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숫자가 뭔지 아니?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0월에 발간된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장사의 신' 백종원 씨가 직접 발로 뛰며 죽어가는 골목길 상권을 살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방송에 나왔다 하면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점포 임대'라는 광고지가 붙어 있던 죽은 상권도 인파로 북적이는 골목으로 부활한다고 합니다.
백종원 씨가 매의 눈으로 사장의 자세, 메뉴, 재고 관리 등등 가게운영 전반에 대해 분석하고 나면 대부분의 가게 사장들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혼이 납니다. 이후 백종원 씨의 도움으로 환골탈태해서 장사가 잘되게 됩니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가 방송을 보는 재미이자 포인트지요.
그중에서도 어느 멸치국숫집 사장은 유난히 많이 혼났습니다. 위생 문제 때문에? 아닙니다. 바로 멸치국수 육수에 들어가는 비용, 즉 원가를 잘못 계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숫집 사장은 멸치 한 박스를 써가며 정성 들여 만든 육수의 원가를 3000원이라고 계산했습니다. 원가가 높다 보니 국수의 가격도 비싸졌습니다. 그런데 백종원 씨가 직접 계산해보니 육수의 원가는 1900원이었습니다.
국숫집 사장은 원가에 가스값, 물값 등등을 다 포함했고, 백종원 씨는 음식과 관련된 식재료만 따졌기에 1100원의 차이가 난 것입니다.
백종원 씨는 국숫집 사장이 계산한 원가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며 "원가 계산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면 적자의 이유가 식재료 때문인지, 아니면 가스값 등의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원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음식을 팔면 얼마가 남는지, 그리고 몇 개를 팔아야 이익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모르며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저 통장에 찍힌 돈만 보면서 장사가 잘된다, 혹은 못 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버세요?
저는 현재 종로에서 디저트 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열기 전 먼저 장사 공부부터 시작하기 위해 다양한 가게의 사장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숫자가 뭔지 아니?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0월에 발간된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장사의 신' 백종원 씨가 직접 발로 뛰며 죽어가는 골목길 상권을 살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방송에 나왔다 하면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점포 임대'라는 광고지가 붙어 있던 죽은 상권도 인파로 북적이는 골목으로 부활한다고 합니다.
백종원 씨가 매의 눈으로 사장의 자세, 메뉴, 재고 관리 등등 가게운영 전반에 대해 분석하고 나면 대부분의 가게 사장들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혼이 납니다. 이후 백종원 씨의 도움으로 환골탈태해서 장사가 잘되게 됩니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가 방송을 보는 재미이자 포인트지요.
그중에서도 어느 멸치국숫집 사장은 유난히 많이 혼났습니다. 위생 문제 때문에? 아닙니다. 바로 멸치국수 육수에 들어가는 비용, 즉 원가를 잘못 계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숫집 사장은 멸치 한 박스를 써가며 정성 들여 만든 육수의 원가를 3000원이라고 계산했습니다. 원가가 높다 보니 국수의 가격도 비싸졌습니다. 그런데 백종원 씨가 직접 계산해보니 육수의 원가는 1900원이었습니다.
국숫집 사장은 원가에 가스값, 물값 등등을 다 포함했고, 백종원 씨는 음식과 관련된 식재료만 따졌기에 1100원의 차이가 난 것입니다.
백종원 씨는 국숫집 사장이 계산한 원가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며 "원가 계산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면 적자의 이유가 식재료 때문인지, 아니면 가스값 등의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원가를 정확하게 알아야 음식을 팔면 얼마가 남는지, 그리고 몇 개를 팔아야 이익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모르며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저 통장에 찍힌 돈만 보면서 장사가 잘된다, 혹은 못 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버세요?
저는 현재 종로에서 디저트 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열기 전 먼저 장사 공부부터 시작하기 위해 다양한 가게의 사장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매출이 얼마인지, 하루 평균 매출은 얼마인지 모르거나 대충 아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딱히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A: 하루 얼마나 버세요?
B: 아, 그게···. 잠시만요, 포스 좀 확인해 볼게요.
포스는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결제해주는 기계로, 제품이 팔릴 때마다 가게 매출을 기록하고 영업 마감할 때 정산을 도와줍니다. 따라서 이 포스에는 하루의 매출현황이 전부 기록되어 있고, 이것만 보면 매출이 얼마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포스만 보면 되니 딱히 기억해둘 필요는 없죠"라는 사장님이 많습니다. 또 "그런 건 몰라도 돼요. 장사만 잘하면 되죠"라며 어물쩍 넘어가기도 합니다.
장사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돈을 벌려고 장사를 하는데 하루 얼마 버는지도 모르는 것이 정상일까요?
매출뿐만 아니라 멸치국숫집 사장님처럼 원가를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내가 파는 음식에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알아야 얼마가 남는지 알 수 있는데, 그것을 모르니 남은 돈이 정확할 리가 없습니다. 매출에서 원가를 제하고 남은 돈으로 임차료도 내고, 인건비도 지불하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장사는 되는 것 같은데 현금이 모이질 않네요"라는 말을 합니다. 정말 복장 터집니다.
하지만 사장님들을 비웃을 수만도 없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우리도 마찬가지니까요. 직장인들에게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얼마냐고 물으면 정확히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연봉계약서에 있는 세전 연봉 금액은 대충 기억하지만, 통장에 찍힌 월급은 모르는 겁니다. 통장에 들어온 돈으로 카드대금 내고, 공과금 내고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연봉이 적어서 그런지 돈이 잘 안 모이네"라고 한탄합니다.
돈을 잘 모으는 사람을 잘 보면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쿡 찌르면 술술 나올 정도로 잘 정리해둡니다.
현재 얼마나 버는지 정확히 알아야
목표하는 돈을 모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숫자는 기억해둬라
직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숫자는 반드시 알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상황판단이 되고 문제를 발견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CEO가 재무제표, 즉 회사의 재무상태와 실적을 보여주는 문서를 살펴봄으로써 회사의 방향을 가늠하고 경영판단을 내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 회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숫자는 무엇일까요? 바로 업무와 관련해서 자주 나오는 숫자입니다. 특히 선배나 팀장님이 자주 이야기하는 숫자들은 암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재무팀이라면 회사의 자산, 부채, 자본 총액과 매출액, 영업이익, 재무비율 등 재무제표의 중요한 숫자와 지표를 기억해둡시다. 홍보팀은 시장점유율과 회사의 주가 및 광고집행비를, 영업팀이라면 판매하는 제품의 판매액과 판매촉진비 및 매출채권을, 생산팀이라면 공장관리비, 제조원가 등의 숫자를 정확하게 숙지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숫자는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 좋습니다
외우는 게 어렵다면 표로 정리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도 괜찮습니다. 표를 출력해서 눈에 잘 띄는 파티션에 붙여 놓거나 플래너에 넣고 자주 꺼내보며 눈에 익힙시다.
원 단위까지 외우는 것이 어렵다면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위로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대신 단위는 정확하게 알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억 원인데 3억 원으로 착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어느 영업팀 직원이 자사 제품의 가격을 착각해서 판매한다고 생각해봅시다. 300만 원짜리를 30만 원에 판매한다면 회사를 망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대형금융회사에서 배당금을 입력할 때, 주와 금액을 헷갈려 배당하는 바람에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그 틈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직원들이 구속당한 일도 최근에 발생했지요. 조심하고 또 조심합시다.
제가 재무팀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회사에서 제일 잘 나가던 우리 팀 과장님이 미션을 줬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재무수치 3개년 치를 외우라는 거였습니다. 과장님이 지나가다 "영업이익" 하며 저를 툭 치면 "네, 532억 7892만 8291원입니다"라고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처음엔 '내가 미운가? 나를 괴롭히려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과장님의 카리스마가 대단했고, 또 살짝 무섭기도 해서 닥치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이 암기가 재무팀 회의 때 힘을 발휘했습니다. 팀장님께서 "우리 회사 작년 이익이 얼마였지?"라고 물었습니다. 다들 자료를 찾을 때 제가 바로 "532억 7892만 8291원이었습니다"라고 답하자 저를 보는 팀장님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그때 그 숫자를 외우게끔 시키셨던 과장님께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중요한 숫자를 외우면 뭐가 좋을까요? 중요한 숫자를 외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일에 대해 관심과 책임감을 가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숫자와 관련된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는 모습을 상사에게 보여주면 보고서에서 원 단위를 틀려도 어쩌다 실수했구나 하며 쉽게 넘어갑니다. 하지만 물을 때마다 대답을 제대로 못 하면 정확한 숫자를 말했을 때도 "그거 정말 맞아? 자료 가져와 봐" 하며 의심을 받게 됩니다.
이익률도 모르고 팔면 오히려 손해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3000원짜리 메뉴와 5000원짜리 메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이 이 음식점의 사장이라면 어떤 메뉴를 중점적으로 팔겠습니까? 당연히 5000원짜리 메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렇게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각 메뉴를 팔 때 원가인 재료비를 빼면 얼마가 남는지를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3000원짜리 메뉴는 70%가 남고 5000원짜리 메뉴는 40%가 남는다면 어떤 음식을 팔까요? 당연히 3000원짜리 음식입니다. 3000원짜리를 팔면 2100원이 남지만 5000원짜리는 2000원이 남기 때문입니다. 비싼 음식이라고 해서 이익률도 높은 것은 아닙니다.
얼마가 남는지 백분율로 쉽게 보여주는 것을 이익률이라고 합니다. 이익률은 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누고 100을 곱해주는 것입니다. 메뉴의 이익률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면 제대로 된 판매와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제버거 가게라면 이익률이 높은 프렌치프라이와 콜라를 이익률이 낮은 수제버거 단품과 묶어서 점심 한정 메뉴로 판매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영업사원이라면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의 이익률을 정확히 알아야 거래할 때 유리합니다. 생산팀이라면 제조원가를 알아야 재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구매팀이라면 재고수량을 알아야 적정자재를 발주할 수 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범죄자인 장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뉜지 아니?" 섬뜩하게 쳐다보며 말하는 그에게 상대는 기죽어 꼬리를 내리며 움츠러듭니다.
강의를 하면서 만나는 직장인에게 회사와 관련된 중요한 숫자를 물어보면 절반 이상이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알더라도 정확하게 원 단위까지 아는 분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상사가 장첸처럼 무섭게 눈을 치켜뜨며 "중요한 숫자가 뭔지 아니?"라고 살벌하게 물어본다면 "네, 당연하죠" 하면서 입에서 숫자가 줄줄줄 나오게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