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도시 브루클린

작가라면 한 번쯤은 파리 생제르맹데프레(Saint-Germain-des-Près)의 카페에서 글을 쓰고 다른 작가와 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작가는 유난히 도시의 한 모퉁이에 모여 사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프랑스 카톨릭 신학자 앙토냉 세르티양주(Antonin Sertillanges)가 <공부하는 삶>에서 지적했듯이 속세와 떨어져 홀로 외로이 창작하는 작가에게 다른 작가와의 교류는 작가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이기 때문일까?

 

작가들이 좋아하는 동네는 일반적으로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가능하고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지역이다. 대학 가까이에 있는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Greenwich Village)나 파리의 생제르맹데프레가 한때 작가의 거리로 유명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서울도 지역 문화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했다면 대학가인 동숭동과 신촌이 지식인 동네로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작가의 거리는 사라지는 추세다. 사회주의·페미니즘·아나키즘·동성주의 등 현대사회의 모든 사상이 유래했다는 뉴욕의 웨스트빌리지(West Village)도 이제 부유층 주거지역에 불과하다고 비판받는다. 작가 지망생과 여행객이 유명 작가를 만나기 위해 생제르맹데프레 카페를 기웃거리는 것도 1960년대의 추억으로만 남았다.

 

그런데 최근 뉴욕의 한 지역이 많은 작가가 거주하며 창작하는 '작가의 도시'로 떠올랐다. 뉴욕의 독립서점·독립출판 중심지로 부상한 브루클린(Brooklyn)이다. 뉴욕 언론은 여행자에게 조언한다.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을 거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브루클린 독립서점 여행을 떠나라고.

왜 브루클린인가?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특색 있는 문화다. 뉴욕은 버러우(borough, 자치구)로 불리는 다섯 개 행정 구역으로 나뉘며, 브루클린도 다른 버러우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억양과 문화를 가진 하나의 도시로 기능한다.

위: 브루클린행 전철이 떠나는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역 / 아래: 소설가들의 도시 브루클린 ⓒ다산북스 브루클린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대안'이다. 맨해튼(Manhattan)이 주류 문화를 상징한다면, 브루클린은 예술가와 작가에게 물질적·문학적인 대안을 의미한다.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가 가능한 '대안 공간'에서 문학이 꽃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