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집 딸내미

[콘텐츠 발행일: 2022.08.14]


저는 가끔 엄마 대신 문방구를 지켰습니다. 7살 아이가 "어서 오세요"라며 인사하고, "얼마입니다" 하고 동전과 지폐를 받아서 계산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도 했어요. 가끔 "OO 있어요? OO 팔아요?" 하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말해야 어른스럽게 들릴까 고민했어요. 어떻게 했어도 아이 목소리였을 텐데 말이죠.

 

제가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접한 자영업자는 엄마였습니다. 엄마가 무슨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제가 떡볶이도 먹고 책도 사서 읽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동네였기 때문에, 제가 문방구 집 딸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Duong Chung/Unsplash

친구들은 주로 저희 가게 앞에서 놀았어요. 100원을 넣고 플라스틱 보석 귀걸이를 뽑기도 하고, 레이싱 트랙에서 미니카를 운전하기도 하면서요. 분필로 그림을 그려서 땅따먹기도 하고, 고무줄도 많이 했지요. 가끔 문방구에 와서 "나 이거 주면 안 돼?"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일어나면 눈 뜨는 인형 같은 건 저도 없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어요.

이거 다 내 것 아니야. 우리 엄마도 돈 주고 사 온 거라서… 미안.

초등학교 2학년 즈음, 장래희망을 적어내라고 하기에 '문구 디자이너'라고 적었습니다. 질감이 좋은 종이 노트, 특이한 디자인의 다이어리, 색색의 필기구, 귀여운 캐릭터를 직접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쓱 보시더니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만약에 네가 노트랑 지우개를 천 개 만들었는데, 그게 다 안 팔려서 재고로 남으면 어떻게 하려고?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맞아, 만든다고 다 팔리는 게 아니었지? 우리 문방구에도 몇 년 동안 안 팔려서 먼지가 가득 쌓인 물건들이 있었지. 그런 물건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아. 디자이너들은 알고 있을까?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하지? 큰 마트가 생겨서 문방구도 쉽지 않은데.

자영업, 몰락이 아닌 변화

살면서 "내년 경기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뉴스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올해도 힘들었지만, 내년은 더 힘들 것이다"가 익숙합니다. 경기가 위축되면 직장인도 힘들겠지만, 자영업은 한마디로 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