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권력의 핵심은 데이터다

Curator's Comment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라고요. 미래에는 AI, 즉 데이터를 활용해 과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사례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데이터가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꿔나갔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 보려 합니다.

'빅데이터 권위자'로 불리는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Viktor Mayer-Schönberger) 옥스퍼드대 교수는 "데이터가 금융을 대신하면서 자본주의를 바꾸고 있다"며 이른바 '금융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최근 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구글은 사용자 검색 기록을 토대로 하여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고, 스포티파이(Spotify)는 사용자의 청취 기록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한다.

자본이 된 데이터가 기업은 물론 금융과 노동, 정부의 역할, 나아가 시장의 개념까지 바꿔놓을 것이다.
-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교수

기업은 데이터 혁명에 맞춰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쇤베르거 교수는 저서 <데이터 자본주의>에서 일본 후코쿠생명과 인공지능 스타트업 사베르(Saberr)를 예시로 들었다. 후코쿠생명은 IBM이 개발한 AI 왓슨(Watson)에 보험 청구 평가를 맡기고 관련 부서 인력을 줄였다. 사베르는 성격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업무 궁합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최적의 팀을 조합한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미국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 프랑스 명품 그룹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영국 생활용품 회사 유니레버(Unilever) 등이다.

 

이처럼 빅데이터 시대에는 어떤 결정을 기계에 위임할 것인지 정하고 데이터의 힘을 빌려 최적의 결정을 내린 다음 서로 협업해야 한다.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옥스퍼드대 교수

위클리비즈(이하 생략): 데이터의 힘이 커지면서 "자본주의가 재발명될 것"이라고 했다.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이하 생략): 그동안 자본주의는 화폐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가 풍부해지면서 데이터가 화폐의 역할을 대체하고 금융 자본주의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일례로 온라인 쇼핑에 경매 방식을 처음 도입한 이베이(eBay)는 최근 매력을 잃고 있다. 반면 우버(Uber)나 블라블라카(Blablacar) 같은 차량 공유업체는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주면서 성장했다. 전자가 금융 자본주의라면 후자가 데이터 자본주의다. 가격이 중심인 금융 자본주의에서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거래 상대를 찾아내는 데이터 자본주의로 전환되고 있다는 증거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개인이나 기업은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했는데, 빅데이터 시대에는 어떨까.

가격이 기반인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의사 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격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단순화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가 생략되고, 세부 정보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각종 속임수에도 취약해진다. 그래서 사과와 오렌지는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듯이, 단순한 가격 비교로는 최적의 거래로 이어지지 못한다.

 

빅데이터 중심 경제에서는 정보를 가격으로 축약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고, AI의 도움으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요한 지적이다.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에는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추천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지원 도구'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는 아마존, 구글, 스포티파이, 에어비앤비 등이 이런 도구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마존에서 애플의 추천 기능을 사용하거나 애플에서 구글의 분석 도구를 사용할 수는 없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데이터를 소수의 기업이 독점해 모두 같은 데이터 지원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 이는 계획 경제*나 다름없다.

* 집권적 중앙계획의 통제로 재화의 생산·분배·소비가 계획, 관리되는 경제 구조

아마존은 영화·드라마 콘텐츠 플랫폼 '프라임 비디오'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비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블룸버그

데이터 독점은 혁신도 저해한다. 혁신은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알아낸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데이터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기업에 몰리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성장 기회가 줄어든다. 한쪽에서는 구글처럼 자본을 독점하는 기업을 쪼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실제로 1980년대에 미국 정부는 시장 독점을 우려해 미국 통신사 AT&T를 분할했다. 그러나 20년 후 AT&T는 오히려 덩치를 키워 돌아왔다. 기업을 쪼개는 대신 혁신의 원료인 데이터가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공유되도록 보장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수 기업의 데이터 독점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터 공유 의무제를 제안한다. 특정 기준을 넘어선 기업, 예를 들어 시장 점유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경쟁사들에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 일부를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을수록 공유해야 하는 데이터 비중도 커진다.

 

과거에도 비슷한 법이 있었다. 2012년 구글이 여행 예약 시스템 ITA를 인수했을 때 미국 정부는 여행서비스업계 내의 반독점법 위반을 우려해 구글 측에 인수 후 최소 5년간은 운영체제 통신언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연합에서는 2018년 5월에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됐다.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통합 규정이다. 이는 디지털 단일 시장을 구축하고, 회원국 간의 자유로운 정보 이동을 장려한다.

 

데이터 역시 완벽하지 않다. 조작 등의 위험도 있지 않은가.

가짜 뉴스나 통계 오류 등은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해도 100% 제거하기 어렵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이런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의견과 정보, 디지털 지원 도구 등으로 시장에 다양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다양성은 시장과 민주주의의 탄력성을 높이고 힘을 부여한다.

 

'디지털 비서'의 역할이 커지면 개인은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까.

'위임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위임을 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능숙하지 않다. 새로 배워야 한다. 반복적이거나 일상적인 결정은 디지털 비서에게 맡길 수 있으니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릴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직접 내려야 하는 결정과 위임해도 되는 결정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역량은 '선택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사고 능력이다.

 

최근 페이스북 사태*에서 보듯, 개인정보 유출이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간 균형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극단적이다. '개인정보를 전부 제공하고 혜택을 얻는다'와 '개인정보를 일절 공유하지 않고 빅데이터에 따른 혜택을 전혀 받지 않는다'가 대립한다. 다만 앞으로도 다수의 서비스 제공자에게 다양한 경로로 개인정보가 전달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관련 기사: 페이스북 "정보 유출 피해 최대 8700만 명"… 미국인 4명 중 1명 털렸다 (한국경제, 2018. 4. 5)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 등이 발달하면 구글·페이스북 등 중앙 허브를 거치지 않고 디지털 비서에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다. 경로를 분산시켜 다양한 디지털 지원 도구와 데이터를 공유하는 셈이다.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디지털 비서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 데이터는 여러 디지털 시스템과 플랫폼에 고루 퍼진다. 그렇게 되면 한 기업이 나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을 100% 파악할 수 없다. 또한 데이터를 익명으로 공유하는 방식 등으로 데이터 관리나 보호는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데이터를 쥔 기업이나 정부가 통계를 조작하는 등 데이터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리가 몇 년 동안 직면하게 될 지정학적 문제의 핵심이다. 21세기에 데이터는 권력의 핵심이다. 20세기에는 핵무기 개발 경쟁으로 국가 간의 우위가 결정됐다면, 21세기에는 누가 데이터를 쥐었는지, 누가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과 사용 결정권을 가졌는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정해질 것이다. 아직은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다.

데이터를 쥔 국가가 21세기의 승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7년 5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은 더 이상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소비자를 더 잘 유혹할 제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교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산업 트렌드를 꿰뚫는 기업만이 디지털 시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늘날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GM, 월마트 같은 전통 기업들도 데이터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다.
-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하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해외에 비해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기보다는 규제하고 있다. 이에 이호수 SK텔레콤 고문은 데이터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AI이며, AI의 제대로 된 가치는 빅데이터를 통해 나온다. 현재 국내시장의 불명확한 규제 때문에 해외 글로벌 기업에 맞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 이호수 SK텔레콤 고문

산업계는 2019년 세계 최초인 한국의 5G* 상용화가 글로벌 데이터 산업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5G는 2기가바이트짜리 영화 한 편을 0.8초 안에 무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통신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이 미국·일본과 비교해 통신 인프라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5G 시대에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다.
-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디지털 네이티브의 기술력·창의력을 배양하고 AI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사회적 지능의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 구조가 복잡해져 단일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도 독일과 일본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이호수 SK텔레콤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