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비즈니스, 취향을 내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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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2018년 11월에 발간된 <자영업 트렌드 2019>를 큐레이션하였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전성기가 있었다. 어디서나 똑같은 인테리어와 똑같은 맛, 똑같은 서비스를 강조하며 신뢰감을 형성했다. 그리고 자영업자에게 프랜차이즈는 특별한 노하우 없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지금의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은 여전히 장사할 맛을 느끼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여전히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특별한 가치를 느끼는지 말이다. 지금의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 모른다. 그렇게 지금의 프랜차이즈는 위기를 맞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위기를 맞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특성이 지금의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기는 하지만 결국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창업에는 많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그런 이유에서 프랜차이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장은 그 어느 때도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뉴스에서 연일 들려오는 높은 수준의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원인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특별한 가치를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휩쓴 거리는 방문의 목적과 공간의 가치가 퇴색된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채워진 상권은 명확한 방문 목적보다는 대부분 합리적인 가격과 일관된 품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들과 함께 규모, 가격, 효율의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프랜차이즈를 자영업자가 지향해야 할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

 

현명한 자영업자들은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소비자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영업의 유연성은 현 소비 시장에서 자영업자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다. 이에 영민하고 민첩한 자영업자들은 소비자와 소통하며 고객의 취향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현재의 시장에서는 브랜드의 규모만이 전부가 아니다. 대기업과 스몰 비즈니스가 함께 경쟁하는 이 시대에, 스몰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며 매우 유연하게 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스몰 비즈니스가 내세우는 '취향'이 소비자와 완벽한 접점을 찾았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개성 있고 예리한 시각을 지닌 5명의 창업자가 만들어낸 'CNP푸드'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자영업자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는 창업 사례로 꼽힌다.

 

서울 도산공원에 처음 등장한 '아우어베이커리'는 CNP푸드의 브랜드 중 하나로 오픈 당시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베이커리 메뉴, 세련된 종업원의 외모와 서비스 등 매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모두 소비 시장을 이끄는 트렌드세터*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 시대의 풍조나 유행 등을 조사하는 사람, 선동하는 사람

 

공유하고 싶은 감성을 자극하는 아우어베이커리는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을 통해 순식간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했으며, 매장 하나에서 얼마의 수익을 내자는 관점보다는 현금 흐름을 통해 제2, 제3의 공간 비즈니스를 이끌어가자는 관점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키며 규모의 경제를 일궈냈다.

 

CNP푸드는 아우어베이커리의 성공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창업 시장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에는 창업자들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공한 자영업의 중심에는 본인의 색깔이 명확한 창업자가 있다. 우리나라 커피 신화를 쓴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는 원래 은행원이었지만, 창업 이후 커피에 대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며 결국은 국내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미국 '블루보틀(Blue Bottle)'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역시 원래 직업은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오케스트라 생활을 그만둔 이후 커피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작게 시작한 커피 상점은 스타벅스에 지루함을 느끼고 색다른 취향을 즐기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글로벌 창업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단순히 커피 맛이 아니라 블루보틀 매장이 주는 공간의 개성과 무심한 듯 미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 로고 및 상품들이 핵심이다.©Tyler Nix/Unsplash

연희동 조용한 골목길에 위치한 '금옥당' 또한 창업자의 안목과 취향이 동시대의 소비자 취향을 파고든 성공적인 스몰 비즈니스 창업 사례로 꼽힌다. 금옥당 김현우 대표는 금옥당에 앞서 론칭한 브랜드인 '옥루몽'에서 활용했던 팥을 재료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완성했다. 금옥당은 한국 전통 다과의 일종으로, 한국식 양갱이다.

 

단맛이 강한 일본식 양갱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본인의 취향대로 단맛이 적은 금옥당을 만들어 브랜드화했고, 양갱 상점 금옥당은 SNS와 입소문을 통해 인기를 끌며 스몰 비즈니스 즉 자영업 브랜딩에 성공했다. 금옥당은 맛도 훌륭하지만 세련된 패키지,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는 매장 공간 또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데 크게 한몫했다.

 

양갱의 맛만으로는 자신이 없어서 패키지와 공간에 힘을 줬다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하지만, 현재의 비즈니스는 제품의 품질(음식의 맛) 하나만으로 승부하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날 자영업 성공 공식의 마지막은 수준 높은 비주얼 브랜딩에 있다.

 

이제 자영업자가 스스로 질문을 할 때다. 내가 파는 제품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취향과 안목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있는지 말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필요가 아닌 가치에 반응한다.

 

특히 필요에 의한 제품들인 생필품의 구매는 제품 퀄리티의 상향평준화로 인해 가격 비교가 가능한 온라인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자영업은 가격 경쟁력을 필두로 한 대형 유통 브랜드와는 경쟁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인 자영업자는 가치에 중점을 둔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해야 하며 여기에는 창업자의 취향과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

 

흔한 창업 교육 과정에서는 먼저 상권을 물색하고 점포를 찾은 다음 그곳에 적합한 아이템을 선정하라고 교육한다. 창업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은 없겠지만 이 논리를 따르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우선 좋은 상권이란 부동산 임대료가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가 장사를 하고 싶은 결심이 생길 만큼 좋은 지역을 발견하더라도 그 상권 내에서 적절한 임대 물건을 찾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해 매장을 얻었는데, 그제야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고민한다면 이미 늦은 게임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졸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좋은 직장에 취직해 적당한 월급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안정적인 삶. 1980년대 젊은이들은 이런 삶이 가능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좋은 대학보다는 좋아하는 전공을 찾으라는 조언이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오늘날 창업도 마찬가지다. 나의 고민과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프랜차이즈보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만들어낸 '주인의 취향이 살아 있는 매장'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취향과 철학에 공감하면 언제든 지갑을 연다. 오프라인 상권이 침체된 것은 그저 불황이라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인 것이 아니라 고급화되고 다양해진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들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자영업자들도 다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롭게 쓰이는 상권의 개념

지금의 장사는 상권 경쟁이 아닌 소비자가 찾아오게 하는 '목적지' 경쟁이다. 좋은 상권에 어떻게 진입할 것인지의 전략만큼 내 매장을 소비자가 특별히 찾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심리적 입지 전략'이 중요하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매장의 노골적인 홍보 마케팅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한 끼를 먹더라도 검색을 통해서 그곳의 메뉴와 분위기를 확인한 후,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방문 여부를 결정한다.

 

방문하고 싶은 이유가 한 가지라도 발견된다면 그들에게 물리적 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내 매장을 찾아야 하는 목적을 온라인을 통해서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면 굳이 좋은 상권 내에 위치하지 않더라도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다. 매력적인 장소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면 굳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입지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사 제품이나 기업을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

 

물론 매력적인 장소로 포지셔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창업을 선택한다면 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기 위한 상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창업 전략이 있다면 핵심 상권의 임대료 출혈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업 아이템이 명확하거나,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어필할 요소가 충분하다면 입지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점포 비용을 20~40% 절감하고 그 비용을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상권을 무색하게 하는 '목적지'들이 요즘 제법 눈에 띈다. 상권이란 말 그대로 상업적인 기능이 형성된 권역으로서 많은 유동객을 품고 있으며, 접근이 용이하여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알레', '카페진정성'과 같은 사례는 상권의 개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목적지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차량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요즘 소비자들은 물리적 거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으며, 집약적 도심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하는 니즈가 강하다.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읽어낸 발 빠른 자영업자들은 외곽 지역의 넓은 공간과 자연을 품은 장소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외곽의 대형 카페는 창업 공간의 또 다른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도심의 세련된 카페 호핑이 트렌드로 나타난다면, 30~40대 여성들과 가족 단위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도심에서 한 시간 반경 내의 자연을 품은 공간에서 여유를 갖는 카페 투어가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식물원과 카페를 결합한 마이알레. 차량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물리적 거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 이로 인해 도시 외곽의 대형 카페는 창업 공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마이알레

도시 외곽에 있는 카페들은 대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즐길 수 있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넓은 공간에 조성되어 있다. 과천에 위치한 마이알레는 '라이프스타일 농장'이라는 콘셉트로 자연을 그대로 품은 것처럼 꾸며놓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마치 온실과 같은 분위기의 마이알레에서는 식물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군데군데 숨어 있는 작은 동물들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도심 밖으로 나온 소비자들을 오랜 시간 머물게 하는 동시에 재방문을 유도하려면 재미 요소도 필요하다. 마이알레의 2층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있어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한 번의 방문에 적어도 3가지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으면서 도심의 일상과 대비되는 공간. 이것이 상권과 별개로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목적지의 조건이다.

지금 잘 나가는 자영업자들은
상권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우어베이커리, '도산분식' 등 연이어 히트 브랜드들을 내놓고 있는 CNP푸드는 입지 전략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포인트가 많다. 이들은 전략적으로 약간 후미진 골목을 파고들었다. 상권의 중심에 있는 골목들은 이미 임대료가 너무 비싸고, 입점이 가능한 매장을 찾기 또한 쉽지 않다. 그런 이유에서 상권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은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고, 빈 매장을 찾기 수월하다.

 

아우어베이커리 가로수길점이 있는 골목은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유동객이 뜸한, 말 그대로 후미진 골목이었다. 하지만 아우어베이커리를 시작으로 도산분식을 연이어 오픈시키며 상권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갔고, 재빨리 인근에 또 하나의 매장을 계약해 2018년 말, 라멘 브랜드 '형훈라멘'을 추가로 론칭하며 힘을 더했다. 이처럼 하나의 주체가 여러 브랜드를 집약적으로 오픈하며 상권을 형성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로컬 브랜드들끼리 연합해 동네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상권을 형성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동네의 재생과 자생을 돕는 미디어 플랫폼인 '아는동네'는 골목길 자영업자 즉, 로컬 브랜드들과 동네의 상생을 고민하는 매체다. 동네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자영업이 자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어반플레이에서 제작하는 미디어 콘텐츠 아는동네는 연남동, 이태원, 을지로 등 원주민의 삶과 젊고 개성 있는 자영업자가 어우러져 로컬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동네의 스토리를 담아낸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로컬 문화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아는동네새로운 공간이 등장하면 그곳으로 이방인들이 몰려들고, 이로 인해 원주민들이 밀려나 동네 고유의 색을 잃어가는 무차별적 개발을 경계한다. 아는동네는 이처럼 상생의 관계를 지향하며 서울의 골목길 스토리를 개발하고, 흩어져 있는 자영업의 공간을 엮어냄으로써 상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서 경험 지향적인 비즈니스를 이야기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클래스 창업은 강력한 방문 목적을 부여한다고 했다. 경험(수업)의 만족도와 가치를 어필할 수 있다면 경험 지향적 소비는 상권의 저항 없이 창업이 가능한 아이템 중 하나다.

 

취미와 경험, 학습을 목적으로 수강료 위주의 수익을 창출하는 창업 케이스는 온라인을 통해 해당 수업을 확인하고, 기존 수강생들의 평가에 따라 참여(소비)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수업이 이루어지는 창업 공간이 굳이 메인 상권에 위치할 필요가 없다.

 

사진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디어무이'는 북촌 골목길에서 작게 시작하여 2018년 말, 경기도 남양주로 클래스 공간을 옮겼다.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후 메인 상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외곽으로 자신 있게 움직였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클래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간접경험이 미칠 수 있는 상권의 범위는 제한이 없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수업을 들으러 온다.

 

실제로 디어무이의 사진 수업은 1회당 6명 내외의 인원이 참여하는 소규모 클래스로 진행되는데, 그중 2~3명이 지방에서 방문한 수강생들이다.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닌데 지방에서도 이곳을 찾아올 정도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몸집 줄인 똑똑한 창업

임대료 문제는 매장 규모의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오프라인이 소비를 주도했을 때는 매장 규모가 큰 쪽이 경쟁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었다. 큰 공간은 시각적으로 마케팅 효과까지 줄 수 있어서 한때 명동과 강남역 등 메인 상권에 플래그십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증가하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대형 매장의 효용가치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의 기능이 새롭게 정의되면서 큰 매장보다는 작지만 똑똑한 매장을 선호하는 것이 오프라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자영업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성공 가능성과 치솟는 임대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입지뿐만 아니라 매장 규모 측면에서도 소형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매장 소형화의 움직임은 창업 아이템의 변화에서 시작됐다. 모든 걸 다 파는 매장보다 똑똑한 한 가지 아이템을 판매하는 전문 매장이 자영업의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매장의 크기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모자만 파는 매장, 캔들만 파는 매장, 액세서리만 판매하는 매장 등 한 가지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는 경우에는 10평 미만의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아이템에 대한 고민이 먼저인지, 매장 효율에 대한 고민이 먼저인지 그 전후를 따지기는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아이템의 변화와 함께 조금 더 저렴하고 운영 면에서도 수월한 작은 매장의 창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탄탄면공방', '옥동식' 등 레스토랑 창업에서도 간소화된 소형 전문 매장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주방과 손님들의 좌석을 최대한 가깝게 만든 매장 구조는 공간의 효율적 이용은 물론이거니와 손님들과의 소통도 강화시킨다. 오픈된 주방 구조는 고객과의 신뢰를 높이는 자영업 특유의 경쟁력 있는 공간 운영방식으로 꼽힌다.자영업의 고민은 아마도 최소비용 최대수익일 것이다. 포잉은 셰프들이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 운영의 모든 것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잉

음식점을 운영할 때는 일반 매장 대비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매일 식자재를 주문하고 관리해야 하며, 주문과 조리 과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에도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창업 준비를 할 때에도 주방 집기와 인테리어에 상대적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까다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맛집 추천과 레스토랑 예약 앱을 선보인 '포잉'은 최근 레스토랑 창업의 고민을 덜어주는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였다. 개인 자영업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새롭게 등장한 또 하나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다른 분야에 비해 개인 창업의 비중과 성공률이 높지만 동시에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식자재를 구매하더라도 대형 프랜차이즈가 구매할 수 있는 단가와 개인 레스토랑이 구매할 수 있는 단가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마케팅이나 홍보, 매장 관리 등 자영업의 어려운 부분을 발견해 자영업자의 창업 지원군이 되어주는 포잉의 서비스는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거나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의 대안이 되고 있다.

 

기존 공간 활용의 효율을 높이면서 몸집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혼자 다 짊어지고 가기에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소비자는 예측할 수 없다. 함께 나누고 의지하는 것에서 시너지를 일으켜야 한다. 공유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매력은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자영업의 공간은 진화하고 있다.

 

연남동에 위치한 '피팅룸'은 한 지붕 아래 여러 목적의 공간이 공존한다. 기존의 주택을 개조한 이 공간은 방 한 칸마다 각기 다른 기능이 채워져 있다. 거실 위치에는 카페가 메인으로 들어서 있으며, 각각의 방은 작가의 작업실이자 전시장이 된다. 모자 디자이너의 매장과 조경 디자이너의 플라워숍이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카페 하나로는 전체 공간의 임대 효율을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이러한 공유 방식을 취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장을 찾는 재미와 더불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공유 모델은 '코리테일링(Co-Retailing)*'이라고 한다. 팝업 매장이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공간이라면, 코리테일링 매장은 서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여러 브랜드들의 협업이 중심이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요소는 유연함과 민첩성이다.

* 함께라는 뜻의 'Co-'와 리테일이 합쳐진 단어로,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에서 일종의 실험적 성격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의미한다.

사업 흥망의 키워드, 환대

연희동 '앤트러사이트'에는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동벨이 없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고객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방식을 고수하던 스타벅스는 최근 대형 매장을 오픈하면서 진동벨까지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화면에 고객 이름을 띄우는 합리적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앤트러사이트는 이러한 합리적인 움직임에 역행하듯 진동벨은 고사하고 손님들의 이름도 호명하지 않는다.

 

앤트러사이트 연희점을 찾으면 주문할 때 직원이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며 고객의 특이점을 파악한다. 그러고는 음료가 완성되면 별다른 호명 없이 주문 시 파악했던 고객의 특성을 상기하며 고객 위치를 파악하고, 앉은자리로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준다. 이런 서비스를 하게 된 배경에는 과연 지금의 소비자들이 어떤 것에서 가치를 느낄 것인지, 카페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직원들은 주문과 함께 손님과 눈을 마주치며 고객을 알아볼 수 있는 특성을 간략히 메모해 주문서와 함께 정리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약간 번거로울 수 있지만, 기계와의 접촉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만족을 주는 서비스임은 분명해 보인다.앤트러사이트 연희점에서는 고객을 호출하지 않고 직접 음료를 자리로 가져다준다. 직원은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정확하게 서빙할 수 있도록 주문을 받을 때 키보드가 탑재된 POS에 주문 내역뿐만 아니라 고객의 특이사항을 함께 기록한다. ©앤트러사이트

환대(Hospitality)는 서비스와는 다르다. 서비스가 어떤 이익에 연관된 대응이라면 환대는 자발적인 마음에서 우러나는 움직임이다. 환대는 그 즉시 수입을 발생시키지는 않지만 지금의 자영업자에게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브랜드에서 주인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기대하거나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개성 있는 브랜드,
수준 높은 식당에서는
주인이나 셰프와 같은
'사람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자영업은 자영업자 그 자체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비즈니스이며, 기업의 시스템이 따라잡기 힘든 환대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이제 전통적인 기업의 마케팅 방식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블로그 마케팅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의 SNS에서는 소비자들이 환대를 경험하기 어렵다. 개인 브랜드의 경우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팬덤을 쌓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성스럽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환대를 경험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쌓아간다. 소비자를 환대하는 브랜드에는 악플이 없다.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공간 비즈니스 중 하나인 공유 오피스 시장에서 '위워크(WeWork)'가 경쟁 우위를 형성하는 데 환대 마케팅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위워크에는 호텔 라운지같은 환대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라운지를 통해 섬세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한 위워크는 오피스 비즈니스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그동안 오피스 시장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임대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즈니스의 핵심 고민 사항이었다. 하지만 위워크의 등장으로 오피스 비즈니스는 임대에서 서비스로 업(業)의 성격이 완전히 변화하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제 환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공간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필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로봇만 존재하는 매장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점차 줄어드는 일자리에 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로봇의 역할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적어도 오프라인 매장 공간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의 교류와 환대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환대의 가치는 상품 그 자체로는 큰 차별화를 갖지 못하는 지금의 자영업 환경에서 자영업자 스스로가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큰 가치를 발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또한 오직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