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JUST DO IT!

2016년이 되고, 나는 내 자신에게 2016이라는 숫자를 매우 중요한 숫자라고 각인시켰다. 2017년에는 다시는 누리지 못할 마지막 대학생 신분이자, 직장인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캠핑카를 타고 미국 서부 여행, 남미 여행, 일본 여행까지. 이 시대의 취업 준비생 답지 않게 무리한 여행 계획을 세웠다. (부모님이 "너는 취준생인데 왜 이러느냐"고 하시기도 한다.)

취업하기 전에 실컷 놀아야지, 인턴은 무슨 인턴이야.

그러던 중 퍼블리에서 칸 국제광고제 프로젝트 필자를 모집하는 소식을 접했고, 좋은 기회로 함께하게 됐다. 칸 광고제 티켓은 30세 미만 할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00만 원에 달했으며, 프랑스로 가는 항공권과 숙소비까지 합하면 26살인 내가 가기에 굉장히 부담스러운 행사였다. 그 때문에 퍼블리에서 내게 준 기회는 매우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됐다.

'칸에 간다면 내가 과연 좋은 글들을 쓸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봐줄까.'

이런 저런 걱정도 많이 됐지만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 때문에 어느새 나의 2016년 달력에는 예정에 없던, 그러나 그 어떤 여행보다 떨리고 설레는 프랑스 행 일정이 추가되었다.

나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수많은 어록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드라마 &#60;미생&#62; 중 한 장면 &#9426; tvN 공식 홈페이지

노하우와 솔루션은 현장에서 나온다고,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문제점과 애로 사항을 몸으로 느껴야 체득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기업 CEO들의 출신을 보면 영업 직군이 CEO가 된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이처럼 나는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것을 믿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얻은 광고에 대한 지식은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배운 것보다 직접 '광고의 모든것' 채널들을 운영해보면서 알게 된 것들이 더 많았고, 글을 통해 배운 것보다 병원 마케팅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진짜 지식이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직접 체득하지 않은 내용이나 사무실에서만 나온 아이디어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진짜 그 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말만 화려한 강사'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내 분야에 한정 지어 말하자면,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지도 않으면서 블로그 강의를 하는 강사들, 파워블로거가 아니면서 파워블로거 되는 법을 강의하는 강사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면서 인스타그램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 제안하는 실무자들 말이다.

 

조금 더 격하게 표현하자면, 이들은 디지털/소셜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이를 잘 모르는 까막눈들을 대상으로 그럴싸하게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체득한 지식이 아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기저기서 모은 정보를 가지고 '파워블로거 되는 법'에 대한 책을 내고, '페이스북으로 돈 벌기' 같은 후킹한 제목을 붙여 책을 판매하는 '합법적 사기꾼'들도 존재한다.

 

몸과 머리로 직접 체득한 정보를 더욱 믿는 성격 탓에 나는 블로그를 비롯하여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다양한 소셜을 직접 운영해보았다. 처음에는 블로그가 어떤 건지, 페이스북은 어떤 매체일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광고들을 모아놓고 남들과 공유하자'는 의도였지 큰 목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볼륨이 커지면서 지금의 '광고의 모든것'이 된 것이다.

 

이번에 칸 국제광고제를 가고자 결심한 것도 평소에 칸 광고제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고, 모든 광고대행사들의 꿈이 광고제에서 수상하는 것임을 잘 알기에 그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실 몇 년 전부터 '광고의 모든것' 채널을 통해 칸 광고제 수상작들을 적지 않게 소개했지만 실제 광고를 기획한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에 어떤 부문에서 수상했고 어떤 광고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리는 정도로 약간은 소극적인 자세였다.

 

그러나 직접 칸 광고제에, 그것도 리포트를 작성하는 프로젝트 필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앞으로 조금 더 자신 있게 칸 광고제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광고의 모든것'에 소개하던 광고들을 만든 기획자/제작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대해 큰 기대가 된다. 네트워킹 파티에서 그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이 기획한 광고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었는지 직접 묻고 확인하고 싶다.

칸 광고제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볼 것인가

이번 프로젝트는 Supercell의 마케터 이지홍님과 같이 가게 되었다. 지홍님은 유명 연사들의 강연에 대한 리포트를, 나는 주로 광고/크리에이티브 쪽 세션들과 2016 칸 광고제 수상작 등에 대한 리포트를 만들 예정이다. 

 

이번 칸 광고제에서는 총 3개의 부문(Digital craft, entertainment, entertainment lions for music)이 새로 생겼고, 여러 수상 분야들이 트렌드에 맞게 신설되거나 수정되고 있다. 내가 이번 칸 광고제에서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 쪽이다.

* 브랜디드 콘텐츠: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하는 광고 기법 중 하나로 PPL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에디터 주)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분야로,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가수 빈지노와 함께 'BEE STRONG'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토종벌을 지키는 캠페인을 알렸고, 72초TV(영상 콘텐츠 제작 그룹)는 브랜디드 드라마를 통해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엔터테인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콜라보를 해서 광고 하는 사례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을 통해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드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하나의 광고에 많은 힘을 주는 기존 4대 매체 중심의 광고에서 가벼운 스낵 형태의 다양한 콘텐츠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번 칸 광고제에서도 그 흐름에 맞게 Back to the Future of Branded Content, Branded Entertainment – the New Age of Marketing 등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한 세션들이 준비되어있다.

 

[그 외에 눈여겨 볼 세션들]

• 페이스북 Beach, 유튜브 Beach (페이스북 beach, 유튜브 beach는 20-24일간 해변가에서 열린다.)

 

2015 칸 국제광고제 페이스북 beach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프랑스와 한국의 시차는 7시간이다. 프랑스가 오후 12시라면 한국은 오후 7시인 것이다. '광고의 모든것'에서는 주로 퇴근 시간대에 포스팅을 업로드를 하는데, 행사 기간 중에는 시차에 맞게 지홍님과 매일 프랑스 칸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려 한다. 그날 열리는 세션들과 만나볼 연사들에 대해 펀딩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볼 예정이다.

 

행사 기간 중,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펀딩 참여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펀딩 참여자들을 대신해서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에 다녀오는 만큼 유명 연사들의 강연에서 묻고 싶었던 내용들을 대신해서 질문하고 싶은데, '광고의 모든것'에서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기 때문에 떨리기도 하고 어떤 변수가 생길지 궁금하기도 하다.

 

약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지금까지의 일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칸에 가고자 결심하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더 나아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고의 모든것'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을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칸 광고제라는 '현장'이 나를 기다린다.

 

부디 나뿐만 아니라 펀딩 참여자 모두에게 인사이트를 남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길 바라며, 프로젝트가 끝나고 자신있게 이 말을 할 날을 기다린다.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