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략: 개선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이 불확실한 경영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이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예술과 같다고 저는 늘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돌발적인 경영 환경에 직면해서 생존과 폐업의 갈림길에 내몰렸을 때, 경영자들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한 가지 강점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가능성이 보이는 여러 분야에 인력과 자원을 골고루 분산시킬 것인가? 한 분야에 집중할 경우, 다른 조직의 반발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치열한 고민들이 경영의 현장에서 항상 대두되기 때문에, 경영자는 창조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예술가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한 오너 경영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가업으로 부친에게서 금융회사를 물려받은 젊은 오너 경영자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재벌가 자제입니다.

 

그의 고민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전통 산업에 속한 금융도 이제 새로운 경영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그는 혁신적인 방향으로 회사를 전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주식 투자나 기업 공개를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직접 부동산 투자와 개발에 참여하는 사업 영역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조직이었습니다. 그들은 주식 투자 수수료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 모델에 익숙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결집력을 발휘하면서 이 젊은 오너 경영자의 새로운 사업 방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합니다.

 

이런 딱한 환경에 처해 있어서인지, 그 젊은 경영자는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삼성그룹이 전자·금융·건축·수출입 상사 등의 다양한 사업군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삼성전자 부분이 그중에서 월등한 매출과 수익을 기록하게 된 배경과 그 '선택과 집중'의 과정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특별히 기존 조직의 반발을 어떻게 조정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했습니다. 제가 그 젊은 경영자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회사를 혁신하기를 원합니까, 아니면 개선하기를 원합니까?"

 

그러자 그 경영자는 잠깐 생각하더니, "저는 그냥 생존을 원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솔직한 답변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그 젊은 경영자에게 이어서 해주었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존을 원한다면, 개선이 아니라 혁신해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개선하는 것은 순간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그리고 혁신을 원한다면 이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이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모두 저항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혁신으로의 방향 전환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서 혁신의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를 전환한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만약 사람을 교체해야 할 경우 이 점을 꼭 기억해두기 바랍니다. 혁신을 위해서 인적 자원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경우,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해주어 기존 사람들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혁신의 과정이라 받아들여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속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그 젊은 경영자에게 들려준 저의 조언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가혹한 방식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매우 현실적인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초격차도 없습니다

선택 전략: 버리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적자 상태에 있던 사업 부서를 맡으면서 제가 관찰하고 발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너무 많은 고려 사항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배우자 선택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처럼, 수많은 적자 사업 부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결국 어느 하나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는 일이 너무 많고 분주한 사람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우스갯소리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참고서와 책만 많이 쌓아놓는다고 했던 것과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리더가 먼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집안, 성격, 재산, 능력, 외모, 직업, 종교 등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은 결코 없다는 것입니다. 그중 한두 가지 덕목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만 배우자 선택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적자 사업에서 벗어나려면 벌려놓은 여러 가지 일 중에서 한두 가지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그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해서는 어느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은 일을 못 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망한다는 사실입니다.

 

적자 사업 부서에 임명되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프로젝트(생산 제품과 개발 과제 수)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사업 부문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핵심 가치를 생산하는 가능성 있는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물론 저항과 반대가 따를 것입니다. 없을 수가 없겠지요. 기존 사업 부서를 구성하고 있던 인적 자원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 강화하기 위해 자기가 맡은 부분의 필요성과 존재 이유를 강조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니 리더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하려고 하면 반대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구성원이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일을 중구난방으로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업무나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보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거의 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자신의 일상 업무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열거합니다. 대개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인데, 실제로는 우선순위도 따로 두지 않았던 것들이지요.

 

하지만 리더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많은 일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입니다.

ⓒShutterstock일반적으로 어떤 회사나 사업 부서가 적자 상태에 빠져드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단 한 가지 이유만 들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이라는 조직은 여러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다양한 인적 자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적자 사업 부서를 맡으면 제일 먼저 인적 자원을 분야별로 나누고 업무와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오라고 합니다. 개발팀장에게, 제조팀장에게, 그리고 마케팅팀장에게도 똑같은 지시를 내립니다. 당연히 개발팀, 제조팀, 그리고 마케팅팀이 매겨온 일의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개발팀에서는 1순위인 일이 마케팅팀에서는 3순위로 밀려나 있는 식이지요.

 

좋은 제품을 연구·개발해서 제조 공정을 통해 그 제품을 만들고,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가 만족하도록 판매하는 것이 제조업의 기본 골격입니다. 이를 위해서 개발팀, 제조팀, 그리고 마케팅팀이 존재합니다. 이 세 부서는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목표의 우선순위도 같거나 서로 연관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적자 사업부의 경우 각자 판단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경우, 리더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사업부의 모든 구성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 제조, 마케팅 등 각 부서가 공유한 일의 우선순위를 함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줄 때는 1, 2, 3, 4, 5 등의 숫자로 정확하게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부서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라 움직이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람, 즉 리더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할 뿐 아니라, 숫자로 정확한 순서를 매겨서 구성원들 사이에 혼선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리더는 새로운 사업부를 맡고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리더는 일의 우선순위를 수시로 바꾸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정한 일의 우선순위를 본인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는 사람, 일의 우선순위를 수시로 바꾸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일의 우선순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없습니다.

ⓒShutterstock세계 경제가 초경쟁 상태에 접어든 이후로, 새로운 조직 행동론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중 어떤 견해들은 한마디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너무 경쟁이 치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신기술이 범람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면 자칫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그래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말고, 그야말로 모든 옵션을 동시에 실행하는 전략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초경쟁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전략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럴 경우에도 반드시 시기의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저히 우선순위를 가릴 수 없는 두 개의 중요한 일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긴급한 상황을 고려하면, 반드시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두 가지 프로젝트를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시한'을 둡니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은 두 가지 급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지만, "3개월 후에는 무조건 그 두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라는 원칙을 구성원들과 미리 공유하는 식입니다. 3개월의 시한을 정확하게 설정한 것입니다.

 

각기 다른 두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면 미래를 잘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집중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상반기가 끝나는 6월 30일, 이때 무조건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와 같은 방식으로 반드시 시한을 둡니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다시 한 가지로 확정되면 모든 인력을 그 일에 집중 투입합니다. 특히 적자 사업부를 맡았을 때 이런 방식은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집중력을 잃고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면, 결과는 항상 기대 이하였습니다.

협상 전략: 이성과 감성의 변주곡

마지막으로 협상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경영을 하다 보면 수많은 협상을 하게 됩니다.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광범위하게 보면 협상의 과정이고, 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이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영업을 벌이는 것도 사실은 모두 협상에 속하는 행동입니다.

 

그래서 경영자에게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업을 처음 시작하거나 신규 산업 분야의 경영을 맡은 사람은 반드시 협상의 기술을 터득해야 합니다.

 

요즘 엔지니어 출신들이 경영을 맡는 일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경우이지요. 각 분야로 흩어져 있던 기술 혁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과정을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경영자로 나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엔지니어 출신 CEO들의 한계는 너무 논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늘 합리적인 사고를 해야 하므로 '1+1=2'라는 식의 형식 논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훈련받아왔습니다. 당연히 행동과 사고가 점차 논리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 출신의 경영자들은 형식 논리에 빠져 있을 때가 많고, 사사건건 논리를 따지는 성격과 습관을 지니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경영을 해보면 어떤 때는 아예 논리가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비합리적이면 그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경영 현장은 늘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교차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고
다시 1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거래처와 협상을 할 때는 '1+1=2'라는 형식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상대방과 협상을 할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이것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마지막엔 반드시 웃으면서 헤어져라

협상 중에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충돌할 수도 있고 때로 얼굴을 붉힐 때도 있지만, 헤어질 때는 반드시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음의 만남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경영상의 협상 과정에서는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원수로 만들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협상은 잘 진행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하면서 웃고 헤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협상의 첫 번째 기술입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는 대화의 말미가 중요합니다. 협상이 본인이 원하는 쪽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대화 말미에 가서는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내 생각에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을 가지고 다시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라는 식의 대화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다음을 기약하는 것입니다.

 

2. 스스로 허점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라

두 번째는 협상을 전개하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20여 년간 경영 현장에서 직접 얻었던 경험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상대방의 협상 포지션이 자기보다 훨씬 좋거나 나쁠 경우에는 의외로 협상이 쉽게 끝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협상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협상에서 좋은 포지션을 차지한 사람이 유리한 법입니다.

 

그러나 양측의 협상 포지션이 서로 동등할 때를 가정해봅시다. 서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도 양보를 하지 않으려 들 것입니다. 이 경우 협상 테이블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방보다 내가 더 '우월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을 때, 제가 사용했던 협상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저는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도록 유도합니다. 제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중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지요. 왜 나와 협상을 하려는지, 왜 그런 조건을 원하는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등을 질문해서 먼저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줍니다.

 

이때 상대방이 대답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좋습니다. 어떤 때는 더 오래, 더 자세한 얘기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상대방의 설명을 경청합니다.

 

사람의 뇌는 말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듣고 있을 때는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할 때의 뇌는 단순 연산(single-tasking)만 하지만 들을 때는 다중 연산(multitasking)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설명을 하는 동안 저는 상대방의 논리의 취약성을 계속 생각하고 찾아냅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말하다 보면 약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내가 듣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습니다. 상대방 논리의 취약점을 반격할 수 있는 저의 논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면 저는 제가 생각했던 상대방의 논리에 대한 질문을 이어갑니다.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수세적인 입장에 몰릴 때까지 계속합니다.

 

제가 협상의 우월한 입장에 놓일 때까지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협상은 상대방보다 우월한 입장에 서게 되면 원했던 대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됩니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조건이 아니라 원하는 위치를 먼저 확보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조건은 그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습니다.

 

3. 검사들의 질문법을 활용하라

세 번째 협상의 비결은 검사가 피의자를 심문할 때 사용한다는 질문 방식을 통해서 배운 것입니다.

 

검사들은 살인 피의자를 심문할 때, 절대로 "너, 그 사람 죽였어, 안 죽였어?"라고 다그쳐 묻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하면 실제 살인을 저지른 사람도 "저는 안 죽였습니다"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검사들은 첫 번째 질문부터 "너, 그 사람 왜 죽였어?"라고 심문합니다. 그러면 "제가 의도적으로 죽인 게 아니라 실수로 죽였습니다"라고 자백한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잡아떼면 "너, 어떤 흉기를 사용했어?"라고 다시 질문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검사들의 질문 방식은 상대방보다 한 단계 앞서가는 것입니다. 검사가 한 단계 앞선 질문을 던지면 당황한 피의자는 그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비즈니스의 협상 과정에 이런 검사들의 질문 방식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년 자사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협상 파트너가 있다고 칩시다. A 회사는 내년에 생산할 휴대전화의 부품으로 들어갈 반도체를 미리 구매하려고 합니다. A 회사의 구매 담당자와 제가 협상을 벌이게 되겠지요. 이때 저는 이런 협상 전략을 사용합니다.

 

A 회사의 구매 담당자에게 내년에 사용할 반도체 판매에 대해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내후년의 부품 생산 및 개발 계획을 먼저 언급하는 것입니다. 내년이 아니라 내후년의 부품 판매를 협상하자고 선수를 치면, 그 구매 담당자는 저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검사가 "너 그 사람 죽였지?"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너, 그 사람 왜 죽였어?"라고 묻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모두 내후년 구매 계획을 우리와 협의하고 있다고 하면, A 회사의 구매 담당자는 내년 구매 계획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더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될 것입니다. 벌써 내후년의 구매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면, 다른 회사들의 내년 구매 계획은 이미 세워져 있다는 뜻이니까요.

 

따라서 제가 그 협상 테이블에서 제게 유리한 조건을 A 회사에 내걸어도 상대방은 제 의도대로 끌려오게 됩니다. 다른 회사들이 이미 내년 반도체의 구매 계획을 끝마쳤기 때문에 자칫하면 내년에 사용할 부품을 구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겠지요. 언제나 상대방보다 유리하고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