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 왜 경제학인가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7년 11월에 발간된 <골목길 자본론>을 큐레이션하였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좋은 동네의 기준을 명문 학군이나 부동산 투자 가치로 생각했다. 그러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 환경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넘어 문화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 성수동, 이태원 등 각 지역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골목길이 늘어나는 추세다. 거리와 동네를 중심으로 도시가 재생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발전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골목길의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발전하고 있을까. 저술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1960년대에 대규모 단지 중심의 도시 재개발을 비판하고, 공동체문화와 소상공인 산업을 창출하는 '골목길 동네(Street Neighborhood)'의 보전을 주장했다. 이후 도시학자들은 다양한 유형의 저층 건물, 거리의 보행 친화성, 짧고 촘촘한 블록, 주민과 상인이 공존하는 건축 등에서 골목길의 성공 요인을 발견했다.

* 그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도시 개발이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는 기존 도시계획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공간 디자인 관점에서 골목상권의 활력을 분석한 건축가 유현준은 볼거리의 밀도와 우연성이 결정하는 '공간의 속도'에 주목했다. 한 예로, 홍대 거리를 걸어보면 골목 양쪽에 촘촘하게 들어선 가게 입구와 거리 가판 등이 이벤트의 밀도를 높이고 보행 속도를 늦춘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공해 홍대 이곳저곳을 '걷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또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은 골목길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강조한다. 미국의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창조도시의 원동력으로 예술인의 집적(clustering)과 문화 정체성을 꼽았다. 실제로 문화산업 종사자와 기획자들은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갤러리, 문화행사, 공공 미술 등 도시 어메니티*(urban amenity)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도시의 쾌적성과 편리함을 높여주고, 심미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유무형 문화적 생산물의 총 집합체

건축가 김종석이 기획한 외부로 열린 구조의 건물(서울 연희동) ⓒ다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