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외 이모저모
컨퍼런스 내용 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처음 겪어본 성 중립 화장실입니다. 첫날 워크숍을 진행했던 공유 오피스와 메인 행사장 모두 화장실을 성 중립으로 운영했습니다. 작년부터 국내 도입을 추진한다는 기사가 올라온 걸 보긴 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처음엔 살짝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원래 건물 화장실이 성 중립인 것은 아니고,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를 비닐을 씌워 막아놓고 누구나 화장실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사 내용*으로 봐서는 현대카드의 공용화장실은 모든 성별이 같은 변기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여기는 화장실 칸에서 볼일을 보고 문을 열면 50%의 확률로 다른 성별의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범죄 우려" vs "인권 보호"… '성 중립 화장실' 필요할까(세계일보, 2019.2.22)
그렇다고 성 중립 화장실이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참가자들조차도 컨퍼런스 첫날엔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고, 미국에 머무는 동안 방문했던 거의 모든 건물에는 화장실이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돼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컬쳐' 서밋이고 다양성 주제도 다뤄지다 보니 시범적(?)으로 화장실을 이렇게 운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화장실은 대기가 짧은데 여자 화장실만 줄이 길어지는 것 때문에 '남녀평등' 차원에서 이렇게 하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컨퍼런스에서는 양쪽 화장실 줄 길이가 같아졌고,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관광지에서 여자 화장실에 줄 서 있는 광경을 보니 확실히 비교가 되더군요.
하지만 성 중립 화장실을 운영하는 진짜 이유는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어느 쪽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거나, 본인이 원하지 않았을 불필요한 오해나 눈치를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공용으로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