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대신 전문성으로 일자리 시장에 도전하다

일자리 시장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퇴사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생긴 지 몇 년 안 된 기업들이 조 단위의 가치 평가를 받으며 순식간에 전통 비즈니스를 뒤엎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시장이 급변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일의 역할도 새로 정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에 공채로 들어가서 순환보직을 거치며 다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해 가는, 전통적인 공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무한경쟁·무한 변화의 시대에서는 개인도 기업도 전문성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처럼 확실한 기술이 있는 직종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담이 덜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처럼 특별한 전문기술이 없는 인문학도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경력을 설계해야 갈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제품 매니저, 마케터, 세일즈맨, 기획자 등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 비즈니스의 세계를 접해보니 앞서 언급한 직책과 커리어 패스 외에도 훨씬 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나도 경력설계를 좀 더 잘해볼 수 있었을 텐데, 스타트업을 경영할 때 시행착오를 덜 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이 글의 시작이었습니다.

비즈옵스, 테크 기업의 문제 해결사를 소개하며

앞으로 소개할 테크 기업의 맥가이버이자 문제해결사, 비즈옵스(Bizops, Business Operations)가 바로 실리콘밸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길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바로 제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고요.

 

저는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게 좋았지만, 테크나 제품 자체보다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엔지니어와 직접 일하는 것보다는 숫자를 보고 전략을 고민하는 게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마케팅이나 영업, 또는 재무나 인사·경영지원으로 제 역할을 한정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전 관심사가 다양했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즐겼습니다. 컨설팅하듯이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잘게 쪼개고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다음, 그 문제를 팀원들과 함께 해결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항상 새로운 해결과제가 터졌고, 그럴 때마다 선봉에 서서 팀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역할을 정의하고 설명해야 할 때면 늘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기획만 하는 것도 아니었고, 사업개발이나 프로젝트 매니징만 전담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있는 직군과 단어로는 제 역할을 조직 내외에서 충분히 설명하기가 힘들었습니다.