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

광고 회사 직원의 눈으로 바라본 칸 국제광고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2015년 칸 국제광고제에 직접 다녀온 디지털 플래너 이진재님의 워크숍 리뷰입니다. 2016년 칸 국제광고제를 기대하며 읽어보세요.

이게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그저 너무 앉고 싶어서 무작정 듣기 시작했던 워크숍 'Logic+Magic Workshop'. 2010년, 나를 광고라는 절벽으로 밀어버린 브랜드 이미지 전략가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가 설립한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오길비원(OgilvyOne Worldwide)에서 진행했는데, 그들의 전략 프레임워크인 'DAVE'를 활용해서 소비자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참여 또는 몰입)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먼저 전략 프레임워크인 DAVE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한 후, 5명 정도를 한 팀으로 구성해서 총 다섯 개의 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 팀에게 데이터 기반으로 도출된 인사이트와 간단한 브리프를 제공했다. 그 중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칸 라이언즈에서 진행되는 시상식과 세미나에 사람들을 더 참여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ExperienceCannes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나의 뒷모습이 왠지 거대한데?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착하고 수더분하고 왠지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맡았다. 너무 친절하고, 의견에 대해서도 몹시 개방적이길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쯤 되겠거니' 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그 아저씨는 오길비원 뉴욕(OgilvyOne Newyork)의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한국인으로 치자면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책은 도끼다」 저자인 박웅현쯤 되는 사람)인 알폰소 마리안(Alfonso Marian)이었다.

 

워크숍에 다들 열심히 참여하고 의견을 주고받은 탓에 원래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15분을 더 진행한 후에야 끝났다. 나도 몇 마디 꺼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 호응들이 좋아서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우리 팀의 아이디어

미디어 에이전시 캐럿(Carat)에 다니신다던 분. 다른 사람들이 미적미적대는 것과 달리 혼자 나서서 다 마무리 하셨다.

좋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프로세스

오늘의 마지막 워크숍. 앞에 들었던 세미나가 조금 늦게 끝나서 워크숍이 시작한 지 약 20분 후에야 들어갔더니 이미 워크숍은 진행 중이었다.

The Pop Up Agency의 프로세스. 워크숍에서는 Ideation 과정을 맛보기로 보여줬다.

'Idea Speed Dating'은

  • 우선 테이블에 큰 종이를 깔아놓고 모두가 서서 아이디어를 하나 쓰고,
  • 2분마다 한 칸씩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 다른 사람이 적어놓은 아이디어를 보충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쓰면서
  • 한 바퀴를 도는 아이데이션 방법이다.

브레인스토밍이니 스캠퍼 등을 보면서 아이데이션은 툴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던 내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놓았다.

Speed Idea Dating의 현장. 흥미진진!

이어서 테이블에 적은 아이디어들 중 마음에 드는 것 2개를 포스트잇에 옮겨 적고, 5명씩 팀을 구성해서 나온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우리 팀은 트위터에 다니는 일본인, 예전 칸 라이언즈 심사위원, 조지아에서 온 작은 에이전시 사장님들과 나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팀마다 자기가 들고 온 아이디어를 Implementation(실행가능성)과 Impact로 구성된 매트릭스에 붙였다. 그리고 5명이 토의를 하면서 10개 중 가장 매력적인 하나를 골랐다.

우리 팀이 고른 아이디어는 임팩트는 높지만 실행가능성이 낮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실행가능성을 높여서 $가 그려진 칸으로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데이션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면 실행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버려질 법한 아이디어를,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떤 축을 높여야 하는지 논의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된 아이디어를 140자(영어)로 정리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이렇게 아이디어를 140자로 줄이고 나면 사람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설명하게 하고, 진행자였던 Abraham은 꼭 아이디어가 이해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사실 '좋은 아이디어'는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구체적이지만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내고 나면 이내 욕심이 생긴다. 이것도 붙이고 싶고 저것도 붙이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혹시나 아이디어를 이해하지 못할까 싶어 그 설명이 점점 길어진다. 누구도 줄이고 싶고, 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프로세스는 그 욕심을 강제로 버리게 만들어준다. 영어 140자는 정말 짧았다. 그 안에 아이디어를 담으려면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왼쪽부터 Maksimilian, Alejandro, Zlatko 재밌고 친절한 The Pop Up Agency 친구들, 이제와서 보니 다 Hyper Island 출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