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은 막지 못했지만, 듀플리케이션은 막았다

뉴욕과 현대 도시의 영웅으로 떠오른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콥스*.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잡지사 직원으로 일했던 그를 위해 3개의 전기가 출판됐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만들어졌으며, 곧 전기영화도 개봉된다.**

* 1916년 태어난 그는 2006년 사망했다.

** 관련 기사: ‘때려 부수고 다시 짓는 도시, 최선입니까' 건축영화의 질문 (한겨레, 2018.10.25)

 

제이콥스의 가장 큰 업적은 뉴욕 원도심(1811년 도시계획에서 제외된 맨해튼 남부 지역)의 구제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그녀가 싸우지 않았다면, 웨스트빌리지, 그리니치빌리지, 소호(SoHo, South of Houston), 리틀 이태리(Little Italy) 등 맨해튼 원도심 지역은 빌딩 숲이 되었을 것이다. 대중은 그를 시민운동가로 기억하지만, 학계는 현대 도시학의 선구자로 존경한다. 학부 수료 학력만으로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노벨경제학상 후보자로 언급될 수준의 위대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제이콥스에 대해 관대한 주류 사회의 평가와 달리, 정작 그가 속했던 진보 지식인 사회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웨스트빌리지를 구했는지 묻는다. 그가 투쟁해 지킨 동네가 뉴욕, 아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로 '젠트리파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비판은 공정하지 못하다. 1960년대 제이콥스가 싸워 막아낸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닌 획일적 도시 모델을 강요하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 복제화)이었다. 그는 웨스트빌리지가 고급 주택지로 변하는 것은 막지 못했지만 재개발을 통해 대형 아파트촌으로 변하는 것은 저지했다. 그 노력 덕분에 맨해튼 남부, 브루클린 중심부 등 뉴욕의 많은 지역이 재개발 없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게 됐다.

 

오랜만에 찾은 웨스트빌리지는 부동산 열기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불과 5년 전에 500만 달러 수준이었던 타운하우스가 지금은 2000~3000만 달러에 거래된다고 한다. 2016년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140평 규모의 3층 타운하우스를 2750만 달러(약 300억 원)에 매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