니듯 보고서에 숫자가 빠지면 보고서가 아닙니다. 보고서에 숫자를 넣어 팀장님을 내 편으로 만들어봅시다!

자료의 수집과 정리는 80, 기획서 작성은 20

링컨 대통령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8시간 생긴다면 6시간은 도끼날을 갈겠다.

대부분은 도끼로 나무를 찍는 데 6시간 이상을 사용할 텐데 링컨 대통령은 반대라는 겁니다. 기획서 작성도 마찬가집니다. 기획서를 작성하는 데 쓰는 시간은 20%고, 기획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80%를 써야 합니다.

 

자, 그럼 자료를 어떻게 수집할까요? 일단 인터넷을 켤까요? 아닙니다.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문제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의 노선표를 살펴봅니다. 그런데 노선표를 봐도 이 버스를 타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운행 방향 표시가 없어서 이게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버스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반대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청년은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직접 표시해주기로 합니다.

 

문구점에서 빨간 화살표 스티커를 구입해 버스정류장 노선표에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은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고, 이것은 캠페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화살표 청년으로 불리는 이민호 씨. 그의 작은 행동 덕분에 이제 버스 정류장의 노선표마다 빨간 화살표가 붙어 있게 되었습니다. 그가 문제를 발견하고 시작한 작은 행동이 사회를 변화시킨 것입니다.

 

문제를 발견해 사회를 변화시킨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안전사고와 지하철 사고로 사망하는 청년 수가 매년 증가했습니다. 지하철공사는 시민들이 안전 캠페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안전에 관심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 '멍청하게 죽는 방법(Dumb ways to die)'이라는, 시민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 <Dumb ways to die> 영상 ⓒDumbWays2Die

 

친근하고 중독성 있는 캠페인송을 만들고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캠페인송 후반부에는 "지하철 안전수칙을 안 지켜서 죽는 일이 가장 멍청한 짓!"이라는 지하철공사의 메시지가 나옵니다. 이 동영상은 조회수만 1억을 넘었고, 28개국의 인기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칸 국제 광고제 5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캠페인 광고 이후 실제 사고 발생률이 21%나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사업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회사와 관련된 일 중에 부족한 것이나 바꿔야 할 것은 없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면 됩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가 보일 것입니다.

인사이트 가득한 자료 찾기

이제 문제를 발견했으면 해결책과 관련된 아이템을 선정해봅시다. 그런데 사업 아이템 선정에는 문제의 발견만큼 현재 소비트렌드 또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1. 트렌드를 정리해주는 트렌드연구소

이럴 때는 카드사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떼어내 트렌드연구소를 만든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의 자료가 무척 유용합니다. 이 자료는 신한카드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퇴 전과 후의 소비 주요 특징 비교', '디지털 시대의 역설, 아날로그/복고의 확산' 같은 자료를 깔끔한 정리된 의견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설문조사 업체인 닐슨코리아갤럽에서는 다양한 산업군의 분석 자료를 제공합니다. 다만 유료 자료도 많으니 참고합시다.

 

만약 해외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코트라 사이트 방문을 추천합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에도 코트라가 자주 등장합니다. 사원 장그래는 코트라 사이트를 통해 해외시장을 조사하고, 궁금하고 보완할 자료에 대해서는 코트라 본사를 직접 찾아가 도움을 받습니다. 코트라 사이트에 들어가면 해외시장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국가별 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시장에 관심 있다면 DMC 리포트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온라인과 디지털마케팅에 대한 자료가 많은 곳으로, 온라인 아이템과 관련된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선정했다면 이제부터는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수치 자료'를 찾아야 합니다. 문제의 발견이 기획서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구체적인 수치 자료는 기획서의 설득력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는 객관성을 띤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피부미용에 신경 쓰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할 때, 연도별 남성의 화장품 직접 구매 비율 증감을 숫자로 보여준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논리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 자료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료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2.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중요한 수치 자료는 다트에서 찾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이템과 이미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그와 관련된 자료는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는 매년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합니다. 그러면 금융감독원은 그 내용을 전자공시시스템, 일명 다트(DART: Data Analysis, Retrieval and Transfer System)에 공시합니다. 누구나 다트를 방문하면 정기공시한 사업보고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료 제공: 앳워크

사업보고서에서 훌륭한 수치 자료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사업의 내용'입니다. 사업보고서에서 사업의 내용을 정독하면 회사의 사업부문부터 특정 사업의 시장점유율과 상품, 전망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중요한 수치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사업을 신사업으로 기획했다면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의 사업보고서를 찾아봐야 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사업보고서에는 그들이 바라본 국내의 화장품 산업과 화장품 시장의 전망, 공들여 분석한 시장점유율, 화장품 원재료나 제품의 가격 등을 공짜로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를 활용하면 신사업 기획서의 재무계획 작성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 국가통계포털은 문제점을 제시할 때 근거로 들 수 있는 유용한 수치 자료를 제공합니다. 통계청의 자료이므로 방대할 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높습니다.

 

KDI 국책연구원에서 제공하는 KDI포커스는 시대 현안을 읽을 수 있는 전문가의 보고서를 제공합니다.

 

3. 다 차려놓은 밥상 보고서, 기업 경제연구소

마지막으로 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 KT경제경영연구소도 경영, 시장, 트렌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저도 경제연구소 자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재무팀에서 근무할 때 신제품 기획에도 관심이 많아 신제품 기획서를 작성해서 신사업 기획팀에 제출했습니다. 제가 발견한 문제는 어린이들이 범죄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모바일 보안상품을 기획했습니다. 2011년 당시는 어린이를 위한 모바일 보안상품이 없었을 때였습니다.

 

먼저 각 기업 경제연구소에서 트렌드 및 보안상품이나 시큐리티를 검색해보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이름을 딴 ○○키즈라는 상품을 기획해서 1페이지짜리 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키즈는 목걸이 형태의 제품으로 위기상황에 버튼을 누르면 보안요원에게 비상상황과 아이의 GPS가 동시에 전달되는 상품입니다. 버튼을 누른 후부터 음성이 실시간으로 녹음되어 부모님의 음성 메시지함에 저장됩니다.

 

비록 신상품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각종 경제연구소 자료를 찾아보며 재밌게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3년 후 어린이 모바일 보안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걸 보고 그때 그 기획이 상품화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경제연구소들의 자료가 훌륭한 이유는 그 속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이미 시장점유율부터 성장, 예상손익 등을 다 분석해놓은 밥상도 가끔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서 작성이 두려운 이유는 경험해보지 않아서입니다. 하나하나 경험하다 보면 두려움은 사라질 겁니다. 마치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숫자에 대한 여러분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