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스타트업 투자자의 믿음

지난 4월 외부감사 대상인 주요 스타트업의 실적이 전자공시 되면서 여러 미디어가 앞다투어 모바일 스타트업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 수천억 원 대로 쌓인 적자와 결손금, 기존 유통공룡 업체와 경쟁까지해야 하는 소셜커머스 업체
 

• 손익 분기 달성이 요원한, 마케팅 비용의 늪에 빠진 O2O 스타트업

4월 당시 '스타트업계 위기론' 관련 기사들

누군가가 생산하고 배포하는 이런 류의 비관론 덕분에 가족과 지인, 심지어 투자 업계 동료들에게까지 내가 자주 들어야 하는 얘기가 있다.

 

"정말 어려워? 망하는 거 아냐?"

 

나는 웬만큼 산전수전은 겪어본 10년 차 사모투자매니저다. 포지션 없이 말하는 사람들의 비관적 분석 따위야 오만하게 쳐낼 정도의 깡은 있다.

 

모바일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위대한 모바일 스타트업이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라고. 그들이 만들어 낼 미래 효용은 너무나 다양하고 많으며 어느 시점에 기업엔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우리 펀드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다만,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밤을 새워 개발을, 누군가는 신발이 다 닳도록 영업을, 또 누군가는 확실하게 투자하고 건전하게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따라서 이 글은 모바일 스타트업이 위기냐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다. 이어서 투자자가 바라는 모바일 스타트업의 사업전략 고민거리와 투자・자본시장이 고민해야 할 문제도 얘기해 볼 계획이다.

달라진 벤처캐피탈 투자 성향

"아직도 가입자 수나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간 순수 이용자 수) 얘기하면서 플랫폼한다 하는 기업 보면 답답해."

 

"요새는 작년에 투자한 여러 스타트업 후속 펀딩 도우러 다니는 일로 신규 투자는 보기가 어려워"

 

"미국과 중국도 다 안 좋으니 조금 쉬어가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요새는 다른 분야를 리서치 하고 있어."

 

요새 주변 동료 벤처캐피탈(VC)에게 들은 얘기다. 딱 자르기 어렵지만 대략 작년(2015년) 중~하반기 이후부터 국내 투자시장에서 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과 이 분야의 투자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의심은 실제 기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이 발행한 스타트업 3월 투자 동향 분석 글을 보자. 이 글에 따르면 2016년 들어 3개월 연속 스타트업 투자 금액・건수 감소 상황이 나타났다.

 

왜 그럴까? '연초 효과', 즉, 벤처캐피탈(VC)이 연초 투자계획을 수립하거나, 펀드의 LP총회 등의 업무를 집중하느라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현상 때문일 것이다. 잇따른 모바일 스타트업 담당 VC들의 이직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모두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반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예년보다 위축됐다.

 

이런 현상을 고려할 때
모바일 스타트업을 보는 VC의 시각이
변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략 2015년 이후부터 국내 VC, 특히 Round A(스타트업 초기) 이후에 집중하는 VC가 모바일 스타트업 투자 검토 시, 서비스 성장 지표보다 추정 재무 실적 자료를 꼼꼼히 보고 있다.

 

내가 속한 회사도 모바일 경제의 매크로 그로쓰(Macro Growth)를 높게 평가하고, 관심 스타트업이 카테고리 리더면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투자하던 시기가 있었다. 메리 미커*나 피터 틸** 같은 사람의 말과 자료를 보고 주먹이 불끈 져 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 검토 시 해당 기업의 실적 추정을 조금 더 중시한다. 이것이 평범한 한국 벤처캐피탈이다.

 

*메리 미커: 1990년대 인터넷 기업의 성장을 예견한 유명 애널리스트 (출처: 서울경제 「'기술주의 여왕' 메리 미커, 월가→실리콘밸리로」)

 

**피터 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 창업자로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이자 지분 보유자이기도 하다. 창조적 독점을 다룬  책 「제로 투 원」의 저자로 유명하다. (출처: 조선비즈 「핀테크와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틸 스토리」)

스타트업 분석에 적합한 Top down식 접근

이러한 변화에 따라 모바일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비스 지표의 성장을 기업 밸류에이션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서비스 지표(사용자 지표, 트래픽・거래량 지표 등)가 기업가치의 직접적 상향 요인이라면, 주요 서비스 지표의 상승에 비례하여 기업가치가 상승해야 하는가?

 

잠시 대학 경영학 수업이나 MBA 수업 등에서 가르칠 법한 교과서적인 투자론 이야기를 해보자.

 

대부분의 투자론이 제시하는 밸류에이션 기법은 NPV(Net Present Value, 순현재가치)에 기초하고 있다. 즉, 투자는 해당 기업이 발생시킬 투자자 몫의 미래현금을 모두 현재 가치로 환산하여 현재의 투자 금액과 비교, 투자 의사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미래 현금 흐름'과 적정한 '할인율'을 고려해야 해야 한다. 이 두 값은 밸류에이션과 각각 정관계, 역관계를 갖고 있다. '미래 현금 흐름'이 높아지면 '밸류에이션'이 같이 높아지고, '할인율'이 높아지면 '밸류에이션'은 낮아진다.

밸류에이션은 '미래 현금 흐름'과 정관계, '할인율'과는 역관계다.

그렇다면 모바일 스타트업들의 서비스 지표 성장은 미래현금흐름을 높이는 것일까? 할인율을 낮추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1) 서비스 지표 한 단위 당 발생시킬 수 있는 현금흐름이 있고 이러한 단위가 증가 하였으므로 미래 현금 흐름은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다.

 

2) 대부분의 모바일 스타트업의 사업구조는 경제 구조 상 이미 규모가 정해진 시장의 일부를 점유하는 매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초기부터 목표한 미래 현금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이고, 서비스 지표의 성장은 해당 미래 현금에 대한 실패 확률(할인율)을 낮추는 것이다.

 

첫 번째 의견은 단위 가치로부터 전체 가치를 측정하는 Bottom up 접근이고, 두 번째 의견은 기업의 Address market에서 해당 기업이 만들 수 있는 수익의 양을 예측해 보는 Top down 접근이다. Bottom up 방식은 단위 가치 측정이 중요한데, 수익화 이전이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이것은 어렵다. 반면 Top down은 시장과 밸류체인 규모부터 조사하는데, 통계자료 등을 사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쉬운 분석이 가능하다.

 

Top down 방식을 따르는
두 번째 관점으로
모바일 스타트업을 바라보자.

 

시장규모를 예측하고 사업 전략을 수립한 어떤 기업이 미래에 획득할 수 있는 현금의 흐름을 측정한다면? 서비스 지표의 성장이란 해당 미래 현금을 획득하지 못할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과정으로 투자자에게 해석될 수 있다.

 

즉, 서비스 지표 성장 결과 미래에 얻을 있는 현금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거되고, 이에 대한 대가로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것이다.

 

조금 확대 해석하여 유사한 사례를 찾으면 국내 Pre IPO 세컨더리 마켓*에서 기업의 추정 실적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상장 시점이 가까워 올수록 거래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있다.

 

모바일 스타트업의 예상 미래 현금 흐름이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면 서비스 지표의 성장은 기대 매출의 증가가 아니라 기대 매출에 대한 불확실성 감소로 해석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어떠한 스타트업의 기업설명회(IR)에 참여하면서 미리 '대략 어느 정도 영업 현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구나' 판단한다면, 해당 스타트업의 성장 지표는 밸류에이션의 배수가 아니라 미래 현금의 할인율을 낮추는 정도의 기여를 하는 것이다.

* Pre IPO 세컨더리 마켓: 기업의 IPO 1~2년 전에 기업공개가 가시화되면서 해당 기업의 주식이 장외 거래되는 시장으로 일반적으로 세컨더리VC펀드, 증권사 자기자본투자팀, 비상장주식 운용 신탁 등이 주요 거래자로 참여한다.

선입견 : 시장, 모델, 상대성

그런데 투자자들은 모바일 스타트업이 예상한 영업 현금 흐름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다. 왜 그럴까? 크게 세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1) 시장의 규모

한국의 연간 인구증가율은 0.5% 수준으로 OECD 가입국 중에서도 하위 15위로 낮은 편이다. 스마트폰의 침투율은 2015년 기준 세계 2위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경제의 확장 여력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한 국가다.

 

한국의 모바일 서비스 기업이 해외에서도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2) 비슷한 사업모델의 한계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다 보면 카테고리는 달라도 사업 모델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IT웹진 아웃스탠딩에 따르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유료화/부분유료화, 광고, 수수료로 나뉜다.

 

적용 시장의 규모나 경쟁 환경 등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성장 속도나 실적 수준 역시 거의 마찬가지다. 특히 광고나 전자상거래 중개 등의 방식은 VC에게 아주 익숙한 사업모델이다. 이미 해당 기업의 성장률에 대해 경험적 기대치가 형성된 경우가 많다.

 

(3) 상대 기업가치 평가

만약 어떠한 모바일 스타트업의 주요 사업모델이 광고라면, 상장사 중 네이버(NAVER)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지 않고는 평가할 수 없다.

 

네이버는 매출의 약 70% 이상이 광고 매출이며, PSR(Price per Sales Ratio, 주가매출비율)로는 약 6.7x,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로는 약 42x에 거래되고 있다.

 

해당 지표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광고가 주 BM인 모바일 서비스 기업이 1천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서는 매출 약 150억 원, 순익 24억 원을 달성해야 한다.

 

국내에서 스타트업 매체로 연간 150억 원 이상의 광고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곳은 손가락에 꼽힐 수준이다.

 

덧붙여 광고BM 매체나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분야에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공개상장) 여부를 가늠하는 'Late stage(설립 후 안정화된 단계)' 회사가 속속 생기면서 스타트업계 대장 노릇을 하는 기업들이 국내 상장 시장 공모 투자자들의 준엄한 밸류에이션 심판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IPO에 근접할수록 밸류에이션과 관련해 모바일 스타트업이 겸손해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참고*
기업가치 $1 billion 이상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 칭한다.

해외 테크 전문 미디어 벤처비트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전 세계에는 229개의 유니콘이 있다.

한국의 경우,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1천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한 스타트업이라면 나름의 기업 가치와 투자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벽 앞에 선 모바일 스타트업계

결국, 국내 모바일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회의론의 바탕에는 시장의 규모와 성장이 충분치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미래 매출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더욱이 시장의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단순히 투자를 받고 못 받고 문제가 아니다. 큰 시장에서 큰 기회를 얻지 못하면 기업의 성장과 활용 가능한 자원에는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바일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글의 다음은
모바일을 뛰어넘는 모바일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내용이 될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효용의 절대 크기를 늘려 더 큰 시장을 확보하고, 밸류체인 상의 협상력과 경쟁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확보하고, 투자시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의 내부에 더 위대한 파트너들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바일・인터넷 비즈니스의 평범한 모델을 뛰어넘는 실험과 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